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 AMORE STORIES
#2017 도시 혜초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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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서점은 어떤 모습일까?

혜초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서점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 꾸준히 다독을 하지는 못할지라도 서점이 주는 공기와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빌리는 것보다 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책도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대형 서점들에 종종 들렀습니다. 요즘은 큰 테이블이 생기기도 하고, 의자도 생겨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더 편해졌습니다. 여행이나 유학 등 이런저런 일들로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기면 근처의 서점을 꼭 들르는 편입니다. 미국의 크고 깔끔했던 서점, 영국의 백 년이 넘은 오래된 서점, 홍콩의 작고 아기자기했던 서점 등 많은 곳이 기억에 남습니다만, 중국 또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줬었습니다.

중국 서점에 대한 나의 선입견

 7년 전쯤, 베이징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베이징의 한 서점에 갔는데, 총 5층 규모의 정말 큰 서점이었습니다. 층뿐 아니라 면적도 어마어마했고, 그 큰 공간에 책도 빼곡했습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책만큼 빼곡했던 중국인이었습니다. 당시 마땅한 의자도 쉴 공간도 없었는데, 모두 바닥이나 계단에 앉아서 책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중국의 서점에 대한 제 인상은 엄청나게 크고,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더불어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요소는 전혀 없는(딱히 신경 쓰지 않은) 회색 빛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세젤멋 중국서점을 발견하다

 중국 서점에 대한 이런 인상 덕분에 시안 취장의 '취장슈청(曲江书城)'은 반전과도 같았습니다. 처음 갔을 때 그 공간의 매력에 빠져 5시간을 머무르며 결국 마감 시간(10:00pm)까지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자주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그렇게 절 매료시켰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이렇게 저를 놀라게 한 중국 시안의 한 서점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취장슈청의 위치

 취장슈청은 시안의 취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친구들이 말하길 취장은 시안에서 가장 렌트가 비싼 곳이라고 합니다. 정돈된 길이며 고급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저로 하여금 자연스레 한국의 판교를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이곳은 시안에서 무척 유명한 '대당부용원(大唐芙蓉园)' (*중국 최초의 대형 황가원림(皇家园林)식 문화테마공원) 맞은 편에 있어서, 취장슈청 2층에서는 단아한 대당부용원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도 있습니다. 서점에서 바라보는 뷰는 내부의 차분한 공간과도 사뭇 잘 어울립니다.
  • 대당부용원의 모습


Floor Plan

 취장슈청은 규모와 디자인 그리고 찾아온 고객에 대한 배려와 소통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에는 아래와 같은 공간 소개가 있습니다.
  • 1층 : 도서 / 화원 / 카페 / MD상품
    2층 : 도서 / 카페 / 스테이셔너리
    3층 : 어린이 도서 및 놀이 공간 / MD상품 / 체험공간(샵인샵)


공간 기획

 중앙 공간은 1층에서 3층까지 뚫려 있어서, 무척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사선의 구조물과 계단 등으로 역동적인 공간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큼직한 선은 바닥까지 이어집니다. 바닥에는 황동 소재의 사선으로 전체 공간의 느낌을 통일시켰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무척 조용한 공간이지만, 몇 시간을 머물러도 지루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만약 이 커다란 공간이 반듯하기만 한 회색 빛 공간이었다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는 조금 답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요한 책만 얼른 사서 바삐 쉴 곳으로 몸을 옮겼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이 공간의 힘은 무척 강했습니다. 전체적인 통일감과 사소한 부분의 배려까지 공간의 즐거움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책의 분류에 따른 공간 기획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습니다. 면적이 큰 공간이 붕 떠 보이지 않도록 공간을 나눠 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 중앙 공간은 때로는 아이들을 위한 팝업 스토어로, 때로는 아트 세미나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 공간 곳곳에 중국의 요소가 묻어있습니다. 왼쪽부터 중국 고대 문자를 모티브로 반복한 디자인 / 중국 옛 서적 전시 및 판매 공간 / 중국 대형 서적 전시


책과 디스플레이

 스포츠 관련 도서는 자전거와 함께, 여행 도서는 지구본과 함께, 디자인 도서는 디자인 소품과 함께 디스플레이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관련 도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분명 관련 용품에 관심이 있을 것이기에 MD상품을 연결 전시한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 도서 및 놀이공간

 어디에서도 이렇게 크고 다양한 체험공간을 가진 어린이 도서 섹션은 본 적이 없습니다. 먼저, 3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큰 공간에 전용 놀이방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모래놀이, 블록놀이,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합니다. 어린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어린이들이 항상 가고 싶어할만한 공간이었습니다.

서점 속의 체험공간

 서점 내에는 다양한 체험공간도 있습니다. 미술, 향 DIY, 인형 제작, 가죽 공예 등의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으며, 전문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술 클래스에서는 2시간에 158위안(한화 26,000원)으로 캔버스 및 재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강사의 지도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는 클래스도 미술 클래스처럼 참여하거나 완성품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서점 안의 카페들

 서점 안에는 총 3개의 카페가 있습니다. 이 카페들이 서점의 분위기를 더욱 편안하고, 아늑하게 만들어줍니다. 커피 가격은 3군데 비슷한데 보통 카페라떼 한잔에 30위안 정도(한화 5,000원)의 가격입니다.
  • 1층에는 2개의 카페가 있는데, 하나는 내부의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입니다. 이 곳은 화원과 바로 옆에 위치해서 신선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 다른 하나는 외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편안하고 밝은 공간입니다. 조명을 잘 활용하여 디스플레이를 했습니다. 주로 사용한 소재는 메탈과 대리석이었으나, 따뜻한 컬러의 조명 덕에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줍니다. 이곳은 서점과 내부에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로 또 같이'의 느낌으로 카페 내부에서 통 유리로 서점 내부가 훤히 보입니다. (반대로 서점 내부에서도 카페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카페 또한 조용하고, 여유로운 서점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2층에 위치한 카페는 공간이 무척 크고 좌석도 많습니다. 이곳에서는 서점 내 비치되어있는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점인지 카페인지 모를 정도로 무척 조용했습니다. 인더스트리얼 풍의 내부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 카페에서는 편안한 좌석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소리가 무안해질 정도로 서점은 조용합니다. 서점 내에 있는 카페도 역시 그렇습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편하게 앉아서 쉬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편안한 소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느 서점처럼 앉을 자리를 찾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편안하고 깨끗한(심지어 예쁜) 소파가 정말 정말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1, 2, 3층의 어느 곳에 가든지 앉을 곳이 있었습니다.
 어디에든 편하게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교수님과 토론 중인 대학생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책을 찍어가고 싶다며 잠깐 들고 있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의 서점은 웬일인지 부러울 정도로 더욱 자유로워 보입니다.

글을 마치며...

 중국 서점에 대한 저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버린 이곳은 역동적이고, 웅장한 힘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각각의 특색이 있겠지만, 이곳 역시 세계 어느 곳에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깊었습니다. 멋진 공간 속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자유가 주어지고, 흥미로운 체험이 펼쳐지는 이 공간에 저 역시 계속 발걸음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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