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발효과학으로 보는 녹차와 보이차 - AMORE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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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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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발효과학으로 보는 녹차와 보이차



강호정(姜鎬玎) 교수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주요 경력
  • 2007 - 현재 연세대학교 교수
    2013 - 2014 미국 Princeton University 방문교수
    2001 - 2007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조교수, 부교수
    1999 - 2001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 박사후 연구원

  • 학력
  • 1986 - 1990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 이학사
    1993 - 1995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1995 - 1999 영국 University of Wales, Bangor, Ph.D.

  • 대표 저서
  • 2020 다양성을 엮다, 이음출판사
    2012 와인에 담긴 과학, 사이언스북스




중국과 일본에서는 차(茶)라고 하면 보통 녹차(Green tea)를 의미한다. 차나무(Camellia sinensis) 잎을 따서 그냥 두면 이파리 속 산화 효소에 의해 카테킨이나 엽록소의 물질들이 산화되면서 녹색이 없어지고 색은 불그스름해진다. 마치 나뭇잎을 따서 두면 초록빛이 없어지고 낙엽으로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 녹차는 차나무 잎을 딴후 뜨거운 증기에 노출시키거나 덖어서 산화효소의 활성을 없애기 때문에 건조 후에도 녹색을 띠고, 물에 우려내면 카테킨과 아미노산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와 달리 서양에서는 찻잎을 완전히 산화시켜 검은색이 나는 ‘Black tea’를 주로 만들어 마신다.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차가 물에 녹아 붉은 색을 띠기 때문에 ‘홍차’라고 부르지만, 서양인에게 ‘Red tea’라고 이야기하면 보통 루이보스티를 떠올린다. 중국에서는 ‘Black Tea’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일부 산화시킨 차도 많이 만들어 마시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롱차’다. 차나무의 대표적인 아종인 카멜리아 시넨시스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sinensis) 잎은 보통 녹차로 만들지만, 인도나 스리랑카, 중국 남부에서 자라는 카멜리아 시넨시스 아사미카(Camellia sinensis assamica)는 잎 모양이나 구성 성분이 다르며 보통은 산화시켜 홍차로 제조한다. 인도의 아삼티나 스리랑카 우바티가 대표적이다.



홍차(청우롱원물)

홍차(제주숲홍차원물)

흑차(삼다연원물)




이런 녹차나 산화시켜 만든 차 이외에, 미생물을 이용해서 발효(Fermentation)시켜 만든 차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발효는 음식이 썩는 ‘부패(Putrefaction)’와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반응이다. 우리가 밥을 먹고 배설물을 내어놓으며 살아가는듯이 미생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유기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고 여러 가지 배설물을 내놓는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먹는 과정에 산소를 활용해 유기물을 분해하고,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날숨으로 뱉어낸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분해하다가 산소가 부족하면 중간에 멈추고, 그 중간 산물로 여러 가지 유기물을 내어놓기도 한다. 완전한 산화보다는 효율이 낮지만 그래도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 그 환경에 잘 적응된 반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에 따라서 또 환경에 따라서 이렇게 만들어지는 중간 산물이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이 알코올이다. 바로 술을 만드는 과정이다.

만일 여러 가지 유기산이 만들어진다면 요거트와 같은 음료가 되기도 하고, 김치와 같이 식품이 되기도 한다. 또 우유를 시작으로 발효를 진행하면서 치즈를 만들 수도 있고, 콩으로는 메주를 쑬 수도 있는 것이다. 발효란 인간이 미생물들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음식이나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인데, 발효가 뜻대로 되지 않고 신맛이 나는 상한 음식이 되면 부패라고 부른다.



<다양한 발효차>



흥미롭게도 찻잎을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시켜 만드는 차도 있는데, 이를 흑차(黑茶, Dark tea)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이차’라고 부르는 ‘푸어티(Pu’er tea)’다. 차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도 명나라 말기까지는 녹차나 우롱차를 주로 마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청나라 초기에는 보이차가 널리 알려지게 된다. 원래 보이차는 중국 남부 유난 지방의 소수 민족들이 각기 자신의 방식으로 발효시켜 마시던 차였는데, 널리 성행하면서 이 차들을 모아 거래하던 행정구역인 ‘보이부’의 이름을 따서 보이차라는 유형의 차가 새롭게 등장하게 된 것이다.

보이차의 발효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관여하는데, 특히 아스퍼질러스(Aspergillus)와 같은 곰팡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발효를 거치다 보니 보통 녹차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물질들이 생성되며 이 때문에 보이차만의 독특한 색과 향, 그리고 맛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발효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믿음 때문에 보이차도 보통 녹차보다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도 널리 퍼져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물질이 건강에 직접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보이차가 우리 대장 속에 사는 세균들, 즉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보이차의 어떤 성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 본 칼럼은 매일경제 ‘강호정의 차의 테루아르와 과학’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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