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가설검증의 규칙으로 본 국내외 사례들 - AMORE STORIES
#특별 칼럼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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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가설검증의 규칙으로 본 국내외 사례들

Test &
Learn Best
Practice

Test & Learn(가설검증)에 대한 개념과 우수 사례를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제4화. 가설검증의 규칙으로 본
국내외 사례들

아모레퍼시픽 고객전략팀

지난 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도 국내외 사례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Test&Learn(가설검증)이 데이터에 기반한 실험을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이지만,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데이터는 곧 현상입니다. 그런 현상/현실의 인지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나간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아마토(大和) 운수

제주도에서 과일/생선을 내륙으로 보낼 때 택배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보관이 어려운 신선식품은 고객이 직접 판매처에서 사야하는 품목이었습니다.

일본의 야마토 운수는 1988년부터 '쿨택배'라는 이름의 냉장-냉동 운송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다소 모험적이었던 시도는 이후 '일본의 식문화를 바꿨다'는 호평을 받으며 야마토 운수를 일본 최고의 물류업체로 성장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픈 마켓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어떤 후기를 남기시나요? '배송이 빠릅니다!', '4일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 배송이 안 오죠?' 이런 후기 남기신 적은 없으신가요? 배송을 통한 구매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은 고객들의 배송 경험일 것입니다.

야마토 운수는 지금까지도 배송직원들의 인성교육을 강조합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내용은 고객이 제품을 받는 순간 모자를 벗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입니다. 택배를 의뢰하며 운송비를 지급한 고객뿐만 아니라 수신인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이죠. 인성교육을 통해 직원들에게는 택배기사가 아닌 영업 최전선에서 고객과 소통하는 '세일즈 드라이버'란 자부심을 키우고, 고객들에게는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이 야마토 운수가 일본 전체 택배시장의 40%를 담당하는 1위 업체로 성장시킨 발판이 되었다고 합니다.

운수업 시장을 관찰해 신선식품 시장에 과감히 도전하고, 고객 만족의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배송직원의 서비스를 개선하여 성공한 사례입니다.

Little Miss Matched

급하게 집에서 나오다가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온 경험은 혹시 없으신가요? 그런데 양말을 아예 짝짝이로 파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리틀 미스 매치드(Little Miss Matched Socks)'입니다. 2003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꼬마들입니다. 아이들 양말은 곧잘 짝을 잃어버려 짝짝이가 된다는 사실에서 착안해 출발했습니다. 파괴적 사고를 통해 시장을 뒤엎은 사례죠.

리틀 미스 매치드는 '양말은 항상 무난한 디자인과 색상이어야 한다'는 생각과 '왼발과 오른발에 똑같은 양말을 신어야 한다'는 통념을 뒤집고, 아주 특이한 디자인의 짝짝이 양말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런 발상은 어린이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했고, 무지개 색 양말, 체크 무늬 양말, 캐릭터 그림 양말 등 다양한 무늬와 길이의 양말을 고르는 재미를 안겨줬습니다. 또 양말을 한 켤레가 아닌 서로 다른 종류로 세 짝 또는 아홉 짝씩 홀수로 판매하는데 그 종류가 134개 이상이고 매치할 수 있는 양말 컴비네이션 수는 무려 8,00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분명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는 있을 텐데 양말도 그럴까요? 사실 양말 시장은 브랜드가 중요한 시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리틀 미스 매치드는 양말을 브랜드화 시켰습니다. 이름부터 리틀 미스 매치드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매치를 잘한 작은 숙녀'라는 뜻도 있지만 '매치가 조금 어색하다(little mismatched)'라는 의미도 담겨 있어 짝짝이 양말의 정체성을 그대로 알리고 있습니다.

유통채널 또한 파괴적입니다. 양말 구입처로 인터넷 쇼핑몰이나 백화점, 할인점, 직영 체인점 등을 쉽게 떠올릴 것입니다. 물론 리틀 미스 매치드의 양말은 그런 곳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고객들이 자주 찾게 되는 장난감 전문 매장인 에프에이오 슈워츠(FAO Schwarz)나 사탕 매장인 잇슈거(IT'SUGAR)에서도 리틀 미스 매치드 제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판매점이 양말의 종류만큼 다양한 것에서 리틀 미스 매치드가 얼마나 고객 중심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창업자 조나 스토(Jonah Staw)는 양말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의미를 아이들도 쉽게 외울 수 있는 '3 socks 2 feet 1 you(양말은 3개, 발은 2쪽, 당신은 하나)'라는 간단한 캐치프레이즈에 담았습니다. 이 말 속에는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당신, 2개의 발에 짝짝이 양말을 신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해보라'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합니다. 짝짝이 양말의 성공 비결은 결국 타겟 고객을 위한 생각의 전환에서부터 시작된 것 입니다.

판교 현대백화점

온라인•모바일 쇼핑 활성화와 다양한 유통채널의 등장으로 19세기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해온 백화점업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경만 하고 최저가 쇼핑몰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이른바 '쇼루밍(showrooming)' 현상도 날로 심해지고 있고, 백화점은 더 이상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아닌 '구경하는 곳,' 즉 '쇼룸'이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2015년 8월 말 경기 성남시 판교에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개장 넉 달 만에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 기존 백화점업의 개념을 바꿨습니다. 개장 100일 만에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국내 백화점의 초기 매출 신기록입니다. 국내 최대 수준의 식당가와 식료품점을 지하에 꾸린 효과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라고 평합니다.

1)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라.

발상의 전환으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의 쇼룸화'에 맞서기보다 그 현상을 받아들이고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중형 백화점 3개 점포를 합친 공간을 확보한 상황이기에 많은 걸 해볼 수 있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여성들이 최대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점포와 점포 사이 공간을 기존 백화점보다 최대 1.5배 가까이 늘렸고, '체험형 매장'도 대폭 확대했습니다. 식품매장에서 '시식'을 통해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다른 제품도 체험과 경험을 통해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또 '체험과 구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플레이울'이라는 매장에서는 매일 세 번 뜨개질 수업이 진행되는데요. 평일엔 6∼7명, 주말엔 10명까지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사람들이 매장에서 실과 도구를 구입해서 함께 뜨개질을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죽공방, 조향과 한지공예, 꽃꽂이를 배우고 구입할 수 있는 점포, 직접 빵을 만들어서 사 가는 빵집, 자전거 튜닝 아이템을 사서 직접 경험해 보는 매장 등을 유치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매장 직원과 고객들의 친밀도가 증가해 고정 고객이 급증했고, 주 1회 이상 방문하는 고객이 30% 이상 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구입한 재료나 제품으로 활동을 하는 고객들은 아예 '커뮤니티'를 구성했다고 합니다.

2) 백화점의 적, '남성'을 우군으로 만들어라.

유통업계에는 '백화점의 최대 적은 짜증 내는 남편(남친)'이라고 합니다. 남성의 쇼핑은 직진이죠^^; 보통은 딱 살 것이 있는 매장만 가고 대충 '초속 3미터의 속도'로 둘러보는데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각 층에 '남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1층에는 유명 음향기기•스피커 매장이 있고 2층, 3층으로 한 층씩 올라갈 때마다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남성 취향의 전자기기나 패션 매장이 있습니다.

여성이 좀 더 구경하고 쇼핑을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 남성들은 "여기서 나는 이걸 보고 있을 테니 천천히 다녀오라"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유도했습니다. 5층은 다른 백화점에 없는 '패밀리 존'으로 꾸몄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전 연령층을 상대로 한 스포츠웨어를 중심으로 수입 남성•여성 의류매장과 이벤트몰을 마련했고, 장난감 피규어숍에서 아들과 함께 상품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오직 남성만을 위한 공간도 존재합니다. XTM존과 바버숍(고급 이발소)입니다. 남성전문채널 XTM과 협력해 아예 5층에 스포츠 경기를 보고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바버숍은 '미용실 가기에는 멋쩍고, 사우나 이발소는 이용하고 싶지 않은 남성들'을 공략했습니다. 이발과 면도를 해주며 목과 어깨의 뭉친 곳도 풀어주는데요. 개방된 공간에 아주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 놓아 서비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충분한 가치를 고객이 느끼게 했습니다.

3) 충성도를 형성하라.

각종 체험과 대접은 고객들에게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바버숍에서, XTM존에서 대접받은 남성들, 온갖 체험형 매장에서 함께 뜨개질과 제빵 기술을 배우며 커뮤니티를 형성한 여성들은 '나는 이곳에 속한 사람이고, 이정도 서비스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쇼핑하고 인생을 즐기는 사람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고 '나를 위한 투자', '내 아이를 위한 투자'에도 관대해지면 백화점의 매출도 올라갑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고객들에게 '강렬하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고, 남성을 '쇼핑의 걸림돌'에서 '적극적 주체'로 바꿨으며, '백화점 자체에 대한 충성도'를 만들어 고가 제품에 대한 저항을 없앴습니다. 발상의 전환, 고객 변화에 맞서지 않고 그 흐름에 올라탄 전략이 성공한 셈입니다.

이와 같이 가설검증의 시작에는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에 있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도 다른 우수 사례를 준비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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