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상하이 중산공원(中上公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공원'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산책할 수 있는 곳이나 자연과 어우러진 곳, 혹은 지친 사람들에게는 힐링을 느낄 수 공간으로 인식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곳 상하이에 위치한 중산공원에는 조금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중산공원은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공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때문인데요. 우선 공원에 들어서면 위 사진과 같이 바닥에 중국어가 써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붓과 물통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글씨를 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요. 이들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한 글자 한 글자 최선을 다해 써내려 가고, 어느새 공원 바닥은 화려한 획수를 가진 중국어로 도배가 됩니다. 제 기준에 읽기 쉬운 글자도 있고 어려운 글자도 있네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물이 말라 바닥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글씨 장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 작업을 아마 하루 종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글씨 쓰는 연습을 하는 건가'라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국어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음은 장기입니다. 한쪽 공간에 위치한 벤치에서 장기를 두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곳에서 사용하는 장기판과 장기돌은 조금 이색적입니다. 장기판은 두꺼운 종이에 선을 대충 그려 놓은 것이고, 장기돌은 기존 돌보다 투박해보입니다. (왜 이런 도구를 사용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장기 두는 곳에는 언제나 '방해꾼'들이 존재하죠. 바로 장기 두는 선수들에게 훈수를 하는 사람들인데요. 방해꾼들은 너무 많지만, 이렇게 시끌벅적한 현장이 이곳만의 문화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의 공원 풍경을 떠올리면 그려지는 모습, 바로 기체조 하는 시민들이죠. 이곳 중산공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체조를 하는 분들은 천천히 움직이는 몸짓 속에서 예술을 표현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너~무 천천히 움직여서 이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도 듭니다.
공원 한가운데에서 열을 이루고 즐겁게 춤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중산공원에서 가장 많이 본 장면인데요. 단체 복장을 입고 춤을 추는 시민들입니다. 맨 앞에 서 있는 리더의 구호에 맞춰 동작을 따라합니다. 지나다니다 보면 이들의 흥이 저에게도 전달 돼 어깨가 으쓱거리기도 하는데요. 자주 마주하지만 간혹 처음 보는 춤들도 있어서 한동안 자리에서 멍하니 보고 있을 때도 있답니다.
중산공원에서는 다양한 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습니다. 부채와 일체화되어 예쁜 선을 만들거나, 찬란한 색깔의 연을 날리는 사람들도 있고, 온 신경을 집중해 제기를 차고 있는 무리들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양한 놀이를 하며 즐긴다는 점인데요. 그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산공원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활동으로 무술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명 혹은 대열을 이뤄 무술 연습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봉, 칼, 검 등의 도구를 이용해 단련하는 사람들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끼리 혹은 여자끼리 모여 동작 하나하나를 맞춰가며 무술 연습을 하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계속 보고 있으면 어찌 저렇게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박력 있고 절제된 동작들이 많고, 금방 신체 단련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봉, 칼, 검 등의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작에는 하나같이 민첩성과 날렵함이 공존하고, 이들의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들의 정열과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지금까지 상하이 중산공원에서 목격할 수 있는 특별한 중국 문화에 대한 소개해 드렸습니다. 상하이에 오시면 꼭 한번은 이곳에 들러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