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새해엔 전통 마을로 떠나보자 - AMORE STORIES
#권미정 님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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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새해엔 전통 마을로 떠나보자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향료연구팀 권미정

전통문화와 친해져 보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린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전시회나 공연도 다녀보고 책도 찾아 읽어보며 전보다는 많이 알게 되고 즐기게 된 것 같은데요. 뭔가 부족하게 느껴져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발로 덜 뛰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체험'의 꽃! 가장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여행'을 준비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통문화가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전통 마을에 대해 알아보고, 내년 여행 계획을 짜 보려고 합니다.

# 전통 마을 찾기

전통 마을이라 하니 처음에는 민속촌과 전주 한옥마을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곳들은 미술관에 전시된 것처럼 다듬어지고 꾸며진 곳들인데요. 오래전부터 살아오던 방식을 고수하며 현재에도 사람들이 일상을 사는 살아 숨 쉬는 전통 마을들이 곳곳에 있다고 합니다. 안동 하회마을이 그 예일 텐데요. 제 이름에서 아실 수 있듯이 저는 안동과 관계가 깊어 자주 방문하는데, 정말 민속촌 같은 동네에 아직도 많은 분들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하회마을 전경


하회마을도 평범한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현수막들


# 봄 : 우아하고 다채로운 양동마을

양동마을은 14세기경에 조성된 역사적인 마을이라고 합니다. 처음 들어본 것은 한 다큐멘터리에서였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선비 할아버지들'만 살고 계실 것 같은 마을처럼 보였는데 초등학생들을 인터뷰하는 장면이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깍듯이 존댓말을 구사하는데 그게 참 멋져 보여 양동마을은 우아한 마을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양동마을의 다양한 가옥들

이처럼 양동마을은 예로부터 선비를 길러내던 마을이었습니다. 자세히 말하면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라는 두 가문이 중심이 되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지금으로 치면 장, 차관급 인재들을 길러냈다고 합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여러 계층이 모여 살다 보니 여러 시설이 필요했고, 또 그것들을 서로 더 멋지게 가꾸려 하다 보니 지금처럼 다양한 건축물을 남길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마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간인 정자가 양동마을에는 유독 많다고 하는데요. 그것이 두 가문이 따로 지어 관리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양동마을의 삶은 조금은 긴장감이 감돌았을 듯도 하지만 균형 있게 공존해 온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보문단지의 벚꽃과 한 상 푸짐한 쌈밥정식

양동마을을 봄에 가봐야 하는 이유는 보문호수를 둘러싸고 화려하게 피는 벚꽃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리고 푸짐한 쌈밥 정식도 먹어야겠지요.

# 여름 : 아늑하고 시원한 고성 왕곡마을

강원도 고성은 동해안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선선한 바닷가 마을입니다. 몇 해 전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다가 한적하고 깨끗한 해변에 반해서 여름에 물놀이하러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도 전통 마을이 숨어 있다고 하니 꼭 가봐야겠어요.

한적한 왕곡마을의 전경

왕곡마을은 조선 개국 초기에 고려 공양왕의 최측근이었던 함부열이라는 분이 이성계의 눈을 피해 들어가 숨어 살기 시작한 곳으로,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동학운동 당시에는 동학군이 숨어서 전력을 다지던 곳이었다고 하고요.

원래도 외진 곳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동해안에 7번 국도를 건설하면서 왕곡마을 앞을 지나던 길이 폐쇄되어 더 개발과 멀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조용하던 마을이 한바탕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바로 이곳이 38선 북쪽에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 정권에 있다가 남한으로 넘어오며 많은 사람들이 사상을 따라 마을을 떠나거나, 혹은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오는 등 혼란을 겪었다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 흩어지기도 하고 갈등을 겪는 등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감히 상상해봅니다.

화진포 해수욕장과 막국수

역사가 살아있는 왕곡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나서 예쁜 바다에서 피로를 씻어야겠습니다. 화진포 해수욕장은 정말 혼자 알고 싶은 숨은 명소라 생각했는데, 이미 많이 유명하더라고요. 역시 얼리 어답터는 못되나 봅니다. 그리고 맛있는 막국수도 먹어야겠지요! 생각만 해도 시원해집니다.

# 가을 : 살아보고 싶은 '도시', 낙안읍성

작년 말 순천만에 갔었는데, 그 주변에도 멋진 전통 마을이 있었습니다. 바로 '낙안읍성'입니다. 동글동글 초가집이 모여 있어 드라마 촬영지나 민속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살아있는 마을이라고 하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일 것 같습니다.
  • 중세 도시 낙안읍성의 귀여운 초가집들. 구석구석 주차된 차들도 보인다

조선 중기에 지은 1.4km에 달하는 성으로 둘러싸여 있는 낙안읍성은 으리으리한 양반 가옥이 아닌 일반 서민들이 사는 초가집 집성촌입니다. 초가집 집성촌으로는 유일하게 보존된 곳이라고 합니다. 당시 중요한 행정 기관들이 모여 있었고, 인구도 주변 마을보다 4배가량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야말로 '도시'라고 하는데,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순천만과 팔진미

낙안읍성의 유명한 먹거리는 '팔진미'라고 합니다. 이것은 낙안에서 구할 수 있는 8가지 귀한 식재료인 석이버섯, 고사리, 도라지, 더덕, 미나리, 무, 녹두묵, 붕어 등을 계절에 맞게 내는 백반이라고 하는데요. 팔진미를 제대로 먹으려면 낙안읍성에 철마다 가야겠네요! 팔진미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나면 끝없이 펼쳐진 순천만의 황금 물결 속을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습니다.

# 겨울 :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 성읍마을

겨울 하면 남국, 남국 하면 제주도! 저만 그런가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전통마을 답사가 가능할 듯한 제주 성읍마을은 겨울에 가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 성읍마을의 전경

아마도 제주 패키지여행 필수 코스일 듯한 이 민속 마을은 제주에 처음 가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많이들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오래전 수학여행 갔을 때 가보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것 같아요. 친구들과 웃고 떠드느라 제대로 구경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국적인 제주도의 풍광만큼이나 마을의 모습도, 살아가던 형태도 육지의 그것과는 달랐을 테니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빗물을 받기 위해 만든 장치인 새촘과 제주의 명물 흑돼지

물이 잘 고이지 않는 제주 암반의 특성상 물이 귀해 빗물 한 방울도 아껴가며 받기 위해 만들어졌던 '새촘'이나, 바람이 덜 들어오게 하려고 구불구불하게 설계한 골목길 등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풍경을 성읍마을에서 많이 접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먹거리가 너무나 많은 제주이지만 흑돼지는 꼭 먹어야겠죠!

야심 차게 사계절 여행 계획을 공개해 봤지만 사실 전국에 더 많은 전통 마을이 있답니다. 이름부터 특이한 닭실마을과 원터마을 등등 기회가 된다면 다 가보고 싶습니다.

# 칼럼을 마치며…

저를 K-culture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끈 건 매우 '믹스'된 저의 조카에게 뭐라도 더 보여 주고픈 작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 지구에서 다양한 문화를 더 편하게 접하며 자랄 우리 아이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려면 좀 새삼스러울지라도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알고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을 불태워 보기도 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알아보고 들여다보는 동안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저의 마음가짐도 조금씩 변한 것 같습니다. 나태주 님의 시에 나오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이 들꽃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가소로운 '아는 척'도 눈감아주시고 오며 가며 관심 보여주신 너그러운 사우 분들과 좋은 기회를 주신 사내커뮤니케이션팀에 감사 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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