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태도의 심리학, 그리고 Netflix - AMORE STORIES
#신우철 님
20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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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태도의 심리학, 그리고 Netflix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사업전략팀 신우철 님


# 칼럼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디지털 심리학' 칼럼을 연재 중인 신우철입니다. 그동안 칼럼을 통해 디지털 환경과 연관된 최신 심리학 연구들을 소개 드렸는데요. 오늘은 조금 멀리 과거로 되돌아가볼까 합니다. 심리학은 20세기 초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요. 그 당시 진행된 많은 연구들이 현대 심리학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라피에르(Richard LaPiere)'가 1934년 발표한 연구에 대해 이야기 드리려 합니다.

# 1930년대의 미국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히든 피겨스'를 기억하시나요?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으로 유색인종은 별도의 화장실을 써야 하는 등 인종 차별이 여전한 시기였습니다. 이보다 30년 전인 1930년대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유색인종들은 수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당시 인종차별적 행동은 일반화되어 있어 호텔과 음식점에서는 특정 인종이나 국민을 손님으로 받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었습니다.
  • 개, 흑인, 멕시칸 출입금지(60년대 표지판/미국사 박물관 소장)

 이 시기인 1930년부터 1931년까지 '라피에르'는 젊은 중국인 학생 부부와 미국 국내 여행을 하게 됩니다. 이들 부부는 라피에르의 표현에 의하면 '매우 품위 있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었지만,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많았던 시기였기에 라피에르는 많은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종차별이 심하기로 이름난 작은 마을의 호텔에 들렀을 때 중국인 부부가 어렵지 않게 숙소를 안내 받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두 달 후, 다른 중국인 손님을 안내하기 위해 그 호텔에 전화를 하게 되는데요. 이 때 다음과 같은 리셉션의 대답을 듣고는 또 다시 의아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중국인을 손님으로 받지 않습니다."

# 태도는 행동과 일치하는가?

 만약 제가 어떤 음식이 싫다고 말한다면, 식당에서 그 음식을 주문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분야에서도 그럴까요? 심리학 초기에 사람들은 '태도와 행동의 일치'에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고, 설문지 등을 통해 태도를 측정한 후 행동을 예측하고자 하는 일은 매우 흔했습니다.

 위의 중국인 부부 사례를 겪으면서 라피에르는 이러한 '태도와 행동의 GAP'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집니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중국인 부부와 미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를 활용하여 일종의 관찰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중국인 부부와 67곳의 호텔, 캠프장, 여행자 숙소를 방문하고 184곳의 음식점과 카페에서 식사하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종업원들의 반응을 정확하고 상세히 기록하였습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방문했던 모든 곳에 우편으로 질문지를 보내고 '중국인을 손님으로 받을 의향이 있는지'를 응답하게 하였습니다.

#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여행 중에 라피에르가 중국인 부부와 직접 방문했던 251곳의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단 1곳, 자동차 캠프만이 인종적인 이유로 그들을 거부했습니다. 그 외 거부없이 방문했던 업소들 중 50%만이 질문지에 회신을 했는데요. 놀라운 건 회신한 곳의 90%가 중국인을 손님으로 받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미 중국인 부부를 손님으로 환대해놓고 실제 대답은 전혀 딴판이었던 것이죠.
  • 이쯤 되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술이나 마시자

 라피에르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후 학계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고, 연관된 수많은 후속 연구가 이뤄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비판도 있었지만 계속되는 후속 연구에서조차 유사한 결과들이 나왔고, 이후의 연구들은 '왜 태도와 실제 행동이 달라지는 것인지, 그러한 차이를 예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태도와 행동은 다르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게 된 것이죠.

# 좋아 보인다고 했지만, 살지 말지는 나도 몰라.

 "태도와 행동은 다르다"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내용인데 심리학자들은 왜 저런 연구를 할까요? 참 쓸데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최근에 시장조사를 위해 설문조사를 한 적 없으신가요? 아니면 고객이나 직원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인터뷰를 했던 적은요? 그 결과가 향후 사람들의 행동을 어느 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시나요?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태도나 취향에 대한 조사를 하고있습니다. 태도나 취향의 결과를 가지고 미래의 구매, 즉 행동을 예측하고 싶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제나 소비자들은 자신의 마음을 쉽게 알려주지 않는데요.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본인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 오늘의 영어 한마디 – God Knows


# 취향의 빅데이터, Netflix

 단순히 '어떤 것이 좋은지, 싫은지'를 표현하는 '태도'도 어려운데, '어떤 것을 좋아할지'에 대한 '취향'을 알아내는 영역은 그보다 훨씬 상급의 레벨일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나도 잘 모르는 나의 마음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중 가장 핫한 기업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마무리를 장식할 'Netflix(넷플릭스)'입니다.

 Netflix는 미국에서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월 정액 서비스로 시작해 현재는 시공간 제약 없이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 컨텐츠를 제공하는 즉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글로벌 기업입니다. Netflix Original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컨텐츠 제작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가 대표작이고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옥자(Okja)'도 Netflix Original로 제작되었습니다.
  • Netflix에서 제작된 봉준호 감독의 최신작 옥자(Okja)

 Netflix는 1997년 DVD 대여업 때부터 고객들이 어떤 DVD를 빌려갔는지, 그리고 이에 대해 평점을 어떻게 매기는지를 분석하며 알고리즘을 만들어왔습니다. 즉 방대한 양의 취향 데이터를 축적해왔던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고객이 어떤 영화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 예측 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설 수 없었던 것이죠. '취향의 탄생' 이라는 책을 보면 이에 대해 Netflix 관계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더 좋게 느끼고 싶어합니다. 자신에게 환상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어떤 말을 하고, 특정 영화에 별을 얼마나 주고 싶어 하고, 실제 어떤 영화를 보는지에 대해서요" 앨린이 설명했다. 사람들은 <호텔 르완다>에 별 다섯 개를 주고 <캡틴 아메리카>에 별 두 개를 주려고 하지만 실은 <캡틴 아메리카>를 훨씬 더 좋아한다고 한다(취향의 탄생 中).

 앞서 살펴보았던 태도와 행동의 차이 중 한 사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알고리즘 정확도를 향상 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던 Netflix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됩니다. 어떤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태도의 데이터'가 아니라 어떤 영화를 어떻게 보는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행동 데이터가 가져올 미래

 언제 어디에서 어떤 영화를 보는지, 어느 지점에서 영화를 멈추고 그 다음에 무엇을 보고, 어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는지, 어떤 영화를 '즐겨찾기'에 등록하는지, 등록만 해놓고 안 보는 영화는 어떤 것인지 등 이런 모든 데이터들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척'하는 영화가 아닌 '실제로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Netflix는 다른 동영상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만들게 되는데요. 바로 개인화된 추천 시스템입니다. 실제 현재 Netflix 가입자가 10만 명 정도 되는데, 이 사람들 모두에게 각기 다른 컨텐츠를 추천하기 때문에 총 10만 개의 다른 메인 화면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 Netflix 화면구성

 이렇게 내가 웹상에 남긴 흔적을 통해 나의 취향을 분석하고 추천하는 시스템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구글이나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활용하고 있는데요. 미국 등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Behavioral Targeting)에는 별도의 표시를 남기게 하는 자발적 규제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 행동 타겟팅 광고에 부착되는 알림 표시 AdChoices

  • AdChoices 홈페이지

 이러한 규제까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행동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할 것들로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내 취향에 기반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알고리즘 덕분에 좋은 컨텐츠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음악 앱(App)에서 추천해준 노래 한 곡을 들어봐야겠습니다. 저에게 딱 맞는 노래면 정말 좋겠네요.(웃음)
* Reference
- 심리학을 변화시킨 40가지 연구, 로저R호크지음, 유연옥 옮김, 학지사, 2001
- LaPiere, Richard T, Attitude and actions, Social Forces, 1934
- 취향의 탄생, 톰 밴더빌트 지음, 박준형 옮김, 토네이도, 2016
- Magazine B No.49 Netflix, JOH편집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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