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Tony Stark)의 실존 모델로 잘 알려진 기업가 엘론 머스크(Elon Musk)를 깊이 알아보고자 합니다. 열 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기 시작한 그는 2년 만에 비디오 게임 코드를 직접 짜서 500달러에 팔았다고 전해집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물리학, 경제학을 전공한 뒤 응용물리학,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얻기 위해 스탠퍼드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자퇴하고 현재까지 집투(Zip2), 페이팔(PayPal), 테슬라(Tesla), 스페이스엑스(SpaceX), 솔라시티(Solar City)를 설립했습니다. 이쯤 되면 왜 그를 모델로 히어로 영화가 만들어졌는지 잘 이해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엘론 머스크는 '지속가능한 교통',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산'을 21세기에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가 설립한 회사들을 보면 테슬라와 솔라시티는 각각 전기 자동차와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고 스페이스엑스는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 민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로켓 발사가 가능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판 아이언맨', '실리콘밸리 최고의 몽상가'로 불리는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파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인물인데요. 사람들은 대개 그를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평가합니다. 다른 보통의 기업가들과 달리 부(富)나 이익, 수익성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현재 추진 중인 준궤도 우주 비행(Suborbital Flight)과 같은 인류와 미래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만 매진해 오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쯤 되면 엘론 머스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는 바로 '제1원리(First Principles)'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남들이 다 하는 일을 따라 하지 않습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가 중시하는 '제1원리 사고법'은 물리학적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에 충실해야 하며, 거기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 '제1원리'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발전된 개념인 '제1원리'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 또는 가설로서 다른 명제나 가설로는 유도될 수 없습니다. 훗날 제1원리는 물리학, 화학 분야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제1원리 계산법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계산화학 방법을 의미하며, 원자핵과 전자로 분자구조와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쓰입니다.
엘론 머스크는 '본질에 대한 계산'이라고도 불리는 제1원리를 물리학을 기반으로 응용했는데, 여기서는 어떠한 문제를 유추에 의하지 않고 본질을 파고들어 해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유추'란?
일부 공통된 속성을 가진 두 개의 대상이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된 특성 외에 다른 속성도 같다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을 유추(Reason by Analogy)라고 하는데요.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습관적으로 참고할 대상을 찾습니다. 기존의 틀을 가지고 새로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죠. 경험을 통해 판단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 유추로는 창의적인 발상을 해낼 수 없습니다. 선행 사례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죠.
신규 프로젝트의 마케팅 전략을 구상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유추적 사고를 따른다면 기존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따를 것입니다. 그에 반해 제1원리 사고법에서는 먼저 아래 내용을 고민하게 됩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면 어떤 요구를 충족해야 할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은 없을까? 우리 제품이 고객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 있을까? 소비자에게 우리 제품을 각인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즉, 효과적인 제품 마케팅을 전개하려면 단순히 이전에 성공한 콘셉트를 베끼거나 소비자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사로잡을 궁리에 몰두하기보다는 제품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인들이 엘론 머스크에 대해 처음 알게 되기 시작한 것은 테슬라 덕분입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테슬라를 굉장히 쿨한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 오염 걱정이 없고, 외관 또한 멋진 전기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전기 자동차가 너무 궁금해서 테슬라 차종을 시승해 본 적이 있는데요. 부드럽게 도로를 달리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테슬라는 친환경 차량을 대중적으로 보급해 결과적으로는 디젤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성능 최적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새로 출시하는 차량의 가격이 갈수록 낮아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한데요. 첫 번째 스포츠카 모델을 10만 달러에 출시한 이후로 Model S 차량은 5만 달러, 3세대 전기 자동차는 3만 달러에 선보였습니다.
다들 알고 계신 것처럼 제품의 가격 인하는 원가 절감을 통해 이루어지는데요. 전기 자동차의 핵심 요소인 배터리는 원가가 높아 완성품 가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엘론 머스크는 바로 이 배터리에 가장 먼저 주목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유추를 잠시 시도해보자면 경쟁사 차량 배터리 역시 가격이 비싸고 시장 가격도 kW당 600달러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따라서 배터리 가격 인하는 불가능하며 이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엘론 머스크는 배터리의 재료가 무엇이며, 구매 가격이 얼마인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kW당 80달러에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음을 발견합니다.
- 스페이스엑스
우주 로켓 개발에 도전한 기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스페이스엑스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야만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우주 로켓 개발 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지원하는 분야인데요. 아무리 젊은 패기와 능력으로 무장한 엘론 머스크라도 경험이 없었기에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차례 로켓 발사에 실패하고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그간의 노력이 수포가 될 위기에 처했으나,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16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재기에 성공합니다.
엘론 머스크는 우주를 향한 꿈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제1원리 사고법을 따랐는데요. 로켓 제조 원가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로켓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부품의 가공 전 재료 가격을 계산해보던 그는 일반 로켓의 2%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로켓을 제조할 방법을 발견합니다. 바로 연료를 제외한 나머지 부품을 회수하는 것이었죠.
중국인들은 나라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로켓이 하늘로 발사되는 감격스러운 광경을 지켜보며 발전을 실감했습니다. 발사 단계마다 분리되어 떨어지는 보조 장치를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였는데요. 스페이스엑스는 바로 이 부분에서 역발상을 시도합니다. 상공에서 떨어진 1단계 로켓 추진체를 회수해 재사용해 인류 최초의 재활용 궤도 비행체를 완성하며 가격 문제 역시 깔끔하게 해결했습니다.
엘론 머스크는 자신이 가진 꿈에 대해 강박적으로 집착한다고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기술 개발과 관련해서 학계에서 논의되는 가설들은 현실화가 되기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한데요. 그 과정에서 그가 추구하는 제1원리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엘론 머스크의 행보를 단순히 찬양하고 모방하기보다는 그의 혁신을 이끄는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엘론 머스크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직감적으로 도전했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결코 보인 적이 없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의 대표적인 예인 그는 부와 명예를 쫓기보다는 미개척 분야에 먼저 나서서 투자했습니다.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제1원리였고요. 캡슐형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 화성 이주 계획 등 모두 허황된 꿈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로스앤젤레스 아래에 구멍을 뚫어 3D 네트워크 터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고요. 지구 한 바퀴를 하루 만에 돌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항상 본질을 탐구하는 엘론 머스크의 모습은 창의성이 절실한 시대에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엘론 머스크처럼 매번 제1원리로 사고하며 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자신의 가치와 본질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