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따스한 연말, 크리스마스 그림책 - AMORE STORIES
#이재은 님
2018.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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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따스한 연말, 크리스마스 그림책

칼럼니스트이재은 님
아모레퍼시픽 조직문화개발팀


 숨가쁘게 달려온 2018년이 어느덧 9할을 넘겼습니다. 어느 때부터일까요? 제게는 매년 이맘때만되면 연말을 조금 더 따스하게 보내게 해주는 저만의 작은 의식이 생겼는데요. 그것은 바로 아이 핑계를 대고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잔뜩 장만하는 것입니다. 그림책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사랑, 가족, 우정을 상징하는 날인 데다 빨강, 초록, 금색, 흰색 등 보기만 해도 두근두근해지는 알록달록한 색, 거기에 요정과 선물, 마법과 같은 소재가 잔뜩 나오는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그림책계(?)의 종합 선물 세트요, 베스트 오브 베스트 앨범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죠. 따스한 집에서 아이와 꼭 붙어 앉아 잔잔한 캐럴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장만한 그림책을 며칠 간격으로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아이와 함께 읽어 내려가면 마치 동화 속 벽난로가에라도 앉은 듯 따스함이 온몸에 전해지고, 크리스마스가 벌써 이만치 가까이 온 듯 기대감은 최대치로 커집니다. 바로 이때 지난해 이후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트리를 꺼내어, 그림책에 나왔던 트리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트리를 꾸미다 보면 왠지 그림책 속에만 있던 트리가 우리 집 안으로 튀어나와 반짝이는 듯한 느낌도 들고요. 산타의 선물 이야기를 읽어주며 아이가 갖고 싶은 선물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낼 수도 있지요.

 여러분도 아이에게, 배우자에게, 그리고 누구보다 한 해 동안 수고한 나 자신에게 따뜻한 크리스마스 그림책 한 권을 선물해보시면 어떨까요? 잘하면 한 달간은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며 살 수 있으니 해볼 만한 투자가 아닐까요? 그래서 '모두의 그림책' 마지막 화인 오늘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그림책들을 한 꾸러미 준비해보았습니다.

모두에게 꼭 맞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축복을
로버트 배리,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로버트 배리의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는 제목과 어울리는 아주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윌로비 씨의 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멋스럽게 말려 올라간 콧수염에 넉넉한 풍채, 스리피스 슈트를 차려입은 신사 윌로비 씨는 그와 그의 빅토리아풍 저택에 어울리는 멋진 트리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왔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트리는 하늘로 쭉 뻗은 큰 키며, 무용수의 화려한 스커트처럼 층진 맵시며 윌로비 씨의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단 하나, 나무가 저택의 천장보다 딱 한 마디 더 커서 맨 꼭대기가 픽 꺾인다는 점만 빼고는 말이죠. 윌로비 씨 댁의 유능한 집사 백스터 씨는 픽 꺾인 나무의 꼭대기를 우아한 은쟁반에 잘라 담아 역시 같은 집에서 일하는 애들레이드 양의 마음을 살 선물로 활용하며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러나 자그마한 자신의 다락방 한쪽에 둘 트리가 생겼다며 기뻐하던 애들레이드 양의 '한쪽'에도 트리는 딱 한 치 정도가 커서 맨 위 꼭대기가 또 픽 꺾이고 맙니다. 애들레이드 양은 실망하지 않고 백스터 씨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방에 꼭 맞게 꼭대기를 잘라 밖으로 버립니다.
 이렇게 한때 윌로비 씨네 나무의 필요 없어진 꼭대기는 애들레이드 양 방의 한쪽에서, 정원사 팀 아저씨네 창가에서, 곰 가족의 벽난로 위에서, 여우 가족의 서랍장에서, 작고 아담한 토끼네 집 한복판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윌로비 씨네 대저택 안의 생쥐 가족네 쥐구멍에서까지 누구에게도 남거나 모자람이 없이 꼭 맞는 트리로 다시 태어납니다. 커다란 자신의 트리와 벽난로 옆에서 만족한 듯 여유를 즐기고 있는 윌로비 씨와 그 꼭지의 꼭지의 꼭지의 꼭지쯤 되는 조그만 트리에 치즈로 별을 해 달고 다 함께 춤을 추는 생쥐 가족의 모습이 교차되는 엔딩은 서로의 차이와 결핍을 넘어선 나름의 충만한 행복을 보여줍니다.

크리스마스는 상냥한 마음이 이기는 날
미야니시 다쓰야,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

 <고 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엉뚱한 치약> 시리즈 등을 쓰고 그린 미야니시 다쓰야는 아마 현재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그림책 작가 중 한 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굵고 투박한 판화 느낌의 선과 직설적이고 선명한 색채는 여러 책들 사이에 끼어 있어도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지요.

 제가 특히 미야니시 다쓰야를 좋아하는 이유는 선한 캐릭터는 한없이 선한데 악한 캐릭터도 결코 끝까지 악하지만은 않은 그의 세계가 포근함과 안심을 주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인기 시리즈 <고 녀석 맛있겠다>만 해도 공룡 시대 최고의 폭군인 티라노사우루스가 우정과 관심을 통해 사랑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이니까요. 이런 미야니시 다쓰야 표 '착한 이야기' 중 최고는 뭐니 뭐니 해도 오늘 소개해드릴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가 아닐까 합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아기 돼지들은 들뜬 마음에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고 트리를 장식합니다. 돼지들의 노랫말과는 달리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한 크리스마스와는 거리가 먼 심술쟁이 늑대는 한없이 행복하고 따뜻한 아기 돼지들의 크리스마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결국 늑대는 트리와 장식을 모두 부수고 아기 돼지들을 모두 잡아먹으려다 제가 부순 나무에 걸려 그만 큰 부상을 입고 맙니다.
 늑대가 깨어난 곳은 자신이 해치려고 했던 아기 돼지들의 집. 입까지 붕대로 묶인 신세가 된 늑대는 다 잡아먹어버리겠다며 버둥대지만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모여든 아기 돼지들은 늑대 아저씨에게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는가 하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베풀며 얼른 나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어느샌가 소리를 지르고 버둥대는 것을 그만둔 늑대는 물끄러미 돼지들이 손에 끼워준 크리스마스 선물, 빨간 장갑을 바라봅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병상에서 늑대는 자취를 감추고 없고, 대신 아기 돼지들의 집 마당에는 늑대가 망가뜨렸던 트리 열두 개가 다시 본모습을 되찾고 서 있습니다. 트리가 돌아온 것을 본 돼지들은 다시 기쁜 마음으로 '상냥한 마음이 가득가득'한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릅니다.

연말 휴가는 오로라가 보이는 그곳으로
우시쿠보 료타, <펭귄 호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크리스마스 그림책은 세밀한 묘사와 환상적인 화풍이 어우러진 마법 같은 책, 우시쿠보 료타의 <펭귄 호텔>입니다.
 드넓은 바다 저 멀리 어딘가에 있다는 <펭귄 호텔>은 모든 객실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근위병 복장을 한 펭귄들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멋진 곳입니다. 특히 한밤중이 되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오로라는 펭귄 호텔만의 자랑이지요. 그뿐인가요? 저녁에는 신선한 해산물로 요리한 진수성찬이 테이블에 오르고, 마술 쇼와 탭댄스 등 볼거리도 풍성합니다.
 그런데 사실 펭귄 호텔에서 제일 재미있는 볼거리는 매일 새로 찾아오는 이곳의 손님들과 손님들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펭귄들입니다. 세계 여행 중인 사자, 날개를 쉬러 온 큰고니, 가족 여행 중인 북극곰까지 이곳을 찾고, 펭귄들은 손님들이 편안히 호텔에서 묵다 갈 수 있도록 그들의 손발이 되어 돕기도 하고, 손님께 꼭 맞는 객실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기 만점인 펭귄 호텔에는 이제 방이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어느 밤, 영롱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가 들리더니 드디어 마지막 손님이 펭귄 호텔을 찾았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변함없이 온 세계의 아이들이 손을 꼽아 기다릴 바로 '그분'입니다. 밤늦게 피로를 호소하며(?) 오신 그분의 자루가 홀쭉하네요. 아이와 함께 읽던 중이라면 '자루에 있던 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고 짐짓 모른 척 묻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얼굴이 설렘과 기대로 반짝, 불이 켜지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던 칼럼이 어느덧 마지막 회까지 달려왔습니다. 성인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나 미성숙한 문학쯤으로 치부하기도 하는 것이 그림책이다 보니 그림책으로 칼럼을 쓰는 게 얼마나 사우분들에게 와 닿을지 나름 초기에는 고심도 하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별처럼 무수한 아름다운 그림책들 중에 몇 개만 골라 소개해야 하다 보니 저 혼자 제 마음속에서 후보들을 저울질하며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던 일은 고민이자 또한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아무쪼록 일 년간 부족한 칼럼에 따뜻한 마음 많이 나누어주신 사우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우리 아모레퍼시픽 가족 모두 오늘 소개해드린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그림책들처럼 사랑과 축복이 가득한 한 해 마무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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