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지멘스 - AMORE STORIES
#곽윤주 님
2016.07.12
13 LIKE
610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4%ed%99%94-%ec%9c%84%ea%b8%b0%ec%99%80-%ea%b8%b0%ed%9a%8c%eb%8a%94-%ed%95%a8%ea%bb%98-%ec%98%a8%eb%8b%a4-%ec%a7%80%eb%a9%98%ec%8a%a4

제4화.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지멘스

Columnist
4기

아모레퍼시픽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Innovative 글로벌 기업 스토리

제4화.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 지멘스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그룹 경영진단2팀 곽윤주 님

주변을 살펴보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것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추장, 된장 같은 장 문화가 그렇죠. 독특한 향과 맛, 빛깔로 우리의 식탁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데요. 책장에 낡고 오래된 책도 그렇습니다. 책을 펼쳐보면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노랗거나 붉은 낙엽이 하나씩 끼워져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습니다. 책 안에 놓고 온 그때의 기억입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의 한 켠을 지켜왔던 것들은 모두 하나씩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오늘은 170년 동안 유지되어 온 독일의 글로벌 기업 지멘스를 소개해 드리고, 긴 세월을 지멘스가 어떻게 헤쳐왔는지 간단하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 Overview of SIEMENS origin & growth / 이미지 출처 : 2011 MIT Manufacturing Summit


지멘스 창업자의 모습 / 이미지 출처 : 지멘스 공식 사이트

우선 지멘스가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일까요? 많은 분들이 헬스케어 회사라고 가장 먼저 인식하실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지멘스는 헬스케어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800년대 그들은 전신(電信, Telegraph)에서 출발합니다. 베를린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약 500km에 이르는 전신 라인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요. 당시에는 굉장한 장거리 라인이었다고 합니다. 얼마 되지 않아 사업은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고, 그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사업군에 진출했습니다. 지금은 공장 자동화, 스마트 빌딩 구축, 에너지, 모빌리티, 헬스케어, 금융서비스 등의 사업을 각 나라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 공짜 냉장고 가져가세요!

2008년 브라질의 난민들은 이런 전화를 받습니다.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냉장고를 보쉬-지멘스의 새 냉장고로 교체해 드리겠습니다. 공짜로요." 아마 똑 같은 전화를 우리들에게 했다면 보이스피싱이라며 당장 끊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공짜 냉장고 사건은 실제 이야기입니다. 왜 이런 이상한 소동이 난 것일까요?

답은 2005년 교토의정서에서 시작합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교토의정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규제 사항들을 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양을 국가마다 정해두었고, 더 배출하고 싶을 땐 탄소배출권을 다른 곳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전 세계 국가들과, 지멘스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교토의정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멘스 또한 그랬습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바로 공짜 냉장고 사업모델입니다.

먼저 지멘스는 브라질 전력회사에 신형 저전력 냉장고를 매우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그러면 브라질 전력회사는 법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제고 차원으로 받은 투자금액을 냉장고를 매입하는데 사용합니다. 매입한 냉장고는 브라질의 달동네에 공짜로 전달되고, 달동네에서 사용되던 구형 냉장고는 지멘스가 다시 수거를 합니다. 이때 지멘스는 저전력 냉장고 판매로 인해 탄소배출양이 줄어들면서 탄소배출권을 다른 곳에 팔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죠.
  • 보쉬-지멘스의 공짜 냉장고 사업모델 개요 / 이미지 출처 : LG경제연구원


그러면 이 사업모델을 통한 각자의 이득을 살펴볼까요? 먼저 빈민들은 신형 냉장고가 공짜로 생겨서 좋습니다. 전력회사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되고요. 더불어 냉장고를 저렴하게 구입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받았던 투자금액을 새로운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멘스는 신형 냉장고를 염가이지만 판매했기 때문에 판매수익이 발생합니다. 또한 탄소배출권을 판매함으로써 냉장고 판매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고요. 빈민들을 도와주면서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있다는 좋은 이미지까지 덤으로 가져가게 됩니다.

이러한 사례를 흔히 Free-Economics라고 합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고전적인 사례로는 질레트 면도기가 있습니다. 면도기를 공짜로 나누어주고, 면도날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은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질레트 면도기는 일회용 면도기 시장도 만들어 냅니다. 지멘스 또한 스폰서처럼 빈민들에게 신형 냉장고를 보급했지만, 수익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탄소배출권 거래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은 지멘스 외에도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활발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규약이 지멘스에게 사업의 장애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온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결국 기업의 향방과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 보쉬(Bosch)-지멘스(SIEMENS)는 독일의 보쉬 기업과 지멘스의 합작 회사입니다. 지멘스는 보쉬-지멘스를 통해 가전사업을 전개했으나, 에너지사업을 전략분야로 결정하면서 2014년 가전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 일하는 방식=기업문화

공짜 냉장고 사건 이전, 지멘스는 큰 위기를 겪게 됩니다. 너무나 유명한 스캔들인데요. 바로 2006년 지멘스가 4억 2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5,653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해 세계 여러 국가 공무원, 고객사에 뇌물로 전달한 것입니다. 이어 2007년에는 유럽 전기시장에서 다른 기업들과 함께 가격 조작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4억 유로에 가까운 벌금을 받게 됩니다. 당연히 기업 가치는 땅으로 떨어졌고, 고객의 신뢰는 무너져 버렸습니다.

지멘스는 이 스캔들을 극복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선포합니다. 뇌물 사건 이후 즉각 강도 높은 대응 조치를 내놓았고, 그 후 윤리경영이 정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드는데 힘 썼습니다.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을 하는 방식'에 변화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했지만, 그 중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활동을 두 가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지멘스는 임직원들의 직무와 역할에 따라 업무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직접 다른 임직원들을 재교육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준법 교육이 단순히 일회성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초로 교육을 받은 임직원이 그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모범을 보이도록, 그리고 임직원 사이에는 준법 정신이 업무 행동으로 녹아 들어가도록 한 것입니다. 더불어 임직원 인지도 조사를 실시하여 컴플라이언스 문화 지수를 측정했고, 기업문화가 어느 정도 퍼져있는지 장시간 추적해 나갔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에 준법 의식이 깃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윤리 경영 문화가 퍼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센티브 시스템에 컴플라이언스 영역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의 준수율과 임직원의 인지도 수준이 인센티브에 반영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컴플라이언스가 임직원의 규범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습니다. 지멘스에서는 실제로 2009년 전체 보너스의 17%가 바로 컴플라이언스 영역에서 지급되었다고 밝혔고, 지금도 매년 전 세계의 약 5,500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의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이 규범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때 페널티를 부과하는데, 이와는 다른 행보입니다. 오히려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니까요.

이 외에도 여러 제도 개선과 활동들을 통해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법을 개선하는데 적극 노력했고, 덕분에 지멘스는 윤리 경영을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매김 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지금도 지멘스는 부정행위 척결을 위한 지원금을 여러 비영리 기관에 지급하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는 한국의 민관협력 프로젝트인 Fair Player Club에 가입하여 한국 기업들의 윤리 경영 정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비리 사건 하나 터졌다고 과연 지멘스가 공중분해 되었을까?'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더 높은 확률로 '그래도 사업은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기업들이 비자금 사건, 뇌물 혐의에 휘말리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아예 망해버리는 경우는 지금까지 못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존경하고 높이 우러러보는 인물들은 능력도 있고 똑똑한데, 거기에 청렴하기까지 한 황희 정승이나, 최영 장군 같은 사람입니다. 지멘스도 같은 생각이지 않았을까요? 스캔들이 터졌을 때, 단순히 사업을 잘 전개하기 위해 강도 높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만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파트너사와 투자자, 고객, 임직원에게 더 큰 신뢰를 얻고 장기적인 이윤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이죠. 지멘스의 지향점은 아마도 모든 이에게 사랑 받는 기업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 Limitless Exchange of Ideas!

지멘스에서 진행하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입니다. 모든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품 및 서비스를 개선하고, 낡은 제도를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기업 내부적으로 새로운 생각들을 모으는 창구들을 마련해 두고 있는데요.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모아 개선과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멘스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개념의 창구를 마련합니다.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목소리도 듣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상에서 지식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아이디어 경쟁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최적의 방법을 찾아 회사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조금 더 나아간 형태라고 한 이유는, 기업의 발전에 내부 임직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멘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직원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논의된 아이디어를 더 엣지있게 만들고, 컨셉을 입혀서 시장에 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멘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은 TechnoWeb입니다. 지멘스는 TechnoWeb을 1999년부터 이미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4만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TechnoWeb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 지멘스의 Head of Research Group, Thorsten Krüger / 이미지 출처 : 지멘스 공식 사이트


"TechnoWeb에서 핫하게 논의되는 것들이, 결국은 향후 트렌드가 될 것입니다."
- Thorsten Krüger -


오픈 이노베이션이 무서운 이유는 지멘스의 중역인 Thorsten Krüger의 생각에서 드러납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치는 기업의 제도 개선과 고객과의 소통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뜨겁게 토론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들이 뭉쳐지고 흩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어떠한 '기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흐름이 그대로 미래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멘스는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정말 큰 무기를 들고 있는 셈입니다.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무엇을 대비해야 할지도 알 수 있겠죠. 이런 점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은 '시대의 변화'라는 위기를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보입니다.

# 이번 화를 마치며…

오랜 시간 생존해 온 지멘스의 비밀을 파헤쳐 보고자 사례들을 찾아 보며 글을 정리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혁신기술을 사용, 생산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비용이나 기술적 문제 때문에 해결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새로운 기술로 송두리째 바꿔버리면서 새로운 생산 공식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지멘스는 이미 2013년, Digital Enterprise 구현을 위한 플랫폼을 발표하며 이러한 기조에 합류했습니다. 새로운 제조업 시대에서, 지멘스는 새로운 모습의 기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좋은 실적과 국내외 우수한 평판, 탄탄한 브랜드라는 자산들을 어떻게 더 강화시킬 수 있을지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 좋아해

    13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