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Keep Calm and Drink Tea - AMORE STORIES
#이정유 님
201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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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Keep Calm and Drink Tea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Biomics 연구팀 이정유 님


 제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 영국에 다녀온 적이 있던 한 친구가 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영국 항공기에서 가장 맛있는 게 뭔 줄 알아?"
"음… 샌드위치?"
"아니, 바로 냅킨이야."
 친구의 실없는 농담이었지만, 이후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 저의 한국스러운 입맛을 만족시킬만한 '영국 음식'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비싼 물가 탓에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때면 아쉬운 느낌일 때가 종종 있었는데, 단 하나 예외가 있었습니다. 바로 영국식 '티룸(Tearoom)'에서 즐기는 '차'와 차를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각종 간식들이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다양한 차와 음식, 그리고 수다가 있는 시간은 제가 늘 손꼽아 기다리던 시간 중 하나였습니다. 영국에서 온 뷰티 브랜드, 이번 마지막화에서는 홍차 사랑으로 유명한 영국의 차 브랜드들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 Afternoon Tea와 Tea Room

 문헌에 따르면 영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차를 마시기 시작한 시기는 17세기쯤으로 추정되며, 귀족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던 티타임은 산업혁명으로 형성된 중산층에서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인들은 점심을 간단하게 먹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점심과 늦은 저녁 사이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진하게 우려낸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넣은 차를 마시게 되었는데 경우에 따라 샌드위치나 스콘 등 간단한 음식을 곁들여 먹었습니다. 다소 사교적인 분위기의 이러한 티타임은 주로 늦은 오후 시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또는 소파에 앉은 채 낮은 테이블을 사용한다고 하여 '로우 티(Low tea)'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노동자 계층의 경우 일을 마치고 저녁을 먹기 직전이나 저녁 식사로 빵, 고기 등과 함께 차를 마셨는데 이때는 식탁처럼 높은 테이블에서 먹는 경우가 많아 로우 티와 대조적인 의미로 '하이 티(High tea)'라고 불렸습니다. 현재도 고기나 파이 등 간단한 식사거리와 차가 포함된 메뉴 구성을 하이 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거리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티룸들과 티룸의 내부 모습(출처 : Pinterest)

 영국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티룸(Tearoom)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카페에서도 차를 팔지만, 티룸에서는 다양하게 블렌딩(Blending)된 차를 티팟(Tea pot)에 담아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고 한 잔씩 마시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이러한 티룸에서는 간소화된 형태의 애프터눈 티를 먹거나, 크림 티(Cream tea)라고 해서 스콘,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 잼 그리고 차가 함께 나오는 형태를 간식 또는 점심 대용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와 크림 티(Cream tea) 구성(출처 : Pinterest)


# 역사와 전통의 가치- Twinings

  • 런던에 위치한 트와이닝스 티룸 내부 모습(출처 : 트와이닝스 홈페이지)

 1706년 '토마스 트와이닝은' 런던 중심부에 본인의 이름을 딴 '트와이닝스(Twinings)'라는 차 가게를 열었습니다. 이 가게는 30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로고를 사용하고 같은 위치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아직도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트와이닝스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차를 사랑하는 영국인들 덕분도 물론 있지만, 트와이닝스 차를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트와이닝스의 다양한 차들(출처 : 트와이닝스 홈페이지)

 트와이닝스의 차들은 티룸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영국 내 거의 대부분의 슈퍼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가격대가 있는 프리미엄 제품부터 저렴한 데일리 티까지 스펙트럼이 넓습니다. 일단 홍차부터 살펴보면 영국 브랜드답게 다양한 종류의 홍차를 선보이고 있는데, 비단 종류만 다양한 것이 아니라 같은 홍차라도 유기농과 일반, 맛이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 디카페인과 카페인 중 선택할 수 있어 홍차의 쓴맛이나 카페인에 예민한 고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레시피의 출처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지만, 홍차에 베르가못 향을 첨가한 '얼 그레이'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렌딩 티를 처음으로 유통시킨 것도 바로 이 트와이닝스입니다. 홍차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 트와이닝스의 숨은 보물은 허브, 레몬, 생강, 꽃잎 등을 다양하게 블렌딩해서 맑게 우려 마시는 차라고 생각합니다. 식후에 깔끔하게 마시기 좋은 '민트 티'의 경우 페퍼민트, 버터민트, 더블민트, 가든민트 등 종류도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고, 맑은 레몬 생강차는 추운 겨울 저녁에 마시면 따뜻한 저녁을 보낼 수 있으니 혹시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이라면 추천 드립니다.

# 역사는 기본, 우아함은 덤- FORTNUM & MASON

  • 런던에 위치한 포트넘 앤드 메이슨 본점(출처 : blog de voyage)

 런던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인 Piccadily를 지나다 보면 에메랄드색의 문이 인상 깊은 가게를 볼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310년 역사의 '포트넘 앤드 메이슨 (Fortnum & Mason)'입니다. 외관에서부터 볼 수 있듯이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포트넘 앤드 메이슨은 영국 왕실의 인정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에 차의 맛이나 향이 나무랄 데 없는 것은 기본이고 아름다운 케이스만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 포트넘 앤드 메이슨 차 케이스, 은으로 만든 차 액세서리와 쿠키 케이스(출처 : 포트넘 앤드 메이슨 홈페이지)

 영국 내에서는 Piccadily에 있는 본점을 제외하고, 런던 시내 기차역과 공항 면세점 이렇게 두 곳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기때문에 항상 계산대 앞에 늘어져 있는 긴 줄을 볼 수 있습니다. 본 매장에서는 은이나 금으로 만들어진 고급 차 액세서리와 고급 식기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만들어진 찻잔 세트 등을 구경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 사이에서도 의외로 차의 가격은 크게 높은 편이 아니라 구입하기에 부담은 없습니다. 차의 종류는 트와이닝스에 비해 단순한 편이며 홍차, 녹차, 백차(White tea) 등 좀 더 기본에 집중해 다양한 블렌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차 외에도 와인이나 고기, 파이, 빵, 디저트 류 등 다채로운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고, 이러한 장점을 살려 Hamper라고 불리는 피크닉용 바구니 세트를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피크닉용 Hamper들(출처 : 포트넘 앤드 메이슨 홈페이지)


# 현대인이 차를 마시는 방법- Whittard of Chelsea

  • 저렴하게 종이봉투에 구매하거나 철제 케이스와 함께 구매 가능한 티들(출처 : 위타드 홈페이지)

 바쁜 생활 속에서 간편하게 차를 마시고 싶은 분들께는 '위타드(Whittard)'를 추천 드립니다. 위 두 브랜드에 비하면 막내 뻘이지만 이 곳 역시 1886년에 문을 열어 1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쇼핑몰이나 지역의 중심지에서 쉽게 매장을 찾을 수 있어서 포트넘 앤드 메이슨에 비해 접근성이 좋고, 매장 내에서 시음이 가능하기에 이름만으로 맛을 짐작하기 어려운 차들은 직접 마셔보고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 액세서리 역시 단순한 디자인에 차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에 충실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우아한 다도보다 실용적인 노선을 선택했다고 해서 차 맛이 떨어지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특히 여름에 마실 수 있는 냉차들은 식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후식으로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또한 차를 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파우더 형태의 차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 냉차용 보틀과 파우더 형태의 차(출처 : 위타드 홈페이지)


# 아름다운 마을에 위치한 숨은 고수- Huffkins

  • Cotswolds 지역의 풍경과 반지의 제왕 속 배경이 된 장소(출처 : Cotswolds.com과 Pinterest)

 런던에서 근교로 나가면 코츠월드(Cotswolds)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과거 영국 전원 마을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이곳에 애프터눈 티로 유명한 'Huffkins'가 있습니다.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래된 동네이며, 크지 않은 규모지만 베이커리에서 시작된 티룸답게 런던에 비해 낮은 가격에 맛있는 애프터눈 티를 만날 수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는 영국 전역에 5개의 티룸을 운영하고 있으며 메뉴 중 인기 있는 차는 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역 행사이긴 하지만 코츠월드 지역에서 가장 맛있는 스콘을 만드는 곳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특히, 말린 과일을 넣어서 만든 스콘의 경우 멀리서도 사러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과 다르게 영국은 투박한 느낌의 빵들이 많아 처음에 빵을 먹었을 때는 입안에서 그대로 씹히는 단맛이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따뜻하게 우려낸 진한 차와 함께 먹으면 입 안에서 그 맛들이 조화를 잘 이루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런 티룸에서 자칫 방심하면 일곱 번째 스콘을 먹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므로 혹시라도 여행을 가시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Huffkins 본점 외관과 매장에서 판매되는 차(출처 : 트립어드바이저와 Huffkins 홈페이지)

 이 외에도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Tetley, Yorkshire Tea, PG Tips 그리고 립톤(Lipton)에서 나오는 홍차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으니 홍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영국에서 온 뷰티 브랜드 마지막화'에서는 영국의 차 브랜드들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3회 동안 칼럼을 연재하면서 지면상 방대한 내용을 소개드리지는 못했지만, 글과 사진을 접하신 사우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제 칼럼을 읽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올해의 칼럼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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