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술 문화(酒文化) - AMORE STORIES
#2016 혜초
2016.11.08
10 LIKE
2,477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4%91%ea%b5%ad%ec%9d%98-%ec%88%a0-%eb%ac%b8%ed%99%94%e9%85%92%e6%96%87%e5%8c%96

중국의 술 문화(酒文化)

혜초
칼럼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도시 혜초들이 들려주는 현지 이야기

중국의 술 문화(酒文化)

심하용 님
중국 광저우

안녕하세요. 중국 항저우 도시 혜초 심하용입니다. 오늘은 제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꼈던 중국인들의 술 문화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가지며 사람들과 가까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많이 어울려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요. 경험을 통해 얻은 중국의 술자리 예절과 문화에 대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중국인은 바이주(白酒)를 즐겨 마신다고요?

여러분은 한국에서 중국 음식점에 가면 주로 어떤 술을 드시나요? 물론 자리 성격이나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집에서 탕수육에 바이주(빼갈)를 마신 경험은 많이 있으실 텐데요. 그런데! 제가 5개월이 넘는 중국 생활 동안 중국인과 바이주를 먹은 경험이 전무합니다. 만나는 중국인의 연령이 주로 20~30대라 그럴 수도 있으며, 겨울 한 두 달을 제외하고는 고온 다습한 항저우의 기온 탓일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으나, 나이와 상관없이 베이징, 따리엔, 내몽고 등 북방 출신의 중국인들도 한결같이 말합니다.

"바이주 독해서 안 먹어!"

그러면 이들은 도대체 어떤 술을 마실까요? 대부분의 술자리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중국인들은 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것을 스스로의 불명예로 생각하고 도수가 약한 술을 저녁 식사 때 반주 삼아 가볍게 마시는 편입니다.

결혼식이나 규모가 있는 저녁 연회자리에서는 포도주를 마십니다. 포도주는 최근 중국인에게 각광받고 있는 술이며 중국의 포도주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평가되지만, 이미 세계 5위의 포도주 소비 시장입니다. 미래의 시장을 위해 중국 자본은 이미 칠레, 프랑스 등 세계 각지의 와인 양조장을 사들이며 공급로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연태, 칭다오 포도주 역시 맛과 품질이 매우 좋으며 특히 연태 지방의 장위(张裕) 포도주는 청나라 서태후가 맛에 반해 즐겼다고 전해지는 전통 명주이니 기회가 있다면 한번 꼭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바이주는 친지 일가가 모이는 국경절이나 춘절(설날)에 아주 가끔 집안 어른이 권할 경우에만 먹는 정도라고 하니 사실상 80后 이후 세대에게는 외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젊은 층이 독주(毒酒)를 기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이와 더불어 바이주나 황주 등 중국의 전통주의 경우 가짜 상품이 너무 많아 소비자들이 음식점이나 일반 상점에서 구매하기를 꺼리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 안타깝네요.
  • (좌측부터) 중국 대표 맥주 칭다오 / 대표 바이주 마오타이 / 결혼식장에서는 바이주 보다 포도주를 선호합니다


중국 사람들과 술을 마실 때 이것 만은 지키자

대부분의 술 문화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入乡随俗' '그곳에 가면 그곳의 풍속을 따르라'는 뜻의 중국 4자성어입니다. 중국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들과 한층 가까워지기 쉬우니 아래에 열거된 사항들 미리 알고 중국인을 만나시면 좋을 듯 합니다.

1. 술잔은 절대 돌리지 않는다 : 중국은 식수나 음식 유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위생 문제(세균 등)때문에 물도 주로 끓인 물을 마시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탕 그릇에 개인 숟가락을 넣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술잔도 남이 먹던 술잔으로는 절대 먹지 않으며 이러한 행위는 큰 실례가 된다고 하니 술잔을 주고 받으며 먹는 것은 삼가셔야 합니다.

2. 안주를 시키는 공식! '사람 수 + 안주 3개 + 탕 1그릇' : 중국은 손님 접대 시 음식을 넉넉히 주문하여 어느 정도 남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요즈음은 조금 합리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온 공식이 '사람 수 + 안주 3개 + 탕 1그릇'입니다(그래도 많죠?).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불문율과 같은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 총 4사람이 함께 먹을 때에는 '4+3+1=8' 총 8가지 음식을 시키는 것이지요(탕 종류도 기본적으로 꼭 1가지는 주문합니다). 예전에는 술자리가 끝나고 남은 음식을 싸가면 흉을 보기도 했으나 지금은 음식을 싸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 4~6인이 먹는 안주인데 꼬치 종류만 150여개를 넘게 주문합니다
    손님 접대 시 주문은 넉넉히 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건배는 원샷의 의미 :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지요? 건배는 마를 건(乾)과 잔 배(杯)를 합쳐 잔을 비운다는 뜻입니다. 한가지 덧붙여 말하자면 잔을 부딪힐 때 윗사람이나 연장자가 있을 경우 존중하는 의미로 꼭 그분들의 잔 아랫부분을 부딪혀야 합니다.

4. 술은 자작(?)이 원칙 : 이 부분이 저에게 가장 적응 안 되는 술 문화였습니다. 가령 4명이 한 테이블에서 술을 먹으면 맥주 8병 정도를 먼저 주문합니다. 중국인은 차가운 맥주를 특별히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한번에 미리 주문하는 편입니다. 그리고는 각자 앞에 맥주를 한 병씩 분배합니다. 각자가 알아서 술을 따라 먹기 때문이죠(흔히 한국에서 생각하는 병 맥주 개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술의 차가움을 유지하기 위해 4명이 같이 먹어도 2병 정도만 주문하여 나누어 먹고 다시 주문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꺼번에 술을 주문하며 본인이 알아서 마시고 본인이 스스로 따라 마십니다. 간혹 모임의 호스트나 연장자가 잔을 따라주며 같이 마실 경우도 있는데, 이때 특히 연장자는 가볍게 입만 대는 편이지만 술을 받는 사람은 가급적 잔을 비워야 예의라고 합니다(호스트나 연장자가 함께 잔을 다 비워 마신다면 그것은 전적인 신뢰나 호감도의 표시라고 하니 상대방의 잔도 유심히 관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5. 고개를 돌려서 마시지 마세요 : 한국에서는 연장자 앞에서 고개를 돌려 마심으로써 예의를 표현하는데 중국은 고개를 돌려 마시면 '너 얼굴 보며 마시기 싫다'라는 의미이니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술을 마시기 바랍니다.
  • 아래 사람은 건배할 때 상대방 잔 아래 부분을 부딪혀야 하며 고개는 돌리지 않고 상대방과 마주 보며 마시며 스스로 술을 따라먹습니다


회식은 다같이 즐겁게 먹고 얘기하는 자리

제가 중국 항저우에서 몇 차례 회식자리에 참석 한 적이 있습니다. 항저우에 자사 사무실도 직원도 없는데 무슨 회식일까요? 전혀 모르는 회사의 회식에 참석한 것인데, 중국은 회식 할 때 종종 와이프나 친구들을 데리고 참석합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중국 친구 단 한 명이었지만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서로 모르는 분야의 정보도 공유하는 유익한 자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식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술을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술은 원하는 사람만 마시며 대부분은 음식과 함께 차나 음료를 즐기는 문화입니다.

지금까지 중국의 술 문화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중국은 술 역사가 6000년이 넘는다고 합니다(갑골문자에도 술을 뜻하는 '酒'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술의 종류도 수천 가지(대략 4,500여종)가 있고 그에 맞는 음식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으니 어찌 보면 술 먹기 딱 좋은 환경이죠? 하지만 그들은 도수 약한 술을 기분 좋을 만큼만, 그리고 자리를 옮기지 않고 한 장소에서만 절제하며 먹는 편입니다. 술 역사만큼이나 성숙한 그들의 술 문화. 꼭 본 받아야겠습니다.

  • 좋아해

    10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