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4차 산업혁명, 자동주문 취소에 대비하는 AP의 자세 - AMORE STORIES
#생활법률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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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4차 산업혁명, 자동주문 취소에 대비하는 AP의 자세

실생활에서 알아두면 유용할 법률 상식을 소개하는 칼럼입니다


  • 출처 : 이데일리

김아모 씨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방법

 평소 김아모 씨가 아리따움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한번 살펴 봅시다. 김아모 씨는 퇴근길에 화장품 판매점에 방문합니다. 김아모 씨는 매장을 쭉 둘러 보고는 사고 싶은 제품을 고릅니다. 김아모 씨는 계산대에 가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구매한 화장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이후, 김아모 씨는 어떻게 화장품을 구매할까요? 김아모 씨 집에는 스마트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스마트홈 시스템은 김아모 씨의 소비 패턴을 분석, 김아모 씨에게 필요한 물품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자동으로 물품을 구매합니다. 김아모 씨의 스마트홈 AI는 김아모 씨의 생활 영역에 깊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김아모 씨가 앞으로 사게 될 것까지 예상하여 그 물품을 구입합니다.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건조한 날씨가 예상되리라 생각한 김아모 씨의 스마트홈 시스템은 김아모 씨를 위한 보습 제품을 종류별로 자동주문하고 카드 결제합니다.
  • 출처 : 아마존

 아마존은 2014년 11월 음성 인식 인공 지능 '알렉사(Alexa)'가 탑재된 스피커인 '에코(Echo)'를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에코를 사용하면 음성 명령으로 듣고 싶은 음악을 재생하고 전등이나 TV 등 가전 기기를 제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아마존은 아마존 쇼핑몰과 연계해 생필품 등을 자동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에코에 탑재했습니다. 아직 인공 지능 관련 제품은 계속 개발 중이지만, 기술 발전의 속도를 보았을 때 자동주문 시스템이 집집마다 일반화되는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인공 지능은 구매자 의사를 완벽하게 반영하는가

  • 출처 : IBM

 법률적 관점에서 미래의 매매 계약 패턴이 현재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구매자 의사를 인공 지능이 대체할 수 있게 되어 의사 표시의 괴리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어찌 보면 인공 지능 기술에 대한 가장 본질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인공 지능이 이를 이용하는 인간 본인 의사를 완전히 반영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언젠가는 인공 지능이 구매자의 실제 의사를 100% 완벽하게 반영하는 기술이 개발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한 기술이 완전히 구현되기 전까지의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이용자 의사와 인공 지능 사이 괴리가 존재하게 됩니다.

 위 사례에서 과연 스마트홈 시스템의 자동주문 및 결제가 그 순간의 김아모 씨의 구매 의사를 완벽히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김아모 씨 역시 건조한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딱히 보습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의사는 없습니다. 아직 사물 인터넷이 완전히 상용화되지 않은 지금의 경우, 김아모 씨 혼자 생각하고 보습 제품을 구매를 하지 않으면 아무런 법률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이후를 상상해 봅시다. 김아모 씨의 스마트홈 시스템이 이미 김씨가 다음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습 제품을 주문하는 바람에 김아모 씨의 실제 소비 의사와는 별개로 스마트홈 시스템에 의해 매매 계약의 의사 표시가 이루어지고 말았습니다. 할부 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 기하여 인정되는 청약 철회 기간이 지난 이후라고 가정할 때, 김아모 씨는 주문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구매자의 주문 취소에 관한 AP의 입증 책임

 민법에서는 위와 같이 표의자(위 사례에서 김아모 씨)의 착오를 이유로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착오에 의한 의사 표시를 취소하기 위해서는 법률 행위 내용 중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구매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위 사례에서 김아모 씨의 주문은 김아모 씨가 손수 한 것이 아니라 인공 지능이 대신한 것이기 때문에, 김아모 씨가 착오에 기하여 주문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평소 원하지 않았던 상품을 인공 지능이 구매자에게 향후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이유로 주문한 경우라면 구매자는 그간의 구매 내역을 제출하는 것으로도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입증할 수 있습니다.

 위 조항에 따르면, 표의자는 경과실만 있었더라도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가 가능합니다. 구매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인공 지능을 개발한 회사의 책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착오로 인한 주문 취소에 따른 1차적 리스크는 매매 계약 상대방인 아모레퍼시픽이 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취소 자체에 대한 법적 장치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매자의 주문 취소가 불가능하려면, 구매자에게 중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법률 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는 점을 김아모 씨가 입증한 이상, 표의자 김아모 씨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은 매매 계약의 상대방인 아모레퍼시픽이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은 김아모 씨가 매매 의사 표시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요? 자동주문 시스템 도입 초기 단계에서는 '확인 메시지' 장치가 유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소비자로 하여금 물품 주문 전 '확인 메시지'를 클릭하도록 하여, 구매자가 자신의 구매 내역에 대하여 '확인 메시지'를 클릭한 사실을 추후 구매자의 중대한 과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확인 메시지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구매자가 주문 내역 확인 버튼을 클릭하지 않으면 주문이 되지 않는 전통적 방식부터, 일정 물품은 확인 버튼 없이 프리패스 주문이 가능하지만 신규 물품은 반드시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하는 방식과 같이 조금 더 확장된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 지능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는지에 따라 이러한 확인 장치는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공 지능 기술 도입이 인간 편의를 위한 것이라면, 일일이 무언가를 클릭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이러한 편의성 추구에 역행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확인 메시지 장치 역시 인공 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에 따라 계속 개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같은 주문 취소에 따른 리스크 회피와 고객 편의 추구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IoT 서비스 제공자의 면책 약관

  • 출처 : LG전자

 IoT 서비스 제공 기업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IoT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약관에 각종 면책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LG U+ IoT서비스의 서비스 이용 약관 일부를 발췌해보았습니다. LG U+에서 제공하는 IoT@Home은 아직 자동주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기서의 기능은 도어락, 전기료 알리미, 열림 알리미, 현관 CCTV, 공기질 알리미, 가스 잠그미 서비스 등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조항이 있습니다. 현재 LG U+에서 제공하는 IoT@Home 서비스는 '편의 제공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므로 IoT@Home에서 제공하는 본래 기능인 경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도난, 화재 등을 배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 배상 또한 회사의 과실이 있다는 것을 이용자가 증명하거나 기존에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또한 '회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서비스 장애 발생 시간이 상당한 시간을 초과'하여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고, 그 금액 또한 소액에 그칩니다. 예를 들어, LG U+ IoT@Home 서비스 중 월 24,000원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다면 위 요건 하에 이용자가 LG U+에 통보한 시각 이후 연속하여 24시간 이상 '서비스'가 중지되는 경우 LG U+는 대략 2,400원을 한도로 배상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씀드린 서비스는 위에서 말씀드린 자동주문 서비스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자동주문 시스템 하에서 IoT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이와 유사한 면책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면, 구매자의 계약 취소에 따른 리스크는 구매 계약의 상대방인 다른 기업이 떠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IoT 서비스가 완전히 일반화되지 않았고, 이 또한 여러 실험적인 시도 끝에 나온 기술이기 때문에 이러한 면책 규정을 두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너무도 빠른 만큼 사회 전반적 기준도 변화합니다. 만약 이 같은 면책 규정도 사회 경향을 따라가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는 고객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약관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가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Io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역시 사회 변화를 체크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이 마련해야 할 약관 기준선은 그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주문 취소에 대비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자세

 이 모든 일들이 아직은 너무 먼 미래로 여겨지시나요? 그렇다면, 애플사가 아이폰을 발명한 것이 2009년이라는 것은 믿어지시나요? 불과 몇 년 후의 미래에 어떤 기술이 들어와 있을지 우리는 예측조차 할 수 없습니다.

 법의 제정, 해석, 리스크 관리 역시 사회 전반의 경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역시 기술 발전에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리스크 또한, 기술이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술 발전에 따라, 인간과 AI간 의사 결정의 차이를 줄이는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되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미래의 스마트홈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김아모 씨의 뇌파를 인식해서 그의 정확한 구매 의사를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먼 미래의 일이고, 소비자가 의사 결정을 AI에게 맡기는 이상, 의사와 표시가 분리되는 문제를 기업은 대비해야 합니다. 과연 인간의 법률적 의사 결정을 반영하는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 지 그 귀추를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AP 여러분과 함께 잘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은 필자가 2017년 11월 8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최경진 교수가 진행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법률적 이해"라는 강의를 수강하고 그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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