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당신이 예멘에 대해서 알아야 할 5가지 - AMORE STORIES
#이은주 님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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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당신이 예멘에 대해서 알아야 할 5가지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그룹 감사팀 이은주님


# 인사말

 안녕하세요.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어느덧 2017년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저번 칼럼에서 예멘의 내전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렸는데 12월 4일 살레 전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의해 사살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북부 출신인 살레 전 대통령은 후티 반군과 단결하여 예멘 정부에 맞섰었으나, 최근에 양측이 갈라서면서 살레 전 대통령이 사우디 연맹군 측에 휴전 중재를 제안하자 피살 당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앞으로의 예멘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질 것 같아 걱정이네요. 그러나 마지막 칼럼은 저번 회차보다는 가볍게 흔히들 잡지나 인터넷에서 보는 '당신이 OO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라는 구성으로 꾸며보았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몰랐을 법한 예멘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예멘의 이모저모

  •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잔비아를 차고 다니는 예멘 남성들.
    결혼식과 같은 공식 행사에서 주로 칼을 꺼냅니다. (이미지 출처 : Maarten de Wolf Photography)

 예멘 남성들은 잔비아라는 작은 단검을 가죽이나 두꺼운 천으로 만든 화려한 허리띠와 함께 허리에 차고 다닙니다. 잔비아의 손잡이는 남성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데, 주로 코뿔소 또는 상아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예멘인들은 옷이나 용모 대신 잔비아를 보고 상대방의 지위, 경제력과 가문을 유추합니다.

 귀한 잔비아일수록 고위 공무원, 지도자, 또는 성공한 사업가들과 같은 사회 계층에서 많이 지니는데, 특히 하얀 상아 손잡이의 잔비아는 왕족 또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자손들로 알려진 사이드(, Sayyid)들이 차고 다닙니다. 과거 지도자들이 찼던 잔비아들의 경우 10억 원에 거래될 만큼 값어치가 매우 높습니다.

 잔비아는 보통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로써 여러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문 간에 충돌이 있을 시 잔비아는 중재와 정의 실현의 역할을 합니다. 잔비아를 버리거나 포기하는 건 예멘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가문을 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잔비아는 결혼식에서 현란한 칼춤을 통해 축하하는 용도로도 쓰이는데 아래 링크로 확인해보시죠~

  • 지참금을 대가로 나이가 2~3배 많은 남자들과 결혼하는 어린 신부들.
    사진 속 어린 소녀(초록)는 남편과 19살 차이 나는데, 6살 때 25살의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National Geographic)

 이슬람 국가인 예멘에서 남성은 최대 4명의 아내까지 둘 수 있습니다. 다만 결혼 비용이 많이 들고 다수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실제로 4명의 아내를 둘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예멘인은 극히 적습니다. 신랑은 신부 가족에게 1년 생활비 상당의 지참금을 지불하고 신부를 데려오는데, 내전이 고착화되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신부들의 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번 칼럼에서 얘기했듯이 예멘 내전의 최대 피해자들은 어린이들입니다. 가족의 생활비를 대가로 10살 남짓의 남자 아이들이 전쟁의 최전선으로 끌려가고, 반에 가까운 여자 아이들이 15세 이전에 얼굴도 모르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합니다. 성장이 완전하지 않은 어린 나이에 결혼하다 보니 출산 또는 관계 도중 출혈이 심해 사망하는 어린 소녀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40살의 남자와 결혼해 출혈로 사망한 8살 소녀에 대한 뉴스가 국제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면서, 예멘은 낮은 수준의 아동권 보호로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예멘에서 이혼은 가능하지만 여성이 이혼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남편에게 지참금을 돌려주거나 금전적으로 보상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과 남편의 학대에 못 이겨 도주하는 여성들은 친정으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거나 운이 좋으면 여성 보호소로 피신합니다.

 물론 예멘에서 일어나는 결혼이 모두 불행한 건 아닙니다. 다만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만큼 딸의 남편에 대한 선택권은 대부분 가장인 아버지에게 있으며 중매 결혼이 매우 일반적입니다.

  • 길거리에서 까트를 씹고 있는 예멘 남성들.
    까트는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담배처럼 흔하게 즐기는 사회적 기호 식품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예멘에서 볼 한 쪽이 크게 부풀러 오른 채 하염없이 초록색 식물을 씹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식물은 아라비아반도에서 자라는 까트라는 식물인데, 각성제 성분인 카티논이 들어있어서 씹다 보면 흥분, 식욕감퇴, 희열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예멘에는 까트가 방대하게 자라서 약 2,000원에 까트가 가득 담긴 큰 자루를 구할 수 있습니다.

 예멘인들은(여성들은 집에서, 남성들은 공공장소 어디든) 점심을 먹은 뒤 오후 2시부터 저녁까지 카트를 씹는 것이 하나의 의식처럼 매일 이루어집니다. 먼저 까트의 잎사귀들을 떼어 즙이 모두 빠질 때까지 씹은 다음, 남은 잎사귀를 입에 계속 채우면서 볼 한 쪽이 햄스터처럼 커질 때까지 씹습니다. 볼에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면 씹었던 덩어리를 뱉고 다시 씹는 과정을 몇 시간 동안 반복합니다.

 까트를 씹을 때의 느낌은 마치 강한 에스프레소 샷을 연거푸 마신 것과 같다고 합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멍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수다스러워지며, 밤에는 잠이 잘 안 오고, 변비에 시달리는 부작용 등이 있지만, 많은 예멘인들이 까트에 취해 내전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혼란과 고민에서 잠시나마 벗어납니다.

 까트는 캐나다, 독일, 미국 등의 서방 국가에서는 규제 약물로 지정되어서 불법이지만 예멘을 포함한 지부티, 에티오피아, 소말리아에서는 흔하게 생산되고 판매됩니다. 까트를 씹는 행위는 예멘에서 수천 년 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관습이자 문화이기 때문에, 결혼식이나 공공장소와 같이 다수가 모이는 자리에서 까트를 씹으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일상적인 사회적 풍경입니다.

  • 예멘에서 재배되는 모카 원두. 황록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여러분이 카페에서 흔하게 마시는 카페 모카의 어원이 예멘과 관련 있단 걸 혹시 알고 계셨나요? 모카란 단어는 초코 시럽과 아무 관련이 없지만, 예멘에서 재배하는 원두 모카에서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놀랍게도 예멘은 에티오피아와 더불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의 원산지입니다.

 예멘이 원두를 재배했다는 사실은 12세기부터 기록되었을 만큼 커피 산업이 활발했습니다. 아라비카 원두의 품종인 모카는 17세기부터 예멘의 서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 모카에서 거래되었는데, 원래는 타 지역에서의 재배를 막기 위해 원두를 볶아서 팔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커피 무역으로 번성했던 도시 모카는 곧 모카 원두를 상징했습니다. 참고로 모카 원두는 모카 지역에서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모카 원두는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퍼지면서 새로운 품종들이 탄생하는데, 인도네시아의 자바 커피와 5:5로 배합된 '모카 자바(Mocha Java)'나 인도 남쪽의 아레할리 마을에 모카 생원두를 재배시켜 생산한 '아레할리 커피'가 그 예입니다.

  • 옛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는 아름다운 소코트라 섬. (이미지 출처 : 구글)

 예멘의 동남쪽에는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나올 법한 식물들이 살아 숨 쉬는 소코트라 섬이 있습니다. 연중 평균 26도(연 강수량 260mm)가 유지되는 소코트라에는 약 307종의 식물들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 섬에서만 서식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되었습니다.

 소코트라는 예멘에서 380km 정도 떨어져 있어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 경관이 더욱 아름다운 섬입니다. 특히 사진 오른쪽 상단의 용혈수(龍血樹)와 아데니움은 소코트라의 상징과 같은 식물들인데요. 가지들이 구불구불하게 뻗은 용혈수는 진액이 붉은색이라 용의 피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연간 강수량 10mm에도 생존이 가능한 강한 나무입니다. 아데니움은 건조한 기후 속에서 물을 저장하기 위해 통통한 줄기를 가진 것이 특징이며 분홍색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막의 장미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코트라에 거주하는 약 6만 명의 주민은 소코트라어를 사용하며 아랍권 또는 아프리카권과는 별개의 고유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고로 소코트라는 아랍어로 용혈의 시장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아마 용혈수가 많은 섬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 마무리

 첫 칼럼을 게시했을 때의 설렘 반 걱정 반을 잊을 수 없는데 벌써 마지막 칼럼이라니, 지난 1년에 대한 감회에 잠기네요. 비록 부족한 실력이지만 저 또한 두 달에 한 번씩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칼럼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갈고 닦은 한 해였습니다. 여러분에게 간단하게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예멘에 대해 소개해드렸는데 이 중 한 국가라도 조금이나마 머릿속에 기억이 남아있다면 저는 칼럼니스트로서 성공했다고 봅니다.

 남은 한 달은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바라며, 다가오는 2018년에는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울 주제들의 칼럼들이 기대가 됩니다. 1년 동안 저의 소소한 작문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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