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모두가 행복한 공존의 방식 - AMORE STORIES
#이종욱 님
2016.12.23
14 LIKE
867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6%ed%99%94-%eb%aa%a8%eb%91%90%ea%b0%80-%ed%96%89%eb%b3%b5%ed%95%9c-%ea%b3%b5%ec%a1%b4%ec%9d%98-%eb%b0%a9%ec%8b%9d

제6화. 모두가 행복한 공존의 방식

Columnist
4기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주택적 삶과 노동의 진화

제6화. 모두가 행복한 공존의 방식
–함께 놀고, 함께 일하기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 e커머스3팀 이종욱 님

어느덧 주택에서 4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맨발바닥에 닿는 마룻바닥의 서늘함이 이제는 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고, 놀랍고 그렇습니다. 털 실내화는 몇 주째 다른 한 짝을 찾지 못해 제대로 신고 다니지도 못하고 있고요. 지난달엔 적잖은 비용을 들여 보일러 배관 청소라는 걸 했습니다만, 여전히 방마다 뜨거운 정도는 일정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주택에서 산다는 건 끊임없는 수리와 관리의 연속이라던데, 이제야 조금씩 그것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여름, 큰맘 먹고 추진해 본 마당 공사 내용을 공유 드려볼까 하는데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놓고 집 자랑이 될 것 같습니다. 부디, '아, 귀한 돈을 이런데 썼구나~' 이란 관점보다는 '오, 이렇게 바뀌었구나~'로 봐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첫해엔 인테리어…

이사 온 첫해에는 우선, 집 내부 리뉴얼에 집중했습니다. 오래된 집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촌스러운 체리빛 몰딩과 벽지, 낡은 욕실과 바닥재가 가장 눈에 거슬렸습니다.

물론 초반에 잡아놓은 예산을 훌쩍 넘겨 버렸고요. 역시나 주택 인테리어나 자동차 옵션 선정에 임할 때는 그냥 내면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게 좋겠단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직도 가끔 거실의 하얀 벽을 보고 있으면 '그때 그냥 무리를 좀 해서라도 벽난로를 설치해야 했던 건데'란 생각이 드니 말이죠.
  • 입주 전 거실과 욕실(Before & After) / before는 일반렌즈, after는 광각렌즈로 촬영

아무튼 2주라는 다소 긴 기간 동안 인테리어 시공을 했고, 다소 디테일 하지 않은 지점도 있지만 나름 만족스러워하며 지금껏 잘살고 있습니다. ^^

제발 마당을 좀 어떻게...

매해 여름만 되면 마당을 좀 어떻게 해봐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왕성한 생육과 번성으로 도무지 관리가 되지 않는 잡초들과 그와 함께 난리인 벌레들 덕(?)분인데요. 그런데도 매번 주저하게 되는 건 결국 적잖은 비용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많은 돈을 들이는 게 맞는 건가 하면서 말이죠.

그러다 드디어 올해, 저와 아내는 무거운 용단을 내리게 됩니다. 이러려고 주택에 사는 건데, 그게 안 되면 자괴감이 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죠.^^ 결국 오래된 차를 바꾸려던 계획은 잠시 미루고, 가드닝 전문가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제법 유명한 가든 디자이너 한 분을 만나 상담을 받고, 몇 주 뒤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오래도록 맘속에 지니고 있던 정원에 대한 로망들을 다 끄집어내 전문가에게 설명했죠. 베르사유 정원의 웅장함이 어쩌고, 일본식 정원의 정갈한 화단이 어쩌고 말이죠. 하지만, 한정된 예산이 저를 현실의 길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결국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죠. 가장 힘주고 싶은 것이 뭔지, 이거 안 했을 때 몇 년간 후회할 것 같은 건 뭔지… 등에 대하여
  • 설명은 장황했으나, 결국 간략하게 정리된 마당 조감도 스케치


마당에 대한 세가지 고민

제가 가장 고민했던 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마당 울타리였습니다. 택배 주문을 하면 기사분이 친절히 집 앞문까지 물건을 가져다 주어 고마웠는데, 한편으론 누군가가 내 집 담을 넘어 들어온다는 게 좀 거시기 했던 것이죠. 하지만 일정치 않은 지면 위로 담을 세운다는 게 쉬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더하여, 잔뜩 올라간 돌담 역시 답답해 보일 것 같단 생각도 들었죠.

그러던 중 작업 책임자분의 아이디어로 대문 밖 공간 위로 데크를 올리게 되었고, 덕분에 울타리는 물론 마당이 더욱 넓어지는 놀라운 결과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청소할 공간이 늘긴 했습니다만)
  • 대문 앞 데크 올리기 작업 '전 → 중 → 후'

두 번째는 경계가 모호한 잔디와 텃밭이었습니다. 전에 사시던 노부부께서 원래는 잔디가 가득한 곳의 일부를 텃밭으로 만들어, 각종 작물을 경작하셨는데요. 덕분에 마당의 높낮이가 맞지 않고, 볕이 잘 들지 않는 담 아래는 각종 습지 식물과 벌레들로 난리였습니다. 경계 없는 자유로움 속 여유는 생겨났지만 그것을 넘나드는 벌레와 잡초 덕분에 마음속 근심 또한 자라더군요.

가든 디자이너 아주머니께는 성인 2명이 일주일에 한 시간 정도의 노동으로 관리 가능한 마당과 화단 사이즈를 요청했고, 화단의 꽃나무들 역시 너무 섬세(?)하지 않은 친구들로 식재를 부탁드렸습니다. 센스와 경험 충만한 선생님께선 부족한 예산만큼이나 저희의 요청을 잘 들어주셨고요.

덕분에 저희도 다양한 꽃들의 이름을 외우며, 그들과 친해질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주일에 한 시간 노동으로는 '택'도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긴 했습니다만.
  • 인도와 화단의 명확한 경계의 완성 → 전(좌) VS 후(우)

마지막으로는 밤이 되면 당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당이었습니다. 특히나 대문 쪽 돌계단은 야간 보행에 어려움이 제법 많았는데요. 이 부분은 동네 조명 전문가를 모시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가뜩이나 밤에는 깜깜해서 무섭다고 마당엘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여기저기 쏘고 밝히고 해보았죠. 그러고 나니, 이제 좀 사람 사는 집 같아 보였습니다.

공사는 대략 열흘 정도 걸렸고,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물론 저와 아내의 목숨을 건(?) 사후 관리가 관건이겠습니다만, 점점 커가는 아이들에게도 이 참 노동의 현장에 동참시킨다면, 고통은 절반으로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벌써 저와 제 아내는 각종 상황별 용돈의 견적을 고민 중입니다. 잡초 제거 수당을 건당으로 해야 할지, 투입 시간으로 할지를 놓고 말이죠.

마지막 칼럼을 마치며…

살면서 글은 많이 써봤지만, 돈을 받아 보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막연히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무언가 고상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보다는, 정해진 마감 시한에 결과물을 뽑아(?)내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내커뮤니케이션팀의 어떠한 물리적 압박도 없었음을 밝혀 드립니다만...

뭔가 근사한 집의 이야기보다는 그 공간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함께 먹고, 함께 일하며 사는 '6시 내고향' 같은 박진감과 리얼리티도 공유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소재가 아무래도 개인적 일상과 가족에 대한 것들이다 보니, 다 써진 글이 제 손을 떠나 뉴스스퀘어에 떡 하니 오르면, 마치 속에 있는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은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총 여섯 번의 글을 써오면서, 지금 사는 집에 대한 나름의 생각과 경험들을 정리해 보게 되었고, 무슨 글을 써볼까 하는 고민 덕분에 삶의 화두가 좀 더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사소하지만, 특별한 글짓기 덕분에 제법 늦은 나이에도 여전히 마음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요. 은근한 응원과 공감으로 반응해주신 사우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P.S. 매회 많은 분의 댓글 하나하나에 답을 달지 않았던 이유는 작가 특유의 신비로움 유지를 위한 시크함 때문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타고난 망설임과 게으름으로 댓글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었음을 밝힙니다;;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고맙습니다.



  • 좋아해

    14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