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레드불의 브랜드 마케팅 - AMORE STORIES
#최규청 님
2015.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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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레드불의 브랜드 마케팅

STAFF
COLUMN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변화와 혁신의 기업 스토리

제4화. 레드불의 브랜드 마케팅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 디지털TM팀 최규청 님

날씨가 쌀쌀해지면 먹고 싶어지는 술이 있습니다. 감기약 맛(?)이 나는 예거마이스터에 에너지 드링크인 레드불을 섞어 마시는 "예거밤"은 제가 참 좋아하는 술입니다. 에너지 음료 치고는 비싼 가격 때문인지 레드불 대신 롯데칠성에서 만든 핫식스를 섞어 먹어도 좋지만 역시 원래의 맛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레드불은 한동안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아 유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졌던 음료수입니다. 미국에서 대륙을 횡단하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졸릴 때 마시면 24시간 잠이 오지 않는다고 소문이 났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시험 기간에 몇 캔씩 레드불을 구해 마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레드불이 카페인 함량을 낮추고 동서식품을 통해 국내에 상륙하면서 유사한 카테고리의 핫식스, 번, 박카스, 몬스터 등이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음료 시장은 유통 장악력이 중요한 업종이기 때문에 레드불이 고전을 하고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드링크라는 시장을 만들어 낸 카테고리 이노베이터, 레드불의 브랜드 마케팅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 레드불은 박카스를 보고 만들었다?

  • 일본의 라포비탄 + 한국의 박카스 = 크라팅다엥 → 레드불


사실 에너지 드링크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레드불도 최초의 제품이 아닙니다. 태국의 크라팅다엥(KratingDaeng, กระทิงแดง)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제품이 바로 레드불의 시초가 된 제품입니다. 태국 여행 중에 이 제품을 보고 사업을 구상한 오스트리아의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가 크라팅다엥과 파트너십을 갖고 레드불을 만들어 오스트리아에 처음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점은 크라팅다엥이 한국의 박카스와 일본의 리포비탄이라는 자양강장제를 레시피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 입니다.
  • 레드불 창업자 '디트리히 마테쉬츠'


레드불은 최초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최초의 성공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레드불 이전에는 에너지 드링크라는 음료 카테고리가 없었습니다. 스니커즈 같은 바 형태의 에너지 바(Energy Bar)라는 카테고리가 있었을 뿐입니다. 레드불은 에너지 바를 참조해 독특한 에너지 드링크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이 카테고리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 카테고리 이노베이터 '레드불'

  • 2012년 음료시장 카테고리 매출 점유율
    (출처 : University of Connecticut Research Center)


현대 많은 기업들이 여러 브랜드를 소유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코카콜라의 경우 음료(beverage) 시장 8개 카테고리에 모두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레귤러 소다(코카콜라 스프라이트), 에너지 드링크(풀쓰로틀), 다이어트 소다(다이어트 코크, 코카콜라 제로), 물(다사니), 100% 쥬스(미닛메이드), 과즙 음료(환타, 네스티), 스포츠 음료(파워에이드), 향음료(비타민 워터)… 코카콜라는 각 카테고리에 모두 대표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음료 기업입니다.

요즘 코카콜라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음료 업계(Beverage market)의 빅3는 코카콜라, 펩시, 닥터페퍼 순이고 코카콜라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건강을 중시하는 고객의 욕구가 늘어나면서 탄산음료 시장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코카콜라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제품 카테고리와 브랜드는 하나로 묶여 있다. 빙산이 녹으면 브랜드 역시 녹는다. 똑똑한 마케터는 제품 카테고리를 우선시하고 그 다음에 브랜드를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알리스의 경영자 vs 마케터 中

매출 규모만 보면 코카콜라는 음료 업계의 골리앗입니다. 레드불은 작은 다윗이지요. 탄산음료라는 카테고리에 빙산 위의 부분이 코카콜라, 에너지음료라는 카테고리에 빙산 위의 부분은 레드불입니다. 브랜드의 성장에 앞서 카테고리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 레드불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

  • 코카콜라와 레드불 (출처 : http://killingbirdswithstones.com)


여러분은 콜라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가장 먼저 코카콜라가 생각나실 겁니다. 이탤릭체로 표현한 멋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붉은 색, 여성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병 모양, 청량감, 탄산의 시원한 소리까지 연상이 됩니다.

레드불 하면 '에너지', '힘'과 관련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캔 보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캔 모양에서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레드불은 혁신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레드불의 마케팅 중심에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보통 다른 브랜드들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나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장에 자사의 광고판을 노출시키거나 특정 팀의 유니폼에 자사의 로고를 넣는 식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삼성전자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에 연간 200~220억원 수준의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도, LG전자가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과 계약을 맺은 것도 자사의 이름을 보다 쉽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기업들과 달리 레드불은 아주 특이한 스포츠 종목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몇몇 마니아들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갖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포커스를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나 유명 프로스포츠 구단, 유명 스포츠 선수를 후원하는 것에 비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었지만 레드불은 새로운 블루오션인 익스트림 스포츠를 이용한 스포츠 마케팅에 더욱 집중했고 하물며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선수들을 후원했습니다.

레드불이 지원하고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는 BMX, 클리프다이빙, F1, WRC, FMX 등 너무나 다양합니다. 이중 F1 레이싱은 팀을 운영하는 데만 연간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레드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제품 이야기보다 자신들이 후원하는 스포츠와 스포츠 선수, 문화 이벤트 등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레드불의 스포츠 마케팅은 에너지 음료의 주 소비층인 20~3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고, 개성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야 말로 최적의 마케팅 컨텐츠였습니다. 에너지 음료가 개성 넘치고 유니크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의 자유로운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던 것입니다.
  • 레드불의 스트라토스 프로젝트 (https://www.youtube.com/watch?v=FHtvDA0W34I)


예산의 30% 이상을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레드불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2012년에 진행된 스트라토스 프로젝트(RedbullStratos Project)입니다. 2007년부터 5년여의 준비를 거친 이 프로젝트는 로켓을 쏘아올려 레드불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 가르트너가 12만8000피트 상공에서 자유 낙하한 전무후무한 시도였습니다. 레드불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약 690억원의 비용을 투자했습니다. 레드불은 당시 바움 가르트너의 자유낙하를 인터넷으로 생중계 했고, 전세계 800만명이 동시접속으로 그 광경을 봤으며 지금도 회자될 만큼 레전드(?)한 캠페인으로 남았습니다. 레드불은 약 440억원 마케팅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바로 판매와 연결되는 직접적인 마케팅 프로모션은 아니었지만 2012년 레드불은 '레드불 캔'을 전세계에서 5조2260개를 판매해 단일 상품으로 약 6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는 전년대비 16%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이런 성과를 거뒀지만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마케팅을 레드불은 시도했습니다.

# 소통왕 레드불의 브랜드 저널리즘


MBC에서 방송 중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백종원씨가 나와 소탈한 화법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기업도 고객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 브랜드 유튜브 팬 수 (출처 : Mashable)


앞서 말씀드린 스트라토스 프로젝트의 영향도 있지만 2013년 기준으로 레드불은 전 세계에서 구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유튜브 브랜드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조회해 보니 구독자 수 457만명, 동영상 조회수 12억 뷰가 되었네요. 사실 레드불은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 (RBMH, Redbull Media House)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익스트림 스포츠를 중심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레드불이 익스트림 스포츠 전문 미디어인줄 알았다는 글도 많습니다. 이는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다가가는 레드불의 접근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 일 것 입니다.
  • 스트라토스 당시 레드불 TV 및 Youtube에서 생중계하는 모습 (출처 : 레드불 TV)

  • 레드불 클리프 다이빙 중계 현황 (출처 : 레드불 TV)


이처럼 브랜드가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내고 이를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지 않고 고객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마케팅 트렌드를 브랜드 저널리즘(Brand Journalism)이라고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권력이 기업에서 고객으로 넘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브랜드 저널리즘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레드불은 이 같은 트렌드의 최선봉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 4회 칼럼을 마치며…

예거밤에서 시작한 짧은 칼럼을 통해 레드불의 마케팅에 대해 소개해 드렸습니다. 칼럼에서 말씀 드린 레드불의 대기권 밖의 자유 낙하 영상에 감탄하며 '좋은 상품이 먼저 일까, 좋은 마케팅이 먼저일까'라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고민을 한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품과 마케팅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지만 레드불의 사례를 보면 상품이 좋은 마케팅을 만나면 좋은 브랜드가 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기업의 혁신 스토리를 전해 드리며 4회에 걸쳐 코스트코(유통), 스타일난다(이커머스), 샤오미(IT/제조), 레드불(마케팅)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다음이 5화 마지막 칼럼이라 벌써 섭섭한 마음이 드네요. 다음에는 더 재미있고 알찬 이야기를 갖고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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