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우리 주변의 위대한 그들, 워킹 맘∙워킹 대디를 위한 그림책 - AMORE STORIES
#이재은 님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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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우리 주변의 위대한 그들, 워킹 맘∙워킹 대디를 위한 그림책

칼럼니스트이재은 님
아모레퍼시픽 조직문화개발팀


 기나긴 학생 시절을 벗어나 '사회인'의 이름으로 스스로 두 발 딛고 서기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신입으로 겪는 회사 생활의 고충을 반은 어리광으로, 반쯤은 훈장처럼 늘어놓던 신입 사원 시절의 저에게 스무 살이 되고부터 환갑에 가까운 나이까지 줄곧 일하다 은퇴하신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있었지요.

"남한테 돈 내면서 공부할 때도 어디 쉬운 일이 있든? 이제 남의 돈 받으며 일하는 데 어려운 게 당연하지."

 어머니의 그 말이 다시 떠오른 것은 저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였습니다. 사회인으로 한 사람 몫 제대로 하기도 빠듯하던 제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부모 됨'이란 얼마나 버겁던지요. 악을 쓰며 이유도 모를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를 달래며 몸과 마음이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하던 어느 불면의 밤, 출산 직전까지 만삭의 몸으로 만원버스를 타고 출퇴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한 달도 채 몸을 풀지 못하고 복직해 자리를 지켜야 했던 스물 몇 살인가의 엄마가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입니다. 자식을 낳아보아야 부모 마음을 안다던가요? 저는 그날부터 제 마음속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쓰는 빈칸에 온 세상 위인들 다 제치고 엄마 이름 석 자를 적어 넣고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워킹 우먼, 워킹 맨(?)'으로 살기도 녹록지 않은 바쁘고 복잡한 직장인의 삶에 더해 '맘, 대디'의 이름까지 기꺼이 껴안은 우리 주변의 워킹 맘, 워킹 대디를 위한 그림책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명작 육아템(!)은 널리널리 함께할수록 좋은 거니까요!

어쩌면 아이가 항상 마음속에 품어왔을 질문,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 (그림 출처 : 노컷뉴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로 독자층이 탄탄한 김영진은 누구보다 오늘을 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거리 풍경과 유치원 교실 묘사, 아이들 그림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낸 그림 속 아이 그림들, 아이 방에 늘어놓은 장난감 하나하나의 선택에서도 작가의 섬세한 관찰과 애정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엄마는 회사에서 내 생각해?> 또한 워킹 맘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집 안 풍경과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이의 등원 시간도, 자신의 출근 시간도 맞춰야 하는 엄마는 아이 아침 먹이랴 출근 준비하랴 마음이 급합니다. 한편 이제 막 잠에서 깨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딸 은비는 재촉하는 엄마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오늘은 회사 안 가면 안 되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은비에게 엄마는 마음과 달리 화를 내고, 속상함을 제대로 달래줄 틈도 없이 아이를 재촉해 집을 나서야 합니다. 걸음이 마음처럼 급해져 손을 잡아끄는 엄마와 달리 서둘러도 엄마를 따라가기에 버거운 은비에겐 등에 멘 작은 가방도 무겁기만 합니다.

 어떠세요? 대부분의 일하는 엄마들에게 이런 경험은 흔히 겪으면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한구석을 찌릿하게 하는 눈물 버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자칫하면 몇 페이지 읽기도 전에 눈물을 보이기 일쑤니까요. 저는 이 책을 선물해 준 선배에게 미리 경고를 듣고 시작했는데도 아이 앞에서 훌쩍대는 주책을 떨고야 말았습니다.

 아침의 앙금이 남은 채로 각각 일터와 유치원으로 헤어진 엄마와 은비는 각자의 일상을 보냅니다. 엄마는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도 은비에게 해 줄 주말 메뉴를 생각하며 설레고, 은비는 점심을 먹으며 밥 잘 먹는 내 모습을 보면 기뻐할 엄마를 떠올립니다. 아이란 아무리 내게 심술을 부려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엄마란 내가 밥을 잘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일이라도 생긴 양 기뻐하는 사람이니까요.
  • (그림 출처 : 노컷뉴스)

 하지만 오후에 접어들자,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어려움을 겪으며 서로가 모르는 시간이 깊어만 갑니다. 특히 친구들이 모두 엄마의 손을 잡고 떠난 뒤 그림자가 길어진 교실에 홀로 남거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주지 못하는 할머니와의 갈등처럼 '일하는 엄마의 아이라서 겪어야 하는 것들'을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립니다. 여기에 겹쳐 내 마음대로 업무가 풀리지 않아 오늘도 어김없이 귀가가 늦어지는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질 때쯤이면 읽는 엄마도, 듣고 있는 아이도 우리를 꼭 닮은 이 모녀가 얼른 만날 수 있길 바라는 하나 된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되지요.

 드디어 퇴근한 엄마는 서둘러 돌아와 문을 열고, 아이는 한달음에 달려와 엄마 품에 안깁니다. 아이의 하루가 궁금한 엄마의 질문에 아이는 종알종알 오늘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친구와 다투어서 속상했던 이야기 등 마음속에 품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되묻지요. "엄마는 회사에서 뭐 했어?"
  • (그림 출처 : 노컷뉴스)

 엄마가 회사에서 한 일들은 수십 가지일 수 있겠지만, 사실 아이가 듣고 싶은 대답은 딱 한 가지입니다. 그리고 엄마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에게 그 대답을 해줍니다. "엄마? 우리 은비 생각했지!" 딱 바라던 대답에 더없이 행복해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그리며 책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은비가 오늘 하루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에요."

 아마도 제 예상이 맞는다면, 무릎 위에 앉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러분의 아이도 눈을 빛내며 물을 것입니다. "엄마는 오늘 회사에서 뭐 했어?" 그러면 여러분도 아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마법의 대답을 들려주며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엄마? 당연히 OO 생각했지!' 업무에 지친 엄마에게도, 기다림에 지친 아이에게도 이보다 근사한 하루의 마무리가 또 있을까요?

이제는 고전이 된 '아빠 육아 지침서',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

  • (그림 출처 : amazon.com)

 픽사 애니메이션 <슈렉>에 원작 동화가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슈렉>의 원작자 윌리엄 스타이그는 칼데콧상 수상작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이제는 고전 그림책의 반열에 들어선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 등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겸 작가입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가 꼽는 윌리엄 스타이그 최고의 책은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입니다. 왜냐고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아빠 놀이'에 최적화된 책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빠 육아, 엄마 육아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 우스운 일일지 모릅니다만, 사실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는 맨 처음 만난 출발점부터 다른 사람들입니다. 엄마와 아이는 10개월간 하나였던 사이니까 다를 수밖에 없지요. 세상에 나와 엄마와 이어져 있던 탯줄은 끊어지지만, 아이는 엄마에게서 나온 것을 먹고, 본능적으로 엄마를 찾아 잠듭니다. 누가 가르쳐줄 필요도,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이 엄마와 아이는 아주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난 이래 엄마와 아이의 시간은 한 사람이었던 두 사람이 서로의 거리와 공간을 차츰 확보해가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아빠는 다릅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모 됨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아이와의 관계를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흔히 아빠가 아이에게 장난을 걸고, 번쩍 들어 빙빙 돌리고, 뛰고 구르며 놀아주는 것을 '몸으로 놀아준다'고들 하지요? 저는 이것이 단순히 아빠가 힘이 세고 정적인 놀이를 선호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기억과 몸에 새기면서 아빠와 아이는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구축해나가는 것이죠.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은 바로 그런 놀이를 이끌어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딱히 기승전결의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빠, 엄마, 아이로 구성된 가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매력적이고 개성이 독특한 캐릭터라기보다는 일부러 어느 아이라도 몰입할 수 있을 법하게 그린 듯한 평범하고 전형적인 모습의 사람들입니다.

 주인공 피트는 바깥 놀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비가 와서 나가 놀 수 없게 되자 침울해지고 말지요. 피트가 속상해하는 걸 아빠가 모를 리 있나요? 아빠는 피트의 기분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 꾀를 하나 냅니다. 아이를 '피자'로 만들어주자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빠는 피트를 번쩍 들어 식탁으로 갑니다. 바로 전 페이지에서 소파에 늘어져 우울해하던 피트의 눈은 이제 장난기와 기대로 더없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자, 이쯤에서 책을 읽던 우리의 아빠들도 아이를 번쩍 들고 일어나셔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도 책 속 주인공이 되어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빛내게 될 거예요.
  • (그림 출처 : Scholastic)

 피자 반죽이 된 피트를 식탁에 올려놓은 아빠는 이제 '피자 놀이'를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따라서 읽으며 그대로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밀가루가 된 아이를 반죽하고, 이리저리 늘이기도 하고, 공중에서 빙빙 돌리고, 기름을 바른다며 로션을 발라주기도 하고, 아이의 블록이나 색종이 같은 것으로 토마토를 만들어 올려주세요. 아마 이쯤에서 피트처럼 우리 아이들도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혼자서 깔깔대기 시작할 겁니다. 엄마나 아빠가 말을 걸어도 피트처럼 밀가루 반죽인 척하며 시치미를 뚝 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책 속 엄마처럼 아이를 간질이며 "피자가 웃으면 어떻게 하니?" 하고 장난을 걸 수도 있겠지요.

 식탁에서 다시 아이를 번쩍 들어 '소파 오븐'에서 익히고, 다 익은 피자(?)를 자르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면 아이가 도망치고, 술래잡기 끝에 아이를 잡아 꼭 안아주면 이 책이 이끌어낸 신나는 놀이 한 편이 마무리됩니다. 아빠와 정신없이 신나게 노는 동안 책 속 세상에서는 어느새 비가 그치고 해가 다시 나왔습니다. 피트는 이제 친구들과 놀겠다며 집을 나가고, 그런 피트를 아빠는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다정한 눈길로 바라봅니다.

 아빠의 사랑을 강조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 속 아빠가 구구절절 사랑을 말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궁리하고 함께 놀아주는 아빠, 늘 다정함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아빠의 모습에서는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사랑이 배어납니다. 이 책의 피자 놀이는 요란하거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놀이이지만, 장담컨대 아마 한 번으로 만족하는 아이는 없을 겁니다. 아이 눈높이에 꼭 맞는 '꿀잼'을 보장하는 놀이니까요. 그렇게 반복되는 놀이의 시간 속에서,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굳건한 사랑과 믿음이 쌓여갈 것입니다.

 한 부부의 신혼 시절로부터 육아에 이르는 생활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그린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의 작가 난다의 에세이에서는 아이가 있는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이런 폭발적인 행복감은 느껴본 적이 없다. 너무 행복해서 행복이 명치를 때리는 그런 공격적인 행복. 훌륭한 성인도 대단히 선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내가 자식을 낳았다는 것만으로 이런 기쁨을 가지다니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행복."

 하지만 이런 행복에 대한 술회 뒤에 이러한 글귀가 이어집니다.

"정말로 솔직히 말한다면, 인간이 임신, 출산, 육아의 괴로움을 미리 겪어볼 수 있었다면 인류는 지속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공평하게도 자식을 낳고 기르는 행복 역시 미리 겪어볼 수 없다. 결국 불확실하기에 사람은 백지에 점을 찍는 것이고, 확신이란 저지른 뒤에야 드는 것 아닐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사실 이런 격렬한 행복과 격렬한 괴로움 사이를 헤쳐가는 여정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함께 나눈 두 권의 그림책들이 사우 여러분의 '슬기로운 육아 생활'에 괴로움은 덜고, 행복은 더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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