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건축, 광장, 문화. 모든 것을 갖춘 팔방미인 로마 - AMORE STORIES
#박샛별 님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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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건축, 광장, 문화. 모든 것을 갖춘 팔방미인 로마

News Square

칼럼니스트박샛별 님
아모레퍼시픽 뷰티플랫폼팀

 안녕하세요, 사우 여러분. 벌써 마지막 칼럼으로 찾아뵙게 되었네요. 마지막 도시는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인 '로마'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로 했습니다. 마스터 카드가 매년 발표하는 인기 관광도시 순위 20위 내에 항상 들어갈 정도로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방문한 뒤에는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로마가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나름 생각해보았습니다.

1. 역사의 마스터피스가 즐비한 도시

1) 가장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분수, 트레비

  • 아름다운 트레비 분수의 정면입니다.

 로마에는 크고 작은 분수가 400여 개 있을 정도로 분수가 많은 도시입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분수는 이 도시에 방문한 이들이라면 동전을 던지러 가는 트레비 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트레비 분수는 바로크 양식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트레비 분수 가운데 물의 신, 오케아노스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왼쪽 동상이 들고 있는 포도는 번영을, 오른쪽 동상이 들고 있는 뱀은 위생과 건강을, 트레비 분수 윗부분의 동상 네 개는 사계절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곳은 로마 대부분의 관광지가 그러하듯 늘 사람들로 붐비는데, 특히 분수를 등진 채 동전을 던지고 있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속설 때문입니다.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세 번 던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덧붙여진 말인 것 같고요. 사실 이 속설들은 믿거나 말거나겠지만 멋진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해 사람들은 로마에 오면 반드시 동전을 던지게 됩니다. 던져진 동전은 수거해 분수를 유지 보수하는 데 쓰인다고 합니다.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것은 과거 전쟁에 나가는 남자와 그의 연인이나 가족들이 남자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분수에 동전을 던진 것에서 기원했다고 하니, 아주 오랜 전통이라고 하겠습니다.
  • 밤에 바라본 트레비 분수는 더 위압감을 줍니다.

2) 신들이 강림하는 판테온 신전

 트레비 분수에서 조금 더 걸으면 눈앞에 판테온 신전이 나타납니다. 건축 역사의 주춧돌 같은 건물들이 걷다 보면 등장하니 도보 여행자들이 탐험하기에 정말 효율적인 도시지요. 판테온은 '모든 신들의 신전'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그 이름을 증명이라도 하듯 고전미를 자랑하는 기둥들을 지나 신전 안에 들어서면, 벽을 따라 흐르는 시선의 끝에 동그랗게 뻥 뚫린 천장이 맺힙니다. 돔 꼭대기에 있는 둥글게 뚫린 천장을 '오쿨루스(커다란 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의 느낌입니다.

  • 돔 천장 위로 동그랗게 뚫려 있습니다.

 어쩜 저렇게 천장을 둥글게 쌓아 올릴 수 있었는지, 태양이 저 동그란 틈 속으로 그대로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가 오는 날에도 오쿨루스 안으로는 비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거짓말 같아 다시 물어보니 정확히는 비가 들어올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더 알쏭달쏭한 대답을 들었는데요. 그 미스터리한 현상의 비밀은 바로 신전 안과 밖의 온도 차이에 있다고 합니다.

 신전의 문을 닫고 촛불을 태우면 바깥과 차이가 나게 실내 온도가 따뜻해지고 그 따뜻해진 공기가 뚫린 천장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강수량이 적은 비의 경우 판테온 안으로 내릴 수가 없는 거지요. 이 또한 건축 당시에 계산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대 건축가들의 재치에 정말 감탄하게 됩니다.
  • 판테온에는 라파엘로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판테온 신전에는 신적인 존재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바티칸에서 감탄해 마지 않았던 천재 라파엘로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쇼 프로그램에서 재미 삼아 판테온 신전에 유해를 안치할 다음 스타는 누구일까 조사를 했는데, 영광의 1위 주인공은 로마에서 태어나 AS로마의 전설적인 선수로 남은 이탈리아 축구 스타 토티였다고 하네요.

3) 로마 역사의 산 증인, 콜로세움

 로마에 있는 건축물 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콜로세움을 들 수 있겠습니다. 5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지었고, 2000년의 시간 동안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는 콜로세움. 오래된 건축물인 만큼 이를 위한 유지, 복원 작업도 매우 섬세하게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다른 로마의 오랜 건축이 모두 그렇겠지만 부서졌으면 부서진 대로, 기울었으면 기운 대로, 인위적인 힘을 최대한 배제하고 그 자체로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거대한 콜로세움은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콜로세움 돌 하나하나를 쓸어내는 솔을 보니 그 크기가 칫솔모보다도 작았습니다. 이래서야 언제 다 청소하나 싶다가도 이게 이탈리아노 스타일이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오래 걸리더라도 본연의 가치를 잇는 자존심은 결코 잃지 않는 그 모습이 숭고하게 느껴졌습니다.

 콜로세움에서는 맹수들을 싸움 붙이거나, 검투사들끼리 서로 죽이도록 하는 대결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 불만을 억제하려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콜로세움에서 검투가 벌어질 때면 검투사들의 인기가 어찌나 높았는지, 그들의 땀을 모은 것을 향수처럼 팔았다고 합니다. 때로는 황제가 재미 삼아 검투사의 목숨을 살릴지 죽일지 관중들의 환호로 결정했다고 하는데, 그 아우성을 3시간 넘게 즐긴 황제도 있었다고 합니다. 콜로세움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죽음과 영광의 순간을 목도했을지, 그 역사의 순간들이 절로 상상되는 곳입니다.
  • 가까이서 보면 깎여 나간 돌에서 오랜 역사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2. 상업 브랜드가 사랑하는 도시

 로마에는 정말 많은 건축 유산들이 있고, 이들은 오래된 만큼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합니다. 로마시의 예산만으로는 이 많은 유적지를 관리하는 비용이 감당이 안 될 테고요. 수많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해결책 중 하나는 바로 기업의 후원과 명품 브랜드의 지원이었습니다. 전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로마의 문화유산들을 유지 보수하고 청소하는 데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트레비 분수의 청소와 관리에 드는 비용 250만 유로를 펜디에서 지원한 것입니다. 이 지원금으로 1년 반가량 트레비 분수의 보수 작업을 했고, 그 대가로 펜디는 유례가 없는 '트레비 분수에서 멋진 패션쇼'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펜디 의상을 입고 물 위를 걷는(사실 투명한 무대를 설치했지만) 모델들의 모습에 기업 이미지가 한층 높아진 것만은 확실하지요. 이 외에도 콜로세움 관리에는 토즈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펜디 창립 90주년 기념 패션쇼가 트레비 분수에서 열렸습니다.

 유지 보수뿐만 아니라 상업 브랜드들이 로마의 유산에 영감을 받아 캠페인을 벌인 경우도 많습니다. 아디다스가 로마의 산티냐시오(Sant'Ignazio) 성당 천장화에서 영감을 받아 축구 선수들의 모습을 천장화처럼 그린 캠페인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유적지와 자본주의가 적극적으로 협력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 위가 산티냐시오 성당의 천장화이고, 아래는 천장화에서 영감을 받은 아디다스의 상업 광고입니다.


3. 로마인의 자부심으로 유지되는 도시

 로마는 유구한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건축물과 광장이 아주 많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토를 맛있게 먹었던 스페인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넓디넓은 포폴로 광장이 있고, 그 외에도 공터가 있으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광장이 됩니다. 이제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들로 더 붐비는 광장이지만, 과거부터 존재해온 이 '광장'이라는 공간은 로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나보나 광장에는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로마의 광장들은 늘 사람들이 모일 장소를 제공했고, 이곳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로마 사람들은 정치와 철학, 경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했을 것입니다. 로마의 색깔은 바로 시민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서로 토론하며 차곡차곡 쌓아온 그들의 명확한 정체성과 자존심이 합쳐진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새로 바꾸지 않아도 우리 스타일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로마 사람들의 자부심은 오래도록 이 도시의 매력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드리 헵번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젤라토를 먹었던 스페인 광장은 관광객들로 늘 붐빕니다.

 이탈리아 정부나 로마시의 노력도 있겠지만 로마 사람들의 도시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보였습니다. 광장 근처에서 사자상을 발견한 적이 있는데, 특별한 이름이 붙지 않은 조각이었지만 사자의 갈기를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해 감탄했습니다. 조각 자체도 훌륭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누군가 사자 입에 물려놓은 빨간 장미였습니다. 입에 새빨간 장미를 물고 우아한 갈기를 늘어뜨린 사자의 모습에, 이 사자는 이탈리아 사자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빨간 장미를 문 사자라니, 로마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요?

 로마가 오랜 기간 인기 있는 곳이 된 이유는 타고난 유적지와 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의 영향이 크겠지만, 이를 유지하는 기업들의 지원과 로마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을 꼿꼿이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태도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은 선명한 색을 가진 도시를 방문해 그 고집스러움을 직접 느껴보기를 추천합니다. 저의 칼럼 시리즈는 오늘로 마지막이지만, 많은 사우분들께서 가끔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재충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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