중국 창사편. “怕不辣 : 음식 문화로 창사를 이야기 하다” - AMORE STORIES
#혜초칼럼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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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창사편. "怕不辣 : 음식 문화로 창사를 이야기 하다"

HYECHO
COLUMN

중국에서 활동 중인 팀장 혜초들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팀장 혜초들이 들려주는 중국 이야기

怕不辣 : 음식 문화로 창사를 이야기 하다

문규성 님
아모레퍼시픽 오설록Division

안녕하세요. 중국 혜초로 창사(长沙)에 머물고 있는 문규성입니다. 중국에는 매운맛으로 유명한 3대 지역이 있습니다. 辣不怕(맵지만 두렵지 않다)고 하는 구이저우(貴州), 不怕辣(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하는 스촨(四川), 怕不辣(맵지 않을 까봐 두려워한다)고 하는 후난(湖南)이 그곳입니다. 단순히 '辣(맵다)' '不' '怕(두렵다)' 이 세 글자의 조합이지만, 각 지역 음식의 특성과 그곳 사람들의 식습관을 함축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말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매운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바로 후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창사는 바로 이런 후난성의 성도입니다.

1. 마오쩌둥, 그리고 매운맛

  • 귤자주(橘子州)섬에 있는 마오쩌둥의 두상

  • 250년된 식당 火宮殿 입구에 있는 마오쩌둥 입상

마오쩌둥은 1893년 후난성 샹탄(湘潭)에서 태어나, 이후 현재 후난사범대학의 전신인 창사 제1사범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이런 연고로 마오쩌둥이 어린 시절을 보낸 후난과 창사에는 마오쩌둥을 기념하는 다양한 유적지와 명승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으며, 연중 수많은 중국인들이 마오쩌둥을 기리기 위해 끊임 없이 방문합니다.
창사를 가로질러 흐르는 상강(湘江)에는 귤자주(橘子州)라고 하는 커다란 모래섬이 있는데, 이곳에는 마오쩌둥의 소년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거대한 조각상이 우뚝서 있습니다. 이는 마오쩌둥이 국민당에 있을 당시 잠시 창사로 돌아와 귤자주에서 혁명의 의지를 다졌다는 의미에서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창사에서 가장 큰 상권인 五一廣場에는 火宮殿이라고 하는 커다란 식당이 있습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전통 후난음식(湘菜)을 맛보며 250년 역사에서 오는 다양한 볼거리들을 즐기기 위함도 있지만, 1974년 마오쩌둥의 방문을 기념하여 건립된 그의 동상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창사의 가장 대표적인 요리 두오자오위토우(剁椒鱼头), 후난의 대표적 매운맛 라쟈오리엔오우(辣椒莲藕), 마오쩌둥이 사랑한 요리 홍샤오뇨로(红烧牛肉)

마오쩌둥이 생전 가장 즐겨 먹던 음식은 당연 고향음식인 후난음식이었습니다. 후난음식은 스촨음식(川菜)과는 다르게 산초(花椒)를 쓰지 않고 순수하게 고추로만 강한 매운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마오쩌둥 식단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고추였다고 합니다. 전쟁 당시에도 고추만 있으면 어떤 반찬도 부럽지 않았다고 했으며, 늙어서 여러 질병으로 고추를 먹지 못하게 되자, 작은 그릇에 고추를 조금 놓고 입을 묻히는 정도로 만족했다고 하니 얼마나 고추를 사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창사에서는 마오쩌둥과 고추 맛(湘菜)만 알아도 이곳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둘은 창사를 대표하는 아이템입니다.

2. 원조 한류, 그리고 한국정통의 맛

  • 한류의 원조 후난TV

  • 창사의 길에서 흔히 볼수 있는 한국 상품 판매점

  • 웨이신 모멘트를 통해 한국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개인블로거

2005년 9월 후난TV에서 방영된 <대장금>을 필두로,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 한국의 예능 포맷들이 빅히트 하면서 지방의 작은 방송국이었던 후난TV는 일약 중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방송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만큼 창사는 중국 내에서도 가장 한국에 대한 우호도가 높은 지역이며, 한류가 강하게 작용하는 도시 중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한류의 열풍은 다양한 비즈니스로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과 이곳 후난TV, 그리고 방송과 연계된 한국상품들은 강력한 비즈니스 클러스트를 형성하고 있으며 (후난TV에서 방영된 한국프로그램과 연관된 상품들을 한국에서 직접 수입하여 판매하는 창사의 대표적 공조산업군), 오프라인 매장, 홈쇼핑, 온라인, 소셜네트워크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길거리 곳곳에는 한국에서 수입된 옷과 물품들을 파는 가게를 자주 볼 수 있으며, 웨이신 모멘트를 활용한 개인판매에 까지 한국 상품들의 커버리지는 넓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 창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중의 하나인 `맛있다` / 저녁시간 만석은 기본이며, 평균 대기시간이 30분 이상인 대표적 한국식당

이곳에서도 한국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컨텐츠는 다름 아닌 한식입니다. 실제 중국의 음식 평가 사이트 '따종디엔핑(大众点评)'에 등록되어 있는 창사 시내 한국식당은 97개나 되며, 창사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ID mall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은 후난 음식점이 아닌 한국 음식점입니다!
무엇보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韓剧)를 통해 다양한 한국 정통의 식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한 이유로, 중국인들이 경영하는 퓨전 한식당이 아닌 한국 정통의 맛에 대한 높은 니즈가 존재합니다. 달리 표현하면, 창사는 한류의 중심이라는 보편적 인식으로 인해 한국에서 검증 받은 상품(맛)과 컨텐츠이어야만 창사 사람들의 눈높이를 충족 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과거와 현재의 공존 : 창사의 차문화

  • 高橋大市場에 있는 창사 전통 차시장

  • 수 백가지의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는 텀블러 전문매장

후난성은 보이차로 유명한 윈난성과 더불어 중국 내 후발효차 산지로 쌍벽을 이루는 곳입니다. 이곳의 대표적인 후발효차로는 중국 5대명차에 손꼽히는 군산은침(君山銀針)과 시진핑 주석이 박대통령에게 선물했던 안화흑차(安化黑茶)가 있습니다. 차의 맛과 향에 있어서는 타 지역과 완전히 차별되는 후난성만의 특색 있는 명차들입니다. 이러한 유명 차 산지의 이름에 걸맞게 창사에는 대규모 전통 차 시장이 건재하고 있습니다. 高橋大市場이라고 하는 50만평의 대규모 도매 시장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차시장은 군산은침(君山銀針)과 안화흑차(安化黑茶)를 중심으로 전국각지의 명차들을 벌크타입으로 도매하는 상점들과, 다구 및 차관련 포장 업체들이 입점하고 있어, 차의 원료부터 상품, 악세서리까지 티하우스 경영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 창사의 로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전통찻집의 모습. 티클래스와 개별 룸과 같은 프리미엄 요소가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

창사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곳 중의 하나가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입니다. 그나마 대부분은 중심상권 내 위치한 대형 쇼핑몰과 그와 연계된 지역에만 입점되어 있으며, 일반로드에는 전통찻집과 같은 차상점이 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상하이와 총칭에 비해 아직은 커피보다 차음용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판단됩니다.
전통찻집의 경우 차 상품과 티웨어, 다수의 테이블과 다실을 갖춘 대규모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찻집마다 전통음악 공연, 티클래스등 창사의 전통성을 살린 독특한 형태의 컨텐츠들을 통해 명차 산지의 자부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Contemperory한 컨셉으로 새로운 차문화를 이끌고 있는 창사로컬 티브랜드들 (Hell Betty, Hello Tea)

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차문화 도시 중 하나인 창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로컬 프리미엄 상품 중심의 전통찻집과는 완전히 차별화 된, 창사인들의 강력한 차에 대한 선호도를 타겟으로 하는 세련된 티하우스와 티샵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웨지우드의 원료와 컨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TWG를 벤치마킹하여 구성한 창사브랜드인 `Hello Betty`라는 티하우스와 다양한 블렌딩티를 중심으로 컨템퍼러리하게 브랜드를 정립한 `Hello, Tea`와 같은 티샵의 신생 브랜드들이 주요 상권 내에 입점해 있습니다. 이는 한국 브랜드인 `망고식스`와 `MANN COFFEE` 등이 창사에서 그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창사의 차 및 음료시장에 있어 외부 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Epilogue

창사의 음식 문화는 고추의 매운맛인 후난음식(湘菜), 한식열풍, 보수적 차문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는 창사의 보수성의 테두리에 한국의 컨텐츠만큼은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과 애정은 한국 컨텐츠에 대한 선택 기준도 매우 높고 까다롭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설픈 한류에의 편승이 아닌 보다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컨텐츠를 통해 그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창사 사람들이 열광할 수 있는 우리만의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팀장 혜초란?
올해부터 팀장 대상 중국에 대한 이해 강화를 위해 "팀장 혜초"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1~2개월간의 사전 중국어 교육, 일주일간 상하이에서의 현지 교육, 그리고 3개월의 파견 기간에 3개 도시를 체험하며 중국 도시 별 시장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목적입니다. 팀장 혜초는 지금까지 5월 1차 4명이, 8월에는 7명이 파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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