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겨울 낭만 - AMORE STORIES
#이진영 님
2015.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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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겨울 낭만

STAFF
COLUMN

아모레퍼시픽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꼭꼭 숨은 한국의 명소 찾기

제5화.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겨울 낭만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 효능연구팀 이진영 님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낙엽이 모두 떨어지고 찬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한 해가 가버리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쓸쓸해지네요. 올 겨울은 엘니뇨 영향으로 따뜻하고 눈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심 한복판에서 색다른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서울 광장과 서울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 시민들의 놀이터, 서울 광장

서울 광장은 덕수궁 건너편, 서울도서관(구 서울시청)과 서울시청, 프라자호텔로 둘러싸인 잔디 공간입니다. 본사 사옥에서도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곳이죠.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의 메카였고 이제는 다달이 서울시와 기타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들이 열리며 시민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 서울광장의 현재 모습

이곳의 역사는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했다가 덕수궁으로 돌아온 1897년부터 시작됩니다. 황제가 된 후 나라의 기틀을 새로이 하기 위해서 덕수궁 대한문 앞을 중심으로 방사선형 도로를 닦고 앞에는 광장과 원구단을 설치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우리나라 역사의 아픔과 기쁨을 함께 해오게 되었는데요. 서울 광장과 그 앞 도로는 3.1운동, 4.19 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힘을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옛 서울광장 흑백 사진을 보다 보면 "어디로 - 그는 우선 부청 쪽으로 향하여 걸으며 아무튼 벗의 얼굴이 보고 싶다, 생각하였다… 어디로- 구보는 한길 위에 서서, 넓은 마당 건너 대한문을 바라본다… 그 빈약한, 너무나 빈약한 옛 궁전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여주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 1909~1987)에 적혀있는 1930년대 당시 모습이 잘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왠지 타임캡슐 타고 시간 이동한 느낌 나지 않으신가요?
  • 서울광장의 과거 모습

서울 광장은 겨울이 되면 도심 속 스케이트장으로 변신해서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합니다. 서울시 체육진흥과에서 설치, 운영하는 스케이트 장으로 2004년 12월에 처음 만들어 져, 매년 12월 초부터 다음해 2월초까지 약 70일간 운영됩니다. 2009년 겨울에는 광화문 광장으로 옮겼다가 다시 2010년에 서울 광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올해는 12월 18일(금)을 개장 예정일로 잡고 광장 수리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입장료는 작년 기준 1,000원으로 스케이트와 보호 장비를 빌릴 수 있으며, 개설된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시간에 따라 예약도 가능합니다. 미세먼지 경보 등으로 대기환경이 나쁠 때는 임시 폐장되기도 하니까 사전 확인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조감도를 보니 이번에도 어린아이들만 탈 수 있는 안전 공간을 따로 만들고 있습니다.
  • 서울 광장의 15년 스케이트장 조감도

얼음 위에 올라 서면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유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스케이트는 또 다른 묘미를 줍니다. 겨울철 추억 삼아 한번 타보시는걸 추천합니다.
  • 야간 스케이트장


# 근대사를 엿보는 서울 도서관

밖에서만 있기엔 겨울이 너무 춥다면, 서울 도서관을 추천합니다. 서울도서관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경성부 청사로 지어졌습니다. 르네상스 양식을 절충한 지상 4층의 철근 콘크리트조 건물로 광복 이후 서울특별시 청사로 사용되면서 6차례 증·개축을 하면서 건물 외관에 다소 변형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건물의 주요 부분은 원형이 잘 남아 있어서 당시의 건축 기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정면에서 볼 때 탑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구조가 역사주의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이는데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른 건물과 달리 외관에 장식이 거의 없어 건축사적으로는 근대주의 건축의 분수령이 되는 건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 서울도서관 전경

과거 일제 경성부 청사였다는 사실과 건물 모양이 일본의 本(본)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뜻으로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했지만, 2003년 등록문화제 52호로 지정되어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는 방침이 정해졌습니다. 그러나 2006년 신청사를 짓는 문제로 문화재 훼손 논란을 겪기도 했는데요. 건물의 안전상 문제가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유지 보존, 복원하여 2012년 20만여 권의 장서를 소장한 서울을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개관했습니다.

서울 도서관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방문하더라도 꼭 봐야 할 곳이 있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서가입니다. 계단에 앉아서 잠시 책 한번 펼쳐보는 여유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문화재로의 면모를 보기 위해서는 3층을 들리시길 추천합니다. 옛 서울시청 시절의 시장실, 접견실, 기획상황실 등을 복원해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각 잡힌 의자와 탁자들을 보면서 그 당시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 서울도서관 벽면서가

  • 서울도서관 내 과거 시장실(좌측)과 기획상황실(우측)

혹시나 도서관 책을 대여하고 싶으시다면 회원증이 있어야 합니다. 책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서울 소재 주민등록증을 가졌거나 서울 소재 직장, 학교를 다닌다는 증빙이 필요합니다.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에 먼저 가입하고 신분증이나 증빙 서류를 가지고 방문하면 회원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증이 있으면 무료로 도서, DVD, 전자책 등이 대여 가능합니다.

# 시민생활마당, 서울 시민청

책에 울렁증이 있어 도서관은 질색이라면 신청사 지하에 있는 서울 시민청도 들려보길 추천합니다. 서울시 소개에 따르면 시민청은 시민이 스스로 만들고 누리는 시민생활마당으로 토론, 전시, 공연, 강좌, 놀이 등 각종 시민 활동이 각각의 특성을 반영하여 펼쳐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합니다. 공연도 볼 수 있고 따뜻한 차를 마실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서울시민청 내부

시민청 안쪽에는 서울시청 신청사를 착공하면서 발굴된 유적 전시실이 있습니다. 2008년 3월에 신청사 공사를 시작했는데 부지조성 공사중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는 유구와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되었습니다. 문화재 발굴 조사를 통해 조선시대 병기제조를 담당하던 관청인 군기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답니다.

전시실에는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기를 통하는 토층 구분을 통해서 문화의 연속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근대와 조선시대에 각각 조성된 호안석축(하천 벽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쌓은 돌벽), 자기, 동전, 기와 등 유물과 보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불랑기 자포를 비롯한 총통 철환 등의 조선시대 무기류들도 볼 수 있습니다.
  • 서울시민청 군기시유적전시실: 문화토층구분과 발굴 유적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서울시민청.. 모두 서울 중심부에서 벌어졌던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품은 역사를 들려줄 수 있는 곳입니다. 역사란 책 속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기쁨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우리와 함께 해왔던 곳이죠. 이곳에서 겨울철 낭만도 즐기고 새로운 한해 계획도 세우시면 어떨까요?
  • 덕수궁 왕궁수문장교대의식

나의 하루를 역사로 만드십시오. 늘 그곳을 바쁘게 지나치기만 했다면 한번 들려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서울 광장의 지난 역사를 묵묵히 바라본 대한문 아래에서 덕수궁의 왕궁수문장교대의식도 함께 놓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제 칼럼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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