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오래된 여권 - AMORE STORIES
#창업자 이야기
20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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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오래된 여권

창업자
이야기

창업자 장원 서성환 님의 일대기를 담은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에 담긴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요약해 소개합니다.


제5화. 오래된 여권



2006년 7월 27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프랑스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그 수훈자는 서경배 님이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첫 번째 향수 '롤리타 렘피카'의 세계적인 성공과 두 번째 향수 '엘'의 출시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경제 협력과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였습니다.

감회 깊은 얼굴로 훈장을 받아 든 서경배 님의 손에는 2003년 고인이 되신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자 장원 서성환 회장이 1960년 첫 프랑스 방문길에 지녔던 오래된 여권이 들려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여권 제22153호.

희끗하게 빛바랜 오래된 여권 속에 서른여섯의 침착함이 돋보이는 서성환 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뒷장에는 1960년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찍어준 비자와 일본, 홍콩, 태국 등 그가 다닌 세계의 발자국 도장이 어지럽게 이어졌습니다.

세계인에게 사랑 받는 화장품을 만들고자 꿈꿔왔던 멀고도 험했던 여정. 그 길을 묵묵히 걸었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담아 아들은 레지옹 도뇌르 수훈의 영광을 바치고 싶었습니다.

연구소를 만들고 지속해서 연구원을 충원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서성환 님은 국산 화장품의 전체적 품질 수준을 생각하며 언제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외국의 선진 기술 습득이 유일한 출구요 활로이며, 그 기술을 국내에 뿌리내려 국산 화장품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한발 앞서가는 자의 의무라는 사명감을 절감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성환 님은 기술제휴사인 코티사의 초청으로 40일간의 유럽 시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서성환 님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3개국 시찰을 떠났던 1960년은 한국전쟁이 끝난 지 겨우 7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85달러. 가난이 일상 곳곳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시절이었지만, 꿈과 열정으로 세계를 향해 나가려는 야심 찬 서성환 님에게는 그런 혼란스러운 조국의 현실이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었습니다.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일본, 홍콩, 태국을 거쳐 파키스탄, 요르단, 이탈리아 등을 지나 파리에 도착했습니다. 세느 강변에 있는 코티사를 방문한 서성환 님에게 그곳은 신세계이었습니다. 백 년 가까운 세월이 깃든 역사의 공간이면서, 세계적인 품질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갖가지 화장품을 무한정 쏟아내고 있는 현대적 생산의 현장. 모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한 최신 시설과 즐비한 수십 개의 원료 저장 탱크를 보며 그저 부러운 마음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7월 17일, 서성환 님은 파리 시의회 부의장의 초대를 받아 의회를 방문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프랑스 명예시민증을 받은 뒤 의사당을 두루 안내받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아시아의 작고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온 사업가에게 명예시민증을 부여한 파리시의 결정은 아마도 프랑스 사회에서 차지하는 코티사의 위상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파리에서 일정을 끝낸 서성환 님은 남프랑스의 아름다운 도시 그라스를 방문했습니다. 거리마다 질 좋은 향료를 만들기 위한 소규모 증류공장, 비누공장, 향료가게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의 고장이었습니다. 꽃잎과 건초를 압축해 원액을 얻는 과정과 향수제조 과정에 쓰이는 갖가지 기구들을 보자 오래 전 어머니가 동백기름을 짜던 당시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서성환 님은 보랏빛 라벤더를 비롯해 가지각색의 이름 모를 꽃들이 끝없이 펼쳐진 농장을 돌아보며 식물재배가 경제, 문화, 그리고 환경에까지 기여할 수 있다는 깊은 인상을 마음의 수첩에 메모했습니다. 그리고 그 메모는 훗날 제주도에 100만 평 다원을 탄생시켰습니다.
※ 본 칼럼은 창업자 평전 '나는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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