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다른 사극을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데요. 아마도 현재 사회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느끼면서 잠깐이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힐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4화에서는 제가 좋아했던 한, 중 양국의 사극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그 문화 차이를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 아름다움의 다양한 표현
@ 카리스마 넘치는 공리(巩俐) VS 김태희
드라마 '황후화(满城尽带黄金甲)'에서 황후의 역을 맡은 공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값비싼 황금으로 온몸을 감싸듯, 화려하고 강렬한 메이크업으로 범접할 수 없는 절대 권력과 부귀영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의상의 화려함과 장식의 정교함, 다양함은 중국 고대 역사상 경제, 예술, 문화가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던 당나라의 시대적 배경도 잘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영화를 보면서 비록 황후의 절대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3000 후궁의 한 명으로서, 또 정치적 희생양으로서 외로움과 고독함을 화려한 외모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답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후궁은 어땠는지를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의 희빈 장씨(김태희)의 모습으로 살펴볼까요?
똑같이 고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중국 황후의 으리으리함, 웅장함 대신 장희빈은 깔끔한 머리스타일과 밝은 색상의 의상으로 단아하지만 품격과 위엄을 갖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메이크업을 비교해보면 황후는 눈썹, 눈, 입 모두 화려한 색상으로 강렬하게 표현을 했고, 장희빈은 또렷한 눈매만 살려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시대를 앞선 판빙빙(范冰冰) VS 하지원
중국 5000년 역사상 유일한 여왕으로써 카리스마, 패기에서 무측천(武则天)이 단연 최고입니다.
2015년 판빙빙의 열연으로 중국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무미랑전기(武媚娘传奇)에서의 무측천의 모습을 보면 과거 여성들이 저렇게 대범했을까 싶을 정도로 시대를 앞선 화려한 노출 패션을 볼 수 있습니다.
당나라는 중국 고대 패션 발전의 전성기였고, 나라의 개방 정책으로 외교, 무역이 전례 없는 발전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생산과 방직 기술의 발전이 값 비싼 실크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 이 시대 여성들의 의상 디자인과 색상이 가장 다양하고 화려했습니다. 여성들의 의상 특징 중 또 한가지는 목 부분, 가슴 노출이 많았다는 것인데요. 처음엔 궁중 후궁들만 이렇게 입다가 나중에는 귀족들 집안의 여성들도 유행을 따랐다고 합니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와 자유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 여성들의 메이크업 특징은 눈썹은 검고 진하게, 얼굴 색은 하얗게, 입술은 진한 빨간색의 时世妆(스스좡)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극중의 판빙빙은 극중 캐릭터에 맞게 눈매를 위로 올려 요염하고, 유혹적인 매력도 한층 더 가미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조선시대 최고의 미모와 재능을 가진 황진이를 한번 살펴볼까요? 기생이라는 신분으로 의상도 화려하고, 메이크업도 진하지만 무측천의 과감함에 비하면 그래도 보수적인 조선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 청순 가련 유역비(刘亦菲) VS 한가인
중국의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신조협려(神雕侠侣)라는 드라마에서 유역비는 거의 화장을 하지 않은 듯 원래의 맑고 투명한 피부색과 입술만 살짝 강조한 미니멀리즘 메이크업(减法妆)으로 청순하면서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극중의 가여운 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김수현 앓이"를 했던 "해를 품은 달"에서의 한가인 또한 청순 가련의 전형적인 대표주자이지요. 유역비와 거의 비슷하게 그윽한 눈매만 조금 강조한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에 특별한 장신구 없이 단정하고, 단아한 모습을 보입니다.
@ 상큼 발랄 조려영(赵丽颖) VS 신민아
드라마 화천골(花千骨)에서 조려영은 귀여운 양머리, 맑고 투명한 눈동자와 속눈썹을 강조하여 상큼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하였습니다. '아랑사또전'에서 신민아는 발그레한 볼터치로 건강하고, 밝은 성격을 표현했습니다.
조선시대와 중국 고대 여성들,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매력들이 보이시나요? 그럼 옛 남성들은 어땠을까요?
# 고대 훈남들은?
@ 여심을 사로 잡은 호가(胡歌) VS 김수현
랑야방(琅琊榜)이 얼마 전 한국 케이블 티비에서도 방영하는 것을 봤는데요. 중국 드라마 제작 기술이 순식간에 이토록 많은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중국 남량(南梁)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남성들 의상에서 우측 옷깃이 위에 오도록 하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림에서 세 명의 남성처럼 말이죠. 이 당시 좌측이 위로 오게 하면 죽은 사람을 뜻했다고 하네요.
또 한가지, 옥으로 된 장신구를 꼭 착용했다고 합니다. 그림에서 가장 우측에 있는 남성이 착용한 것처럼 말이죠. 물론 부유한 귀족들에 해당되는 것이겠죠. 이 장신구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재질과 모양이 달랐다고 합니다. 고대 남성들도 은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썼네요.
반면, 조선시대의 남성들의 표상은 갓이라고 합니다. 시기, 장소, 신분에 따라 달리 착용되었는데, 여름엔 햇빛도 가릴 수 있어 참 좋았겠네요.
# 이번 화를 마치며…
중국에 인기 있는 만화가이면서 인기 블로거인 우츙츙(吴琼琼)이란 분이 한국과 일본을 다녀온 후 양국의 스타일(좌-한국,우-일본)로 메이크업을 한 사진입니다.
만화가의 예리한 두 눈으로 양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포인트를 콕콕 집어낸 것 같죠?
카리스마 넘치는 판빙빙, 상큼 발랄한 신민아 등 모두 다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양국의 문화 차이로 그 표현 방식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중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을 보면서 그 뒤에 어떤 문화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지를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