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황금 개의 해, 복 많이 받고 계신가요? 곧 있을 설 연휴에도 많은 복 받으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칼럼니스트 5기로 총 6회의 칼럼을 계획했었는데, 이번 마지막 칼럼을 쓰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니 시간이 빠름을 새삼 느낍니다. 내년 이맘 때쯤엔, 사우 여러분 모두 '계획했던 모든 것들을 달성했다' 혹은 '최소 도전이란 것을 해봤다'는 소회가 남으시기를 바라봅니다.
# 슬라이스 브레드(Sliced Bread)의 탄생
오늘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빵은 '식빵'입니다. 제가 첫 칼럼 때 파운드케이크를 소개하면서 빵은 글루텐 함량이 많은 강력분으로 만드는 '브레드류'와 글루텐 함량이 적은 박력분으로 만드는 '케이크류'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대체로 강력분으로 만드는 빵은 발효 과정을 거쳐야 하고, 오븐의 온도와 시간 조절이 매우 중요하므로 좀 더 어려운 등급의 베이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브레드류의 대표는 역시 식빵이겠지요. 사실 식빵을 영어로 브레드라고 부르니 빵류 중에서도 기본이라고 하겠습니다.
식빵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주식으로 먹어왔다고 합니다. 인류가 식빵과 쌀밥을 주식으로 삼았으니 역사는 당연히 길겠지만 요즘 보는 식빵처럼 얇게 썰어 파는 식빵이 세상에 나온 지는 재미있게도 10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전까지는 로프 브레드(Loaf Bread), 즉 자르기 전의 덩어리 식빵으로만 판매되었고 이는 가정에서 귀찮지만 중요한 가사 업무 중 하나였습니다.
독일계 이민자였던 '오토 로베더(Otto Rohwedder)'는 보석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주부들의 불평을 듣게 되었는데요. 그 불평은 아침마다 덩어리 식빵(Loaf bread)을 써는 것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덩어리 식빵을 균등한 크기로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일정하게 자르는 데는 숙달된 능숙함이 필요했고 사용하는 칼 역시 매우 날카로워 다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토 로베더는 당시 3만 명 이상을 설문 조사해 필요한 기계의 형태를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1917년 덩어리 식빵을 써는 기계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해 불의의 화재로 그가 만든 프로토타입과 청사진이 모두 불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보석상으로 모은 돈으로 차린 회사가 모두 불에 타자 그는 증권과 투자 매니저로 생업을 이어가며 마침내 10년 뒤인 1927년 다시 기계를 만들었습니다. 그 기계로 1928년 미국 미주리 주(State of Missouri)에서 지금처럼 얇게 썬 슬라이스 브레드(Sliced Bread)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혁신적인 기계는 불티나게 팔렸고 곧 덩어리 식빵의 점유율을 제치고 식빵 시장의 80%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했습니다. 말 그대로 혁신 상품이었던 것이지요. 이 혁신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 다음과 같이 단적으로 표현한 문장이 있습니다.
※ 케임브리지 사전 中
"the best(greatest) thing since sliced bread.> : extremely good (eg: When I first got this computer I thought it was the best thing since sliced bread."
이런 혁신적인 변화에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시 식품처를 겸하던 미국 농무부가 전시 물자를 절약하기 위해 이 식빵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빵을 포장할 때 쓰는 기름종이와 식빵을 자르는 칼날의 철을 절약한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주부들의 반발로 이는 무산되었습니다. 요즘은 정기 배송(Subscription) 식빵을 비롯해 식빵 안에 잼이나 치즈 등을 넣은 식빵, 그리고 1인 가구에 맞는 작은 정육각형 모양의 큐브 식빵 등 식빵의 혁신이라 할 만한 다양한 형태의 식빵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대에 따라 혁신의 형태를 바꾸어가는 것은 베이킹도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 칼럼을 마치며
아쉽지만 마지막 칼럼은 식빵 종류 중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우유 식빵 레시피'를 알려드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한 해 동안 저의 칼럼에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