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나도 국악을 좋아할 수 있을까? - AMORE STORIES
#권미정 님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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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도 국악을 좋아할 수 있을까?

Columnist
4기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K-Culture를 찾아서

제5화. 나도 국악을 좋아할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 향료연구팀 권미정 님

우리 문화를 더 알아보고 좋아하려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부터 나름의 매력을 느끼는 중이었지만, 가장 다가가기 힘들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음악, 국악이었습니다. 국악이 대체 뭐길래 이토록 친해지기 힘든 것일까요? 백과사전을 한번 찾아 봤습니다.

국악이란, 예로부터 전해오는 우리나라 고유의 음악. 아악, 당악, 속악, 곧 향악을 모두 포함하며, 일반적으로 전통음악과 최근의 한국적 창작 음악까지 포함하는 우리나라 음악이다.
(한국 민속문화대백과)
  • 국악의 분류도 – 한국민속문화대백과

아악, 당악……? 아악!!! 어쩐지 더 모르겠고, 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습니다.

# 국악, 왜 좋아지지 않을까?

음악이라면 웬만하면 다 좋아하는 제가 국악에 정을 붙이지 못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지? 저는 차근차근 그 이유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찾아 극복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국악'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뭔지 생각해 봤는데요.
  • 'KBS 국악한마당'의 한 장면

약속도 없고 별 볼일 없는 지루한 주말 낮, 찌뿌둥하게 뒹굴며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꼭 마주치게 되었던 국악 프로그램. 색색의 조명도 영 불편하고, 촌스러운 한복이 맨살에 닿는 느낌처럼 따분하고 근질근질한 기억으로 남아 있네요. 주말에 게으르게 늦잠을 자고 신나는 계획도 짜놓지 않았던 제 탓이었지, '국악한마당' 탓이 아니었던걸 인정하고 미션 클리어!
  • 단소 / 출처 : 위키피디아

두 번째 어두운 기억은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단소 실기시험입니다. 입술을 이렇게 폈다 저렇게 폈다, 홈을 여기 댔다 저리 댔다… 아무리 해도 속 시원하게 소리를 내지 않던 단소, 기억하시죠? 내일이 실기 시험인데 아랫입술에 'U'자로 자국이 날 정도로 열심히 연습해 봐도 아름다운 음악은 커녕 바람 새는 소리만 나 애가 탔던 기억들. 훅 불기만 해도 맑은 소리를 뿜어내고, 투투투 끊어 불면 경쾌한 느낌마저 주던 리코더완 참 달랐습니다. 요즘 아이들도 학교에서 단소를 분다지요? 이제는 "허허, 녀석들 고생이 많네"하며 웃어 넘길 수 있으니, 이것 또한 미션 클리어!
  • 가야금을 연주하는 이하늬 님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 님의 가야금 연주 장면, 아름답지요? 국악에 대한 세 번째 기억은 아주 짧게 애기하고 넘어 가겠습니다. 사춘기 소녀 시절, 짝사랑하던 선배가 가야금을 전공하던, 미스코리아 뺨치게 예쁜 어떤 아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국악을 싫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얘기는 더 안하고 빨리 넘어 가겠습니다. 왜냐면 이제 저에겐 세상에서 제일, 음… 멋지고 남자답고 착하고 또 쿨한 척은 잘 하지만 질투심 강한 남편과, 떡두꺼비보다 더 듬직하고 귀엽고 깜찍한 아들이 있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트라우마 축에도 못 끼는 것이었습니다.

# 일상 속 국악을 찾아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자서전에서 이런 얘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납니다. 한국 사람들은 클래식을 어렵다 느끼지만 사실 생활 속에 클래식이 이렇게 많이 녹아 있는 곳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 광고 음악, 초인종 벨소리, 각종 안내방송의 배경 음악에 클래식 명곡들이 숨어 있다는 것이죠.

국악도 사실 꽤 가까운 곳에서 늘 함께 하고 있던 건 아닐까요? 생각해 보니 서울 지하철에서 환승역을 알리는 '따단딴 따다 다다단 딴 따다다 단'으로 시작하는(이라 적으면 속으로 따라 불러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음악도 꽤 경쾌했던 것 같네요. 월드컵 경기 응원 중 꽹과리 소리가 들리면 괜히 한 골 더 들어갈 것처럼 희망이 생기고, 부부젤라보다 더 상대편 선수들을 괴롭힐 수 있을 것 같아 으쓱해지기도 하지요! '코미디 빅리그'라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징 소리가 얼마나 웅장하고도 깔끔한지, 정말 다른 악기로는 그 분위기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최근 징맨 황철순씨가 불미스로운 일로 언급되긴 했으나 징은 죄가 없죠!


# 서태지부터 동방신기까지, 젊은 국악 듣기

음악대장도 꼭 무대에서 부르고 싶었다던 질리지 않는 명곡,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처음 들었을 때 어린 나이였는데도 태평소 소리가 랩과 어찌나 절묘하게 어우러지는지, 신선한 충격이었답니다. 이처럼 국악을 양념처럼 톡톡 뿌려 넣어 독특한 맛을 내는 대중 가요들이 있는데요. 이소은의 '서방님'이나 이승환의 '당부' 같은 노래도 국악의 뉘앙스가 섞여 신비스럽게 들리고, 동방신기의 '맥시멈'이라는 노래도 전반부의 가야금 소리가 리듬감을 더 살려 주는 것 같아요.
  • 태평소 소리가 빠져 아쉬웠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하여가'라는 명곡을 알린 음악대장의 무대. 원곡의 태평소 소리는 정말 일품!


# 국악계의 프라푸치노, 사극 OST

지금이야 에디오피아, 과테말라 하며 원산지별 핸드 드립 커피를 비교해가며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원래 저를 커피의 세계로 인도한 건 프라푸치노였어요. 갈고 얹고 뿌리고, 각종 기교를 부린 맛있는 프라푸치노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국악이 바로 사극 OST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왕의 남자'에 깔리던 피리 소리는 참 청아하고 매력적인 명곡이었고, '오나라 오나라 아주오나' 로 시작하는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도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죠. '해를 품은 달'에 나오는 음악들은 세련된 퓨전 국악으로 특유의 웅장함과 단아함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경치 좋은 곳에서 드라이브하면서 듣기 좋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오나라'를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던 친구가 있었는데 노래방 흥 돋우는 데 단단히 한몫 했었습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덩실 덩실 춤을 추게 되더라는…)
  • 아름다운 OST가 일품이던 영화 '왕의 남자'의 한 장면



# 국악은 장르일 뿐, 오해하지 말자

여러분도 저처럼 국악을 무겁게, 지루하게 느끼셨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처럼 딱딱한 혹은 어두운 기억 속에 '국악'이라는 단어를 가둬 두셨었나요? 이유야 어쨌든 국악도 우리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는 하나의 '스타일'이고 '장르'일 뿐인데, 마냥 어렵게만 생각해 왔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국민속촌에 가보니 국악 비보이 공연단이 공연을 하더군요. 무려 탈을 쓰고 한복을 입고서요! 그들의 묘기에 가까운 공연에는 '국악'이라는 단어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 라는 교장선생님 말씀 같은 가르침도 없었습니다. 그냥 함께 웃고 환호하는 마냥 신나고 즐거운 시간만이 있을 뿐이었죠. 그런 마음이면 된 거 아닐까요? 이제는! 국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습니다.
  • 한국민속촌 국악 비보이 공연단의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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