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오늘이 역사가 되는 내일의 서울 - AMORE STORIES
#문성민 님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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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늘이 역사가 되는 내일의 서울


 안녕하세요.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서울, 도시의 삶>을 주제로 칼럼을 써왔는데, 벌써 6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번 화에서는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서울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것, 그리고 도시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들에 관한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이 도시의 모습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소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로는 고령화와 도시화, 두 번째는 교차사용, 세 번째는 글로벌화입니다.
  • 서울역 (출처 : www.designersparty.com)



1. 고령화와 도시화

 2030년이 되면 인구구조가 변화하기 시작해,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고 주택 수요도 줄어들어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도심이 텅 비어버릴 것 같다고 상상했던 적이 있습니다. 2030년을 10년 앞둔 지금, 비록 인구증가세는 둔화했지만 1~2인 가구의 증가로 오히려 도심으로 진입하는 가구 수는 더욱 늘어났습니다. 한때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신도시 개발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도쿄 인근의 신도시가 한참 개발된 이후 일본 역시 1인가구 트렌드와 도심회귀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맞춰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도시재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도쿄 도심에 모이며 주거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기사가 우리나라에도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신도시 건설, 도심회귀, 도시재생의 순서로 이어지는 현상이 사실은 일반적인 도시 Life Cycle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설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도시는 초기 산업화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들(특히 젊은 청년들)로 인해 재빠르게 도시화가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난개발이 일어납니다. 난개발은 자연스럽게 삶의 질을 저하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이를 피해 도심을 살짝 벗어나 거주지를 찾는 스프롤링 현상이 빚어집니다. 산업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자본이 축적된 사회는 난개발이 일어났던 도심을 재정비하기 시작하며, 개선된 환경을 따라 외곽에서 중심으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수요가 급등하며 가치가 높아진 도심은 때론 그 가치를 초과하는 가격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도시 생장의 순환 과정일 것입니다.

심해지는 고령화,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도시

 많은 사람이 "은퇴하면 지방으로 내려가야지, 시골로 가야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인은 도시에서 거주해야 이유가 더 많습니다. 도시는 병원, 편의시설, 친지와의 근접성, 이동의 편의성 등 시골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실제 자산을 축적한 50·60세대는 은퇴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기보다 서울에 터전을 잡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령화 자체가 도시화를 심화시키는 것이죠.

 청년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지방 중소도시나 각 광역시에서 구직 후 터전을 잡고 가정을 이루고 살았다면, 최근에는 대도시 특히 서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청년층이 몰리면서 서울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수많은 중공업 회사들은 연구 인력이 생산시설 내부나 그 인근에서 상주하면 시너지효과가 더욱 극대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고급인력일수록 서울과 수도권에서 거주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채용에도 불균형이 발생하며, 이것이 곧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기도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서울로 청년을 당기기도 하지만, 지방에서 구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있더라도 청년들은 서울에 남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실제로 대학교나 기업이 서울에 몰린 만큼 또래의 이성을 만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남서울 개발 이전 논현동의 모습 (출처 : www.designersparty.com)



2. 공간의 교차사용과 강남 불패

공간의 가치는 교차사용에서 생겨난다

 '아, 거기가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는 말과 '아, 난 거기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라는 말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 바로 도시의 성장이자 변화의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조건을 가진 도시에서 변화가 일어나는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흔히 식당에서 우리는 얼마나 회전율이 높은지를 따져보곤 하는데요. 회전이 빠른 식당은 재료 소진도 빠르고 같은 평수 대비 더 많은 고객 유입으로 높은 이익을 얻습니다. 회전율이 좋아야 그 공간의 가치도 상승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회전율의 개념이 바로 공간의 교차사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교차사용이 활발한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가치 상승이 꾸준하며, 이는 다시 사용 관점에서의 교차사용과 지역 관점에서의 교차사용으로 나누어집니다. 사용 관점이란 예를 들어서 아침에는 직장인들이 커피를 사 마실 수 있는 카페, 낮 시간대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상점, 점심에는 직장인이 회사에서 나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 늦은 오후에는 하교한 학생들이 모이는 학원, 퇴근 후 저녁이나 술자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모두 모인 지역이 바로 매우 뛰어난 회전율(높은 교차사용 빈도)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지역 관점의 교차사용은 대규모 업무지구인 서울과 수원을 양쪽으로 두고 신분당선을 끼고 있는 광교 지역, IT 밸리를 끼고 있으면서 상하로는 강남과 수원을 두고 있는 판교신도시 등이 교차사용이 뛰어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도시를 바라볼 때 사용 관점에서의 교차사용과 더 큰 지역 관점에서의 교차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강남은 가격이 안 내려갈까?

 ‘왜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싸지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가 원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공급과 수요 사이의 균형점에서 생겨나는데, 한정된 토지라는 특수성으로 공급은 제한적인 데 반해 수요는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교차사용을 고려했을 때,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 - 순서는 서쪽에서 동쪽)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곳이기 때문에, 그 효용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대기수요로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격을 떠받치는 하방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것이고, 그 하방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교차사용을 원하는 수요입니다.
  • 현재 경희궁 롯데캐슬 자리의 과거 모습 (출처 : www.designersparty.com)

  • 광화문 광장 (출처 : www.designersparty.com)



3. 글로벌화

서울시민 20명 중 1명, 영등포구 10명 중 1명은 외국인 주민

 우리는 흔히 글로벌하면 화려한 업무지구에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사실 글로벌화는 인접한 국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며 형성되기 시작한 경우가 오히려 많습니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사람들은 경제적 자산이 많이 축적된 곳으로 이동합니다. 다시 말해 ‘황금어장’으로 어부들이 모이듯 일자리가 많고 살기가 좋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죠. 동아시아에서는 서울이 바로 그런 도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서울에 거주 중인 외국인 인구수는 974만 명 중 41만 3,943명으로 약 4.2%에 육박합니다. 구별로 볼까요? 영등포구는 59,561명 (13.9%), 구로구는 54,541명 (12.8%) 금천구 33,107명 (7.7%) 관악구 29,698명 (6.9%)로 글로벌화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 속도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2009년 28만 명이었던 외국인 주민은 10년 만에 50%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서울시 거주 외국인의 수는 10년 안에 전체 서울시민 수의 10분의 1인 1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우리가 어릴 적 지나가는 외국인을 보고 신기해하며 “외국인이다!”라고 외치던 모습은 머지않아 옛 추억이 되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도시와 사람들의 주거환경도 그에 따라 변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면 차이나타운, 리틀 도쿄, 리틀 이탈리아를 찾아볼 수 있듯 그런 모습들이 서울 안에도 재현되리라 생각합니다.
  • 서울시 내 자치구별 외국인 주민 비중 (출처 : 뉴시스, 서울시)

 서울은 1945년 1인당 국민소득이 45달러인 국가의 수도였습니다. 7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 국가로 성장했으며, 서울은 전 세계 도시 중 뉴욕, LA, 도쿄에 이어 4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갖춘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급속한 도시화가 이뤄지며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지금의 서울을 만들었습니다. 1950년대 한강철교와 한강대교 2개의 다리만 있던 서울에는 이제 4개의 철교와 27개의 대교가 만들어지며 총 31개의 다리가 놓였고, 강남과 강북은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우리가 마주할 서울의 모습은 오늘과 또 다를 것입니다. 더 많은 철도와 도로가 만들어져서 서울은 확장될 것이고,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곳은 더 넓어져서 공간이 콤팩트해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1~2인 가구와 외국인 가구의 증가로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며, 소비의 패턴도 바뀌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나쳐가는 하루들이 모여 변화가 일어나겠지요. 그 변화를 한 발자국 물러서서 지켜보신다면 개인의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길 것입니다. 나아가 삶이나 업무에서도 주변에 일어나는 변화들이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여기서 나는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도시를 보는 재미 아닐까 합니다.

 2019년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0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흥미로운 주제로 칼럼을 연재해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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