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는 깜깜했습니다.'
지난 8월 19일 발표된 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 본문의 첫 문구입니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수송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주검으로 발견된, 당시 스물네 살 故 김용균 씨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사고 현장을 갔을 때, 그가 작업하던 장소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어둡고 깜깜해 특조 위원 16명이 충격을 받았다는 체험 고백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근무하는 작업환경은 과연 어느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을까요? 과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개선 조치를 하고 있을까요?
이처럼 故 김용균 씨의 사고는 한국사회 산업재해의 이상징후를 경고하며, 희생된 여러 젊은이들의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2016년 구의역 안전 문을 수리하다 전동 열차에 치여 숨진 김 모 군, 2017년 제주 페트병 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하다 압착기에 몸이 끼어 숨진 이 모 군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 사회의 산업재해 문제를 용납할 수 없는 시기가 되었고, 그 결과로서 2018년 12월 27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출처 : google.com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보건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1981년에 제정된 법률입니다.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여 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한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데요. 이는 고용노동부에서 관리하며,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요구 사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서 법률을 개정해 나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과거 후진국 시절에는 경제(생산)성이 고려된 법률이었다면 국민소득이 점점 높아지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안전의 욕구가 커짐에 따라 경제성보다 안전이 최우선 반영되는 법률로 패러다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추어 여러 화장품 제조공정을 거치고 있는 산업현장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물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더욱 강화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전면 개정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내년 1월 1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우리는 어떤 사항을 알아야 하는지 미리 점검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알아야 할 산안법 주요 개정사항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의 도급은 제한됩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이번 개정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위험의 외주화'에 집중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사업의 유해하고 위험한 일부 작업을 도급으로 맡겨버려 사고 사망자 중 수급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았던 상황에서 직업병 발생 위험이 높은 도급은 원천 금지하였습니다. 해당 작업의 경우 유해•위험성이 매우 높고, 단시간에 직업병을 발견하기 어려워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함에도 사내도급을 허용하여 잦은 수급인의 변경으로 인한 근로자 관리가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점을 반영한 내용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현재 적용되는 대상은 아니나, 개정 취지를 고려하였을 때 도급사업의 유해•위험성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및 점검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책임을 확대합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현행법상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장소의 범위는 화재, 폭발, 붕괴, 질식 등 위험이 있는 22개소입니다. 하지만 개정 후에는 이 범위가 사업장 전체로 확대된다는 것인데요. 즉,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작업장까지 포함한 사업장 범위 내 모든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관리를 해야 하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처벌 또한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셋째, 사업주의 안전조치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합니다.
출처 :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자 법 위반에 대한 사업주의 처벌 수준을 강화하였습니다. 사업주가 지켜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하도록 한 경우가 5년 이내 2번 이상 발생한 때에는 형의 1/2까지 가중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법인에 대한 벌금형의 상한을 현행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케 한 자에게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하는 경우에는 200시간 내의 범위에서 수강명령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넷째,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이 명확화 되었습니다.
첫 번째, 근로자에게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다는 점(작업중지권)을 명시하고, 이러한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
두 번째,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원인 조사 의무와 작업 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였습니다. 즉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장이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 등 재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작업중지 명령이 가능해졌습니다. 작업중지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며, 사업주가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다섯째,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 수립 의무가 신설되었습니다.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수준은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자의 인식과 경영정책에 크게 의존합니다. 이에 근거하여 회사의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에 관한 직접적인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 매년 회사 전체의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 받도록 개정하였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였습니다.
해당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의무를 부과하였으며, 계획 수립 규정 관련은 2년이 되는 해의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사항 이외에 사업장 위험성 평가 시 근로자를 참여시키도록 법에 명시하였으며, 정부 책무의 하나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 기준 마련 및 지도•지원을 추가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신설하거나 개선하였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안전보건 규제사항은 제조 사업장 뿐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도 적용되어 집니다. 다음 화에서는 비제조(매장) 관련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이 어떠한 영향이 미치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