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현지에서 바라본 FC 바르셀로나의 성공 전략 - AMORE STORIES
#박샛별 님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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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현지에서 바라본 FC 바르셀로나의 성공 전략

칼럼니스트박샛별 님

아모레퍼시픽 뷰티플랫폼팀

 

 최근 2018 아시안 게임 덕에 즐겁게 스포츠 경기들을 시청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아 한국 경기들을 챙겨 보면서, 투혼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건 우리 선수들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스포츠 시장, 그중에서도 축구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은 혹시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축구팀이 어느 팀인지 아시나요?

 2018 딜로이트 축구 리그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6/17 시즌 세계 축구 구단 수입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은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무려 6억 7,630만 유로(한화 약 9,005억 원)를 벌었다고 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몸담았던 팀으로,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2위는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로 6억 7,460만 유로, 그 뒤를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6억 4,830만 유로로 뒤따르고 있습니다. 4위는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5억 8,780만 유로)이었습니다. 이처럼 유럽의 1부 리그 축구팀들은 매년 티켓 판매, 선수 유니폼 등의 상품 판매, 경기 중계권료 등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축구팀 중 하나이자, 연간 축구 구단 수입 규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가 바르셀로나를 여행했을 때 직접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던 FC 바르셀로나의 성공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FC 바르셀로나의 홈인 캄프 누의 메가스토어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팬들로 북적입니다.

 



바르사 스타일 선수를 키우는 방식, 라 마시아

 지금 FC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선수는 단연 리오넬 메시일 것입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스카우트 매니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자 성장 호르몬 장애가 있던 이 어린 소년에게서 천부적인 축구 재능을 보았습니다. 그는 가난했던 메시의 가족들을 스페인으로 데려왔고, 식당에서 냅킨 위에 급히 계약서를 써가면서 메시를 FC 바르셀로나에 입단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이로써 리오넬 메시는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선수 양성 프로그램인 라 마시아에 입단하게 됩니다.
  • FC 바르셀로나에서 현재 가장 유니폼이 많이 팔린 간판선수는 단연 리오넬 메시입니다.

 라 마시아는 FC 바르셀로나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요한 크루이프가 고안한 유소년팀 육성 시스템으로 1980년대 말부터 이 구단의 핵심 정책 중 하나가 됩니다. FC 바르셀로나는 라 마시아에 매년 1,500만 유로(약 225억 원)라는 거금을 투자하지만, 라 마시아를 통해 성장한 메시의 시장 가치는 이미 1억 유로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회원권 개념으로 17만 명가량의 소시오들이 내는 회원비, 전 세계에 있는 FC 바르셀로나의 팬클럽 페냐(Penya) 연회비 등은 라 마시아 유소년팀 지원의 든든한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유소년팀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그 규모가 연 400만 파운드(68억 원) 수준이라고 하니,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축구팀에 대한 투자액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 마시아에 입단하면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인 축구 수업과 학업을 병행시키고, 주말에는 1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를 보고 함께 연습도 시킵니다. FC 바르셀로나의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뛰고 싶도록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셈입니다. 라 마시아에서는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학업, 인성 교육을 모두 중요시하기 때문에, 학업 성적이 좋지 않으면 운동 대신에 보충수업을 받아야 하고, 몇 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축구 실력이 검증되지 않으면 라 마시아에서 탈락시키는 등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훈련하면서 어려운 도전들을 이겨내기에 선수들 간 끈끈한 동기애와 팀워크는 당연히 따라오게 되겠지요. FC 바르셀로나도 다른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영입 전쟁에 뛰어들기는 하지만, 내부의 라 마시아 시스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슈퍼스타의 대대적인 영입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편입니다.

  • 라 마시아의 유소년 선수들도 1부 리그 선수들처럼 경기를 치릅니다.

 참고로 FC 바르셀로나의 주축이었던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와 현재 공격의 핵심 리오넬 메시,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도 라 마시아 출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FC 바르셀로나가 매 시즌 전력에 큰 변동이 없는 이유는 라 마시아 시스템이 FC 바르셀로나의 근간이 되면서 타 팀에 비해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이루어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라 마시아는 리그 1군과 동일한 포메이션과 역할을 부여하면서 훈련하기에, 어린 선수들이 1군에 올라왔을 때 적응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이곳에서 훈련하는데, 훈련장 규모가 엄청났습니다.

 유소년 선수들이 훈련하는 바르셀로나 도시 외곽에 위치한 '시우타트 에스포르티바 호안 감페르(Ciutat Esportiva Joan Gamper)' 스포츠 시티를 방문했는데, 부모님 차에서 내리는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에서부터 멋진 아우디 스포츠카로 출근하는 메시와 수아레즈까지 이 훈련장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축구 스타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은 이곳에서 과거의 수 많은 우승 역사를 직접 듣고, FC 바르셀로나 스타일의 축구를 배우겠지요. 그래서인지 무리 지어 다니는 어린 선수들 표정에는 해맑은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축구공을 든 바르셀로나 선수라면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이곳에서 같은 목표로 훈련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한 일체감, 이것이 조직력 위주의 경기를 벌이는 축구에서 중요한 부분일 테고, 라 마시아가 바로 이 부분을 어린 시절부터 훈련시키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겠지요.

 



최고의 마케팅 소재, '엘 클라시코(El clasico)'

  • 엘 클라시코는 전 세계 축구팬들을 들썩이게 하는 슈퍼 매치로 사전 홍보도 대대적으로 진행됩니다.

  • 엘 클라시코 경기 전, '캄프 누'는 팬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는 스페인 축구 리그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 관계입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에서 FC 바르셀로나는 사실 단순히 사랑받는 축구 구단 수준이 아닙니다. 과거부터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는 무역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해 힘을 길렀고, 스페인 밖의 급변하는 사상과 문화들을 받아들이면서 스페인 왕당파에 지속적으로 저항하는 도시로 성장해왔습니다. 1930년대 일시적으로 공화정이 수립되고 카탈루냐 지역은 자치와 카탈루냐 어 공식 사용이 허용되었으나 마드리드를 포함한 카스티야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프랑코 독재 정권으로부터 심한 박해를 받게 됩니다. 카탈루냐어와 카탈루냐 국기 사용을 금지당했고, 축구 클럽 이름도 CF바르셀로나로 강제 개명당했으며 엠블럼 내 카탈루냐 자치 국기도 삭제당한 역사가 있습니다. 700만의 인구와 스페인 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카탈루냐 지역은 지금도 독립을 위해 다양한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FC 바르셀로나는 이렇게 카탈루냐 지역이 가지는 저항성 및 특수성과 함께하며, 카탈루냐 사람들의 자부심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 경기 시작 전 카탈루냐 독립과 관련한 현수막이 걸렸다 철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보니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의 지역감정은 상상을 초월하며, 그 두 도시의 대표 구단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는 '엘 클라시코(신성한 전쟁)'라고 불립니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축구 리그를 양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절대 강자들입니다. 저는 올해 그 두 팀이 맞붙는 경기를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에서 관람했는데, 스페인 내전은 이미 끝났지만 과거 총과 칼의 전쟁터가 그대로 축구공과 그라운드로 옮겨진 것처럼 치열함이 느껴졌습니다.


 팬들은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라는 현수막을 곳곳에 걸다가 안전 요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고, 경기 시작 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부터 큰 소리를 지르며 견제했습니다. 특히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간판스타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조금만 움직여도 한목소리로 야유를 퍼붓는 것을 보고 원정 경기를 치르기 위해 바르셀로나에 온 상대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되었습니다. 제 옆자리의 FC 바르셀로나 팬들은 아시아에서 온 제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형제를 대하듯 바르셀로나의 역사에서부터 선수들의 기량과 위대함에 대해 친근하게 설명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바르셀로나의 엠블럼이 새겨진 기념품 라이터를 제 손에 쥐어주면서 말이죠. 같은 유니폼만 입고 있다면 모두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 간판선수들 사진이 크게 걸린 이곳이
    팬들의 포토 스폿입니다.

  •  경기 전 모든 좌석에 FC 바르셀로나 깃발이 놓여 있는 모습입니다. 이보다 더 훌륭한 기념품이 있을까요.

 어찌 보면 두 구단은 이러한 라이벌 관계를 적절히 잘 이용하는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경쟁심을 자극하는 과격한 요소들을 구단에서 만들어 뿌리기도 하기 때문이죠. FC 바르셀로나는 엘 클라시코 경기 때 모든 관중석에 팀의 엠블럼이 새겨진 국기와 카드섹션을 하기 위한 도구를 비치해 주었습니다. 서포터들은 경기를 관람한다기보다 쉴 새 없이 FC 바르셀로나 선수의 응원가와 레알 마드리드를 조롱하는 노래를 불러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양 팀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FC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리그 1위 자리를 지킨 것을 레알 마드리드에게 뽐내는 듯 꽃가루를 뿌리며 자축했습니다. 리그가 거의 끝나갈 시점이었다 해도 경기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우승 세리머니 수준의 축포를 터뜨리는 것에 의아했습니다만, 엘 클라시코였기에 가능한 퍼포먼스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처럼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들은 마드리드에서 치러지는 엘 클라시코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 엘 클라시코 경기 후 우승을 자축하는 대형 축포가 터졌습니다.

 이런 강한 경쟁심이 양 팀 팬들을 흥분시키고 더욱 경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동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며칠 후 있었던 비야레알과의 경기도 관람했는데 이 경기는 조용히 치렀던 것을 보니,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가 서로를 특별한 관계로 생각하고 이 라이벌 콘셉트의 스토리텔링을 매년 지속함으로써 엘 클라시코의 인기를 유지해나가는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두 팀은 서로 너무나 미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서로가 없으면 절대 안 될 사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습니다.
  • 경기 후 선수들은 서포터들에게 다가가 감사를 표합니다.

 FC 바르셀로나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메일 수신 동의를 하면 매주 다양한 구단의 소식과 이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여러 기업들의 광고 메일을 받는데요, FC 바르셀로나 메일은 늘 열어 보는 편입니다. 선수 소개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티켓 예매 소식, 선수 사인 유니폼 이벤트, 온라인 숍 홍보 등 팬이라면 너무나 좋아하거나 궁금해할 다양한 소식들을 먼저 전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앱에서는 팀의 공식 트위터 소식들을 보여주고, 갤러리 메뉴를 통해 원정 경기를 떠나거나 트레이닝을 하는 선수들 사진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리오넬 메시처럼 간판스타의 경우, 득점하는 영상이나 10년간의 기록을 정리한 스페셜 영상을 제작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팬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은 질 좋은 콘텐츠들을 게시해줌으로써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는 팬들의 댓글을 유도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 웹사이트와 앱에서는 팬들이 궁금해할 재미있는 선수 소식이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FC 바르셀로나는 탄탄한 팀 펀더멘털, 엘 클라시코라는 마케팅 소재의 공격적 활용, 팬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축구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FC 바르셀로나 사례를 유심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럼 저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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