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장원 서성환 님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에 담긴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요약해 소개합니다.
제6화. 인삼, 아시안 뷰티로 태어나다
창업자 장원 서성환 님에게 자식 사랑에 버금가는 게 있다면 연구에 대한 애착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연구는 돈만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일 때였지만, 연구의 중요성을 일찍 절감하고 있던 서성환 님은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무척 애를 썼습니다.
1964년 어느 날, 서성환 님은 연구원들에게 '인삼 화장품을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을 털어놓았습니다. 남프랑스 그라스의 여행에서 그가 마음속에 담아왔던 '식물 재배로 경제와 문화를 키워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늘 뇌리에 맴돌았고, 그 생각 끝에 개성에서 자란 서성환 님의 마음 한구석에 비켜서 있던 인삼이 불려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인삼의 약효에 대한 얼마간의 지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던 때라 그야말로 백지상태에서 인삼의 미용효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원들은 인삼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살펴 추출물이란 추출물은 모두 뽑아 그 효능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2년 뒤, 1966년 세계 최초의 한방화장품 'ABC 인삼크림'을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인내를 요구하는 긴 연구가 다시 시작되었고, 1972년 마침내 인삼의 잎과 꽃잎에서 인삼 유효 성분인 '사포닌'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루한 연구 중에 얻은 또 하나의 결실이었지만, 그것 역시 그대로 화장품 원료에 사용하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냄새와 자극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듬해인 1973년, 서성환 님의 오랜 기다림과 묵묵한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세계 최초로 인삼 사포닌을 원료로 한 화장품 '진생삼미'가 탄생했습니다.
'진생삼미'와 1975년 출시한 '삼미'는 일본과 영국, 캐나다 등지로 수출되었습니다.
인삼을 고급 보양 식물로만 여기던 국내와는 달리 아시아에서 온 신비로운 이 식물성 화장품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은 특별했습니다. 이러한 해외에서의 반응을 보며 서성환 님은 식물과 자연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인삼 화장품 개발 능력이 생기자 서성환 님의 관심은 인삼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한방 식물들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인삼에서 피부 미용 효능 물질을 추출했듯이 자연 속에서 자라는 수많은 식물로부터 더 많은 이로운 물질들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생각이 현실이 되는 길이 평탄할 수만은 없었고,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결국 1987년 피부에 아름다운 눈꽃을 피운다는 뜻을 담은 '설화'가 개발되어 그의 소망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설화'는 인삼 화장품을 만든 기술력을 기반으로 율무, 당귀, 치자, 감초 등의 여러 한방 약초들에서 효능 물질을 추출하여 만든 제품으로 본격적인 내용과 모양을 갖춘 제대로 된 한방 화장품이었습니다. 그로부터 꼭 10년 후, 비로소 한방 화장품의 진수라 불리는 '설화수'가 태어났습니다. 인삼 화장품 연구를 시작한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