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 2탄: 피부전기반응(GSR) - AMORE STORIES
#권구상 님
2017.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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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 2탄: 피부전기반응(GSR)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효능연구팀 권구상 님


#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들

영화 '클리프행어'의 포스터

 '클리프행어(Cliffhanger)'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라는 뜻 그대로 상상만 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실제 이 단어는 '(영화, 텔레비전, 소설 등의) 연속 모험물, 스릴 만점의 영화,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경쟁), 선거에서 당락선 상에 있는 후보자'를 뜻한다고 합니다. 또, 1993년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제목이기도 한데요. 광활한 로키 산맥을 배경으로 절벽에 매달려 있는 상황은 포스터만 봐도 아찔해집니다.

 이 포스터처럼 최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이 혹시 있으셨나요? 영화 이야기를 한번 더 하자면 저는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 'Get out'이 떠오르는데요. 대놓고 무서운 공포 영화는 아니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활용하여 보는 내내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였습니다. 이 외에도 높은 곳에 올라가는 상상을 할 때, 무서운 놀이기구가 작동하는 것을 바라볼 때, 아슬아슬한 명승부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할 때 등 직접 그 현장을 체험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혹은 상상만 해도 손에 땀을 쥐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뇌과학을 소개하는 칼럼에서 갑자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들을 이야기하니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최근 '뉴로마케팅'에서는 피부에서 땀이 나는 현상을 이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사례들 중 일부를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 피부전기반응이란?

  우리는 무섭거나 놀라운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정서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런 순간 우리의 피부도 다양한 정보를 함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각성 또는 긴장이 되었을 때, 우리 피부의 '전기 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가 미묘하게 변화되는데요. 이러한 반응을 측정해 주는 방법이 바로 '피부전기반응(GSR; Galvanic Skin Response)'입니다. 다른 말로 Electrodermal Activity(EDA) 또는 Skin Conductance(SC)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피부에 있는 땀샘(sweat gland)의 반응으로부터 발생하게 됩니다. 땀샘의 반응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를 통해 조절되는데요. 기본적으로 교감신경계의 활성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피부전기반응을 통해서 무의식 수준에서의 인지 및 정서 반응의 측정 및 해석을 하게 됩니다.

 우리 몸에는 약 3백만 개의 땀샘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손가락, 손바닥, 발바닥 등에 가장 높은 밀도로 존재합니다. 땀샘이 활성화되면 피부의 모공을 통해 수분을 분출하게 되고 이 용액의 양이온과 음이온의 균형이 조절되는 과정에서 전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는데요. 이러한 원리로 손가락이나 손바닥 위에서의 피부전기반응을 센서를 통해 간단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땀의 주요 기능은 체온 조절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칼럼을 통해 정서적으로 각성 또는 긴장되었을 때 분비되는 액체로서, 땀의 새로운 기능에 대해 알게 되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 피부전기반응 측정

 피부전기반응을 활용한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장비의 소형화가 가능해지면서 '누구나 쉽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연구소에 있는 장비는 손목 시계 형태입니다 : E4 wristband, https://www.empatica.com/e4-wristband) , 감정 또는 정서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 예전보다 피부전기반응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 등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실제로 피부전기반응은 전통적인 심리학 연구나 마케팅 분야뿐 아니라 임상 실험, UX 디자인 개선, 매장 내 경험, 예술작품과의 접목, 뇌과학 연구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 뭉치면 강해 지는 신호들

 보통 생체신호(Biosignal)라고 하면 저번 칼럼에서 소개해 드렸던 뇌파, 이번 칼럼에서 다루고 있는 피부전기반응을 포함하여 심박수, 근육의 움직임, 그리고 다음 칼럼에서 소개해 드릴 시선 추적까지 다양한 신호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이러한 생체신호들은 서로 결합되어 활용되었을 때 각각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더 강력한 결과들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양한 생체신호 활용으로 복잡한 이론을 설명하고자 한 연구들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논문 제목 : 'Emotional–motivational responses predicting choices : The role of asymmetrical frontal cortical activity (2016)'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7487015001427). 이 연구에서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는 심리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피부전기반응과 뇌파, 얼굴 근육의 움직임까지 같이 측정하였습니다.

*소유 효과란? 어떤 대상을 소유한 뒤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객관적인 가치 이상을 부여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제품의 마케팅이나 판촉 활동에도 빈번하게 사용되는데요. 소비자가 일단 제품을 사용하게끔 하여 일종의 소유 효과를 경험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 환불 보장 제도나 체험 마케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제품을 일단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여 계속 사용하게 되는 것이지요(※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실험에서, 이전에 선택했던 옵션일수록 좌뇌의 활성과 더불어 높은 피부전기반응이 관찰되었는데요. 좌뇌의 활성은 긍정적으로 다가가려고 하는 '동기(Approach Motivation)'와 연관되어 있고 피부전기반응은 '감정적인 애착(Emotional Attachment)'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들이 소유 효과를 조절해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이론에 대해 전통적으로 접근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생체 신호의 측정값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 숨길 수 없는 땀

 이번에는 '시세이도' 사례 한 가지를 소개 드리겠습니다. 이들은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의 정서적인 측면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피부전기반응을 활용하였습니다. 실험으로 두 가지 제품 중 선호하는 것을 고르게 하면서 동시에 피부전기반응도 측정한 것인데요. 선호하는 제품을 선택했을 때 선호하지 않는 제품의 조건보다 피부전기반응의 강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1년 후에 다시 실험을 하였을 때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기능이나 가격과 같은 요소에 대한 논리적인 판단뿐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판단도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피부전기반응을 통해 보여준 사례입니다(※논문 제목 : 'Analysis of skin conductance response during evaluation of preferences for cosmetic products (2015)'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psyg.2015.00103/full).
  • 선호와 비선호 조건에서 차이를 보인 피부전기반응


 좋아하는 사람 또는 제품을 볼 때 심장이 빨리 뛰고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것도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상입니다. 왜 좋아하는지 말로 표현할 수는 없어도 우리 몸에서 나도 모르게 자율적으로 발생하는 현상들의 원리를 활용한다면 마케팅의 다양한 분야에서 피부전기반응이 접목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예술과의 접목

 뉴욕 'Harvest Works 갤러리' 공간의 중앙에 한 관람객이 이름 모를 장비에 손을 댄 채 앉아 있고, 바로 앞 화면에는 관람객의 감정에 따라 서로 다른 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Claudia Robles라는 예술가가 진행했던 'SKIN'이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 중 한 장면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관람객의 피부전기반응을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소리와 이미지로 바꾸어 예술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스트레스, 긴장감, 각성과 같은 심리적인 상태가 눈에 보이는 정보로 전환되는 것이지요. 평소 이 예술가는 사람의 몸을 시각적으로, 또는 들을 수 있게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 피부전기반응의 결과를 통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

 '피부전기반응' 데이터는 주파수와 색의 정보로 전환이 되는데 예를 들면 이완된 상태는 저주파와 파란색을 표현해 주고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는 고주파와 오렌지 계열의 색으로 표현되었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처음에는 긴장감이 높았기 때문에 고주파와 빨간 색을 경험하는 일이 많았지만 점점 안정되면서 파란색의 선들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이 형태가 커짐에 따라 스스로 더 이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감정에 따라 갤러리 공간의 영상이나 소리를 포함한 전반적인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받게 되니 진정한 의미의 소통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뇌파 데이터를 활용한 전시도 진행했는데요. 생체신호를 활용하여 관람객과 작품이 상호 소통하는 기발한 시도는 아마 계속될 것 같습니다(※작가의 홈페이지 : http://www.claudearobles.de/).

 여러분은 음악을 듣다가 특정 순간에 소름이 돋았던 적이 있으신가요? 이러한 경험은 'Frisson'이라는 프랑스 용어로 대변되기도 하며 '전율 또는 미적인 오한(Aesthetic Chills)'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는 순간 피부를 따라 흐르는 즐거움을 '피부 오르가즘'이라고 표현한 연구도 있습니다(※논문 제목 : 'Thrills, chills, frissons, and skin orgasms: toward an integrative model of transcendent psychophysiological experiences in music (2014)' http://journal.frontiersin.org/article/10.3389/fpsyg.2014.00790/full). 음악뿐 아니라 아름다운 작품이나 영화를 볼 때, 혹은 특정한 사람과 신체적인 접촉을 할 때도 이러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약 67%의 사람들이 Frisson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Frisson을 불러 일으키는 영상물이나 음악을 공유하는 사이트도 있으니 과연 여러분도 그러한 감정이 느껴지시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참고 : https://www.reddit.com/r/Frisson/).

# 마치며

 이번 칼럼에서는 '피부전기반응'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생체신호 개념과 접목된 활용 사례들을 함께 소개 드렸는데요. '피부전기반응'은 각성이나 이완의 강도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유용한 신호이지만 감정의 종류까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생체신호 기법들과 같이 측정하여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름이 돋거나 손에 땀이 나는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과학적인 원리와 기법들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는 점만 알아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의 마지막 화인 'Eye tracker, 시선의 움직임을 추적해 줄 수 있는 기법'에 대해 소개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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