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사진들은 대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지 뷰티 잡지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일본 잡지인데, 양쪽 커버 사진만 봐도 느낌이 비슷하지 않은가요?

 대만은 일본뿐 아니라 과거 네덜란드, 중국 명/청나라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1895년 청일 전쟁 결과, 중국과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馬關條約)을 맺고 전쟁에 패한 중국이 대만 영토를 일본에 넘겼습니다. 50여 년의 일본 식민통치 기간 동안 대만에서는 저항 세력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통치 기간이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 이 50년 동안 대만은 교육 수준이 높아졌으며 화폐와 도량형이 개선되었고, 대중교통 등 여러 공공시설도 갖추며 근대화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일본의 통치 기간이 다른 국가(네덜란드, 중국 명/청나라)의 통치 시절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일본에 대한 '특별한 정서'가 남아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 탓에 지금의 대만에는 여전히 '일본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대만에서 인기있는 가전 제품 브랜드는 자국 브랜드보다 파나소닉(Panasonic), 소니(Sony), 시세이도(Shiseido)이며, 가전 외에도 (물론 모든 카테고리에서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일본 제품 = 품질 좋은 제품' 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처럼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가 주류 문화가 된 대만에도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문화가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가을 동화>, <대장금> 등을 시작으로 한국 문화가 퍼졌고, 이제 타이베이 중심 시먼딩 거리에는 광고판을 통해 한국 연예인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요즘 대만에서 대세인 한국 연예인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도깨비'이자 대만 PC 제조업체 ASUS의 모델인 공유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한국 열풍이 폭발하게 된 시점은 2009년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찬란한 유산> 때문인데요. 그 이후부터 K-pop과 패션, 뷰티 등이 대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칸타 월드패널(Kantar Worldpanel)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3년부터 대만 메이크업 시장은 한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한국 드라마 속 여주인공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투명하고 촉촉한 피부,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눈매, 그리고 발색력이 높으면서 그라데이션 효과가 연출된 립 메이크업 등이 대만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한 드럭스토어의 제품 진열 모습입니다. 한 한국 브랜드의 립스틱 제품인데 옆 문구에 '프로듀사 립스틱'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최근 대만에서 상영하고 있는 한국 드라마 <프로듀사> 여주인공이 사용한 립스틱인데, 아주 인기가 좋은 편입니다. 이처럼 현재 대만에서는 드라마와 한국 스타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대만의 메이크업 트렌드는 어떤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지 소개해 드렸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칼럼에서는 대만 뷰티 시장 현황을 바탕으로 대만 메이크업 트렌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