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화장품의 조상님을 찾아서 - AMORE STORIES
#김여훈 님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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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화장품의 조상님을 찾아서

Columnist
4기

아모레퍼시픽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로벌 Beauty Inside

제4화. 화장품의 조상님을 찾아서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 메이크업팀 김여훈 님

눈을 감았다 뜨면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와 신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미용실에서 잡지라도 한 권 보면 이런 게 있었나? 싶을 만큼 처음 보는 다양한 제품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던 경험, 한번쯤은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매일 이렇게 빠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짬 날 때 마다 휴대폰액정을 이리 저리 돌려 가며 신상품 소식, 뷰티 화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별로 살 건 없지만 백화점과 드럭 스토어, 로드샵을 서성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흔하게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화장품들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1913년, 화학자였던 오빠가 여동생의 연애 사업을 위해 바셀린과 석탄가루를 섞어 속눈썹에 발라 준 데서 오늘날 마스카라가 개발되었다'하는 식의 제품 개발 히스토리를 여러분도 몇 가지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오늘은 마스카라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화장품이 생겨나게 된 계기와 그에 얽힌 재미 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로마의 마스크 팩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화장품 중 하나가 바로 마스크 시트 팩 입니다. 이를 증명하듯 명동의 로드샵을 방문하면 10~20장씩 묶음으로 포장된 마스크 시트가 매장 입구에 높이 진열되어 있고, 매장 바깥까지 앞다투어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된 다양한 마스크, 즉 '팩' 제품은 높은 품질과 다양한 기능,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외 고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런 팩 제품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요?

팩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기록들이 전해지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고대 로마 여성들의 피부 손질법에서 현대의 팩이 유래했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메이크업이 성행하던 로마 시대에 여성들은 머리 단장 외에도 얼굴에 분을 칠하고 제모를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미용법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개발하였는데요. 당대 얼굴에 칠하던 (메이크업) 화장품의 질은 현재의 것과 비교해 품질이 조악해 피부를 자주 상하고 거칠게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로마의 여인들은 화장품으로 망가진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습니다.

적시거나 데운 밀가루나 콩가루 반죽, 나귀 젖을 적신 빵을 얼굴에 펴 바르는 등 다양한 재료를 얼굴에 얹어 피부를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만들고자 한 로마 여성들의 미용법은 오늘날 팩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위의 재료 외에도 포도주 앙금, 소금, 사슴 뿔, 말린 장미 잎, 수선화 뿌리, 콩, 달걀 심지어는 오물 덩어리까지 팩의 재료로 애용되는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바를수록 그 효능이 좋아진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 왼쪽부터 포파에아 사비나의 초상 (16세기 작) / 고대 로마의 화장품 도구들


몸단장에 열중하는 로마인의 모습(일러스트)

로마 여성들의 팩 사랑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네로 황제의 두 번째 부인 포파에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포파에아는 평소 화장을 하는데 수 백 명의 노예를 거느렸고, 우유 목욕을 하기 위한 나귀를 여행시에도 수 십 마리씩 끌고 다닐 정도로 몸단장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남편인 네로가 로마를 잠시 비울 때에는 며칠 밤낮 동안 얼굴에 팩을 했는데 네로가 귀국할 때까지 팩 반죽을 얼굴에서 떼지 않을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피부 관리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포파에아의 이런 피부 관리법이 로마 전역에 크게 유행해 로마의 많은 남편들은 팩 반죽 아래 가려진 부인의 진짜 맨 얼굴을 보기 위해 애를 태웠다고 하니 예뻐지기 위한 여자들의 노력은 고대나 현대나 수고스럽고 대단하다는 생각 밖엔 들지 않습니다.

# 매니큐어와 네일 케어

기분 전환이나 손톱 손질을 위해 단골 네일 샵에 적립금을 걸어 두고 종종 손발톱 관리를 받는 여성분들이 아마 많을 텐데요. 특히 여름철엔 샌들이나 오픈 토 구두를 신기 위해 페디큐어 시술을 받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요즘엔 젤 네일 제품이 개발되어 보다 네일 컬러가 마르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단축되었고 이전보다 보다 간편하게 화려한 디자인의 네일 아트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네일 케어가 고대에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우리가 흔히 네일 폴리시를 부를 때 쓰는 '메니큐어'라는 말에서 네일 케어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네일 컬러 제품을 지칭하는 메니큐어는 라틴어인 manus (손)+cura(관리하다)에서 유래한 단어로 색상이 아닌 손톱의 관리, 즉 네일 케어(nail care)를 의미하였습니다. 현재의 네일 케어와 마찬가지로 큐티클 정리, 손톱의 모양 정돈, 손 마사지, 컬러링 등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통틀어 메니큐어라 지칭하였습니다.

최초의 네일 케어는 B.C 3천년 경 고대 이집트와 중국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모두 왕족과 귀족 사이에서 유행하였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집트에서는 관목에서 추출한 오렌지나 빨간색 염료를 이용해 손톱을 물들였으며 이를 헤나(HENA) 라고 불렀습니다. 신분이 높은 왕족일수록 진한 빨간 빛의 염색을 하였으며 계급이 낮은 사람들일수록 상대적으로 옅은 컬러를 허용하였습니다.
  • 메니큐어의 기원을 알 수 있는 이집트의 자료 / 손톱을 길게 기른 중국 상류층 여인 / 옥으로 만들어진 손톱 장신구


중국에서는 입술 연지로 쓰이던 홍화 재배가 유행하여 손톱에도 연지를 발라 '조홍'이라 칭했는데요. 고정력을 위해 벌꿀, 계란 흰자, 고무나무 수액 등을 혼합하여 사용했습니다. B.C 600년엔 귀족들이 금색 옷을 입으며 손톱에 금색 또는 은색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으며 17세기 중국의 상류층 사람들은 부를 상징하기 위해 손톱을 5인치(1.27 cm) 정도 길러 보석이나 대나무로 장식하는 경우도 흔했다고 합니다.

# 임시 방편의 젤 아이라이너

아이라이너는 주술과 미용 목적 모두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대에서부터 사용된 메이크업 제품 중 하나입니다. 태운 버드나무 가지, 식물성 염료, 각종 화학 물질들이 눈매를 더 깊이 있어 보이고 커 보이게 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남자, 여자, 어린아이 할 것 없이 강한 햇살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병을 옮기는 해충을 막기 위해 아이라인을 그리는 일이 매우 보편적이었습니다. 아이라인을 그리는 재료로는 '방연석'이라는 광물을 가루로 만든 뒤 기름에 섞은 반죽이 쓰였으며 실제로 화장품을 보관하는 단지 류도 유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 이집트 인의 눈화장을 보여주는 부조 / 이집트 화장용 손거울 / 눈화장 용 먹을 보관하는 단지


오늘날 아이라이너는 펜슬 타입, 리퀴드 타입부터 시작해 다양한 변조를 거듭하며 개발,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젤 아이라이너는 부드럽게 그려지면서도 고정, 지속력이 높아 아이라인이 잘 번지는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특히 무대 메이크업에 유용하게 사용되어 걸 그룹이나 운동선수들의 메이크업 박스에 꼭 있는 필수 제품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필수 아이템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사랑 받고 있는 젤 아이라이너가 사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허술하게 챙긴 가방에서 유래되었다는 점, 알고 계신가요? ELCA 컴퍼니의 대표 브랜드 명이자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비 브라운은 콜로라도를 방문하던 중 급하게 'Architectural Digest' 의 촬영에 응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촬영 직전 간단히 화장을 고치고 싶던 바비 브라운은 가방을 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브러시, 아이 섀도우 하나도 없는 가방 속을 보고 깜짝 놀란 바비 브라운은 그나마 가방 속에 굴러다니던 마스카라를 발견합니다. 마스카라 하나만 발라서 눈매를 교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낀 바비 브라운은 임시방편으로 면봉에 끈적끈적한 마스카라 액을 묻혀 아이라인을 그린 뒤 촬영에 임하게 됩니다.

의외로 마스카라 액으로 그린 아이라인은 겉보기에도, 사용하기에도 괜찮았고 이내 바비 브라운은 책상 위에 놓인 잉크 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젤 타입 색소를 잉크 병 같이 납작한 유리병에 담은 형태의 상업화 된 젤 아이라이너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 제품은 곧 바비 브라운 브랜드의 베스트&스테디 셀러 중 하나가 되었으며,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젤 타입 아이라이너를 연구하고 개발해 보다 업그레이드 되고 간편한 제품들을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비 브라운 / 바비브라운 사의 롱 웨어 젤 아이라이너


# 귀족들의 전유물, 향수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이제 향수는 더 이상 낯선 화장품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절이나 본인 이미지에 맞는 향을 찾아 향수를 생활 필수품처럼 사용하고 있으며, 화장품 전문 브랜드 외에도 패션 브랜드, 유명 연예인까지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새로운 향을 때에 맞춰 선보이고 있습니다.

본래 향수는 향을 피우며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종교 의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프랑스어 parfum, 영어 perfume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Per Fumare가 '연기를 통하여'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향수와 종교 의식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향수, 그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향료 역사가 불에 향을 태우는 방향의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관점에서는 그 발상지가 파미르 고원의 힌두교국 인도 라는 설이 가장 강력합니다.

이 외에도 그리스에서는 향기가 있는 식물(허브)를 태워 그 향으로 질병을 없애기도 하였으며 이집트에서는 강한 태양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기름에 향료를 섞어 온 몸에 바르기도 했습니다. 고대 아랍인들은 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증기를 이용해 향을 보존시키는 한층 발전된 향 제조법을 개발하였는데요. 아랍에서 만들어진 장미수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된 후 유럽 내에서 큰 인기를 얻어 귀족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도 중국에 파견되었던 고구려와 백제의 승려가 각각 372년, 382년에 향료를 수입해왔다는 기록이 존재합니다. 이런 향료를 향낭 형태로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대중화 한 것은 신라시대의 일로, 주로 귀부인들 사이에서 유행하였다고 합니다.
  • 유금쌍봉문은향낭 : 금박을 한 상아문 은향낭과 소조 운양을 금박을 한 은향낭 / 석류 모양 향낭


근대적 의미의 향수가 개발된 것은 1370년 경이 처음으로, 헝가리의 여왕 엘리자베스를 위해 만들어진 '헝가리안 워터'가 증류 향수이자 최초의 알코올 타입 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향수 사업은 점차 발전하며 이태리, 프랑스를 중심으로 향수 조제용 아틀리에, 조향사, 향수 전문점 등이 서서히 늘어나게 되었으며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기 때에 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향수의 고장으로 알려진 남프랑스의 그라스 지방 역시 이 때 향수 산업이 만발했던 곳 중 하나로 오렌지 꽃(네롤리) 과 히아신스를 주 원료로 한 향수가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베르가모트 유, 오렌지 유, 로즈메리 등의 식물 추출물이 향수의 원료로 다양하게 이용 되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향수는 여전히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는 화학 합성 향료의 개발되었고 이때부터 향수의 대량 생산 및 대중화가 가능해져 지금과 같은 형태를 띄게 되었습니다.
  • 네롤리 / 히아신스 / 루이 14세


# 이번 화를 마치며…

지금까지 우리가 흔하게 쓰고 있는 화장품들의 기원을 간략히 소개해드렸는데요 고대 이집트와 로마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고대 이집트와 로마의 귀족 문화는 매우 세련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되었습니다. 쿠션이라는 신 유형의 제품을 화장품 업계에 혜성같이 소개했듯이 아모레퍼시픽에 그 기원이 있는 다양한 제품이 앞으로 더 많이 생산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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