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와인을 사랑한 예술가 - AMORE STORIES
#양정아 님
2017.10.23
12 LIKE
775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5%ed%99%94-%ec%99%80%ec%9d%b8%ec%9d%84-%ec%82%ac%eb%9e%91%ed%95%9c-%ec%98%88%ec%88%a0%ea%b0%80

제5화. 와인을 사랑한 예술가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Marcos Alberti Wine project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매스MC팀 양정아 님

 위 사진은 지친 듯한 표정에서 시작해 조금은 핀이 나간듯한 같은 얼굴까지... 흔히 요일로 표현되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웹툰의 월요일과 금요일 표정 같지 않나요? 이 사진들은 브라질의 포토그래퍼 마르코스 알베르티(Marcos Alberti)의 '와인과 친구들'이라는 사진으로 와인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을 때의 표정부터 한 잔, 두 잔, 세 잔까지 마셨을 때의 표정을 각각 촬영한 작품 시리즈입니다.
 마르코스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일상의 스트레스에 찌든 표정으로 만난 친구들이 와인을 마시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다른 술이 아닌 와인을 택한 이유는 맥주 한 잔은 누구와도 마실 수 있지만, '좋은 와인 한 잔'은 사랑하는 연인, 친구, 가족처럼 특별한 사람과 마시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마르코스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실제로 모두 그와 가까운 친구들입니다. 친구들의 사진이 와인으로 인해 작품이 되었듯이, 와인은 그림, 음악, 문학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뮤즈가 되어 창의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며 그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주는데요. 다섯 번째 칼럼은 바로 이 예술가와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슬픔이여 안녕, 샤스 스플린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 보들레르 '취하라' 中 -

 <악의 꽃>, <파리의 우울> 등 발간하는 책의 제목에서도 우울이 느껴지는 프랑스의 천재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저주받았다고 생각하며 우울증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의 사진만 봐도 우울이 느껴지지 않나요? 모든 사진에서 어두움의 아우라를 풍기는 보들레르에게도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준 특별한 와인이 있는데요. 바로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와인 샤또 샤스 스플린(Chateau Chasse-Spleen)입니다. 샤스(Chasse)는 불어로 '내쫓다'는 의미를, 스플린(Spleen)은 불어로 '우울'을 뜻해 샤스 스플린은 이름 자체로 슬픔을 쫓아내는 즉,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요. 샤스 스플린이란 이름은 이 샤또의 와인을 사랑한 보들레르가 헌정했다고 합니다.

 시인이 사랑한 와인이니 만큼 보들레르를 위해 샤스 스플린의 라벨에는 매년 다른 시인이 적은 시구절이 새겨져 있습니다. 샤스 스플린의 2000년 빈티지에는 보들레르가 남긴 시구절, '이 와인을 마시는 것은 천 년의 추억을 가지는 것과 같다.(J'ai plus de souvenirs que si j'avais mille ans)'가 새겨져 있습니다. 저는 이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가을 낙엽 같다고 느낄 만큼 개인적으로는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 중에 하나 인 것 같았습니다. 혹시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슬픔이 느껴지는 가을 앓이 중인 분이 있다면 라벨에 새겨진 시를 음미하며 꼭 한번 마셔보시길 추천합니다.

피카소와 샤갈이 머무는 와인,
샤또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프랑스 보르도에는 흔히 가장 고급 와인이라고 할 수 있는 1등급 와인, 5대 샤또가 존재합니다. 샤또 무통 로칠드, 샤또 마고, 샤또 라투르, 샤또 라피트 로칠드, 샤또 오브리옹이 그 주인공인데요. 그 중에 샤또 무통 로칠드는 원래는 한 단계 아래인 2등급 와인이었으나 51년간의 끈질긴 노력 끝에 1973년 비로소 1등급 와인으로 승격될 수 있었습니다. 1945년 시작된 샤또 무통 로칠드의 아티스트 라벨 시리즈는 피카소 달리, 미로, 샤갈, 마티스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와 콜라보해 와인의 맛뿐만 아니라 와인병 자체에도 가치를 부여하며 최고급 와인으로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 중 와인 애호가였던 피카소와 샤갈은 샤또 무통 로칠드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예술가입니다.
  • 1.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와인 잔을 든 이중 자화상
    2. 피카소(Picasso)의 '한 병의 와인'
    3. 말라기 선술집에 걸린 피카소의 사진

 사랑꾼 샤갈은 '인생과 예술의 의미를 주는 유일한 색채는 사랑'이라고 말하며 사랑하는 아내 벨라와 행복한 순간을 와인과 함께 그렸습니다. '와인 잔을 든 이중 자화상'은 벨라와의 결혼식을 기념해서 그린 그림으로, 샤갈의 어깨 위에 보이는 보라색 천사는 아내 벨라의 임신을, 손에 든 와인 한 잔은 샤갈의 마음이 담긴 사랑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샤갈과는 반대로 바람둥이 피카소는 자신이 태어난 스페인 말라가의 와인바 안띠구아 까사 데 과르디아(Antigua Casa de Guardia)의 단골이었는데요. 직접적으로 한 병의 와인이라는 그림을 그리며 와인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말라가 와인을 종종 지인들에게 선물했다고 합니다. 약 170년이 지난 지금,이 피카소의 단골 선술집에는 아직도 말라가 와인을 선물하는 피카소의 사진이 걸려있다고 하니 말라가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꼭 가보시기 바랍니다.
  • 1. 샤또 무똥 로칠드 1970 라벨 x 샤갈
    2. 샤또 무똥 로칠드 1973 라벨 x 피카소
    3.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x 이우환 화백
    4. 아티스트 라벨

 앞서 말씀 드렸듯이 샤갈과 피카소는 로칠드 가문에게도 중요한 예술가 인데요. 샤또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격상된 빈티지가 바로 피카소가 그린 1973 빈티지였고, 포도의 상태와 날씨가 좋아 그레이트 빈티지로 꼽히는 1970년의 라벨의 그림은 바로 샤갈이 그렸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리고 싶어한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최근 한국 예술가 중에선 최초로 이우환 화백이 샤또 무통 로칠드 2013년 빈티지의 라벨을 완성시켰습니다.
  • 1. 헤밍웨이의 손녀 마고 헤밍웨이와 와인
    2. 샤또 마고
    3. 앤디워홀 돔페리뇽 컬렉션

 프랑스 샴페인 돔 페리뇽(Dom Pérignon)을 너무 사랑해 행사 때마다 트럭으로 사서 마셨다는 앤디 워홀(Andy Warhol), 샤또 마고(Chateau Margaux)에 반해 자신의 손녀 이름까지 마고로 지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미국의 1천 평이 넘는 포도밭을 사들여 자신이 직접 와인을 생산하는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코폴라(Francis Coppola)까지. 예술가들이 사랑한 와인은 많지만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이 같을 수 없듯이 그들이 빠진 와인들도 모두 제각각인데요. 그만큼 와인은 생산자와 지역, 또 품종에 따라 예술 작품처럼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고, 예술과 닮은 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사우 여러분도 언젠간 위로가 되고, 기쁨을 주는 '인생 와인'을 마주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다섯 번째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 좋아해

    12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