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레는 프랑스인이 고대 중국에서 수입한 비단에서 나타나는 물결무늬를 일컫었던 말로, 지금은 두 개이상의 주기적인 물결무늬가 겹쳐서 생기는 간섭무늬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됩니다. 모아레 무늬가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맥놀이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맥놀이 현상이란 주파수가 비슷한 두 개의 파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두 주파수 사이의 차이에 따라 주파수 폭이 일정한 주기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신각 종을 쳤을 때 뒤로 갈수록 종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여운을 남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타종되는 종의 부위와 두께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종을 쳤을 때 유사한 두 개 이상의 음이 발생하게 되어 서로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소리들이 상대 주파수에 상쇄와 보강을 일으켜 일정한 주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종소리가 커졌다 작아지는 것처럼 들리게 되고, 두 주파수가 일치하면 이러한 현상은 사라집니다.
모아레 현상은 맥놀이 현상이 시각적으로 발생(빛 역시 파동이기에)한 것으로, 일정한 간격을 갖는 물체 사이에 발생하는 간섭 무늬를 말합니다. 알리아싱(Aliasing)이라고도 불리며 색이 변질되는 크로마 알리아싱과 밝기가 번쩍이는 휘도 알리아싱이 있습니다.
미세한 물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연구 목적이나 의료용 사진 촬영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현상이지만, 사진 분야에서는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동적인 이미지로 모아레 현상을 인식하는 것과 정적으로 모아레 현상이 고정되어 있는 사진을 보는 것은 다릅니다.
사진용 카메라 기술에서는 모아레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광학식 로우패스 필터(Optical Low Filter)라는 것을 이미지 센서 앞쪽에 설치해 이미지 센서로 들어오는 정보를 걸러내어 빛의 파장에 따른 간섭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미세한 이미지 품질의 저하를 감수하는 방식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없으면 안되는 부품, 기술의 발전으로 역사 속으로
근래에 들어서 카메라 업체들은 모아레 현상을 억제해 준다고 광고하던 로우패스 필터를 앞다투어 빼고 그것을 장점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분야의 이미지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의 발전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광학식 로우패스 필터의 도움을 받지않아도 모아레 현상을 억제할 수 있고, 사물의 색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미지 퀄리티의 손해를 보는 로우패스를 필터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모아레 현상을 억제 할 수 있는 카메라의 소프트웨어, 불규칙적 배열의 이미지 센서등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 품질의 저하없는 방식을 통해 점차 로우패스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점차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지 표현 및 출력물에 대한 제약이 줄어들며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것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더불어 이번에 다룬 모아레 현상 이외에도 여러가지 디자인 제작물 표현에 제약을 만드는 많은 한계점들에 대해서 학습하는 것은 디자인 자유도를 높여 주는 긍정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