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는 '장인'이란 무엇인가요? 자신의 평생과 정신을 한 가지에 바친 사람?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 여러 가지 정의가 있지만,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한 분야에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일에 매진한 사람을 우리는 장인이라고 일컫습니다.
쿠션 제품이 지금과 같이 글로벌 전역에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제품 개발에 땀과 열정을 쏟은 숨은 '장인'들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2008년 처음으로 선보인 아모레퍼시픽 쿠션 제품은 그 동안 수많은 AD를 거쳐 진화해 왔는데요. 혁신적인 쿠션 제품을 위해 합심하고 있는 두 연구원,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연구2팀 김경남 님과 어플리케이터연구팀 최정선 님을 용인 기술연구원에서 만났습니다.
-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연구2팀 김경남 님
2004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 입사한 김경남 님은 립 메이크업 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고객기술팀에서 신규 사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한 C&D(Connect & Development)활동을 수행해 왔습니다. 김경남 님은 2008년 메이크업연구2팀으로 이동한 후 쿠션 개발자인 최경호 님의 바톤을 이어받아 아모레퍼시픽그룹 산하 주요 브랜드들의 쿠션 제품 개발과 "Next 쿠션"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Q. 쿠션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쿠션의 역사와 진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경남 님 : 쿠션은 세계 최초의 액상 담지 제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기술연구원은 2010년 분산/담지/양산 기술의 최적화로 저점도 Fluid를 Cell 내에 안정화 시킨 Cell-trap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2010년 IOPE 에어쿠션 선블록 EX를 개발하였고, 2012년 초미립 분산 입자를 미스트처럼 얇고 균일하게 분사하는 '미스트 분사 기술'을 개발해 헤라 UV 미스트 쿠션을 탄생시켰습니다.
고객에게 촉촉한 수분감과 촘촘한 커버력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대표 쿠션인 라네즈 BB쿠션을 비롯해 브랜드와 경로 확장을 통해 쿠션 카테고리의 성장을 이끌어 왔습니다. 2013년부터는 기능 강화와 세분화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베네핏을 제공해 왔습니다. 2014년부터는 블러셔, 아이라이너, 하이라이터 등 컬러 메이크업으로 확대하고, 옴므 쿠션, 선 쿠션을 개발하는 등 쿠션 카테고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오고 있습니다.
Q. 쿠션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경남 님 :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객 중심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R&D의 변함없는 전략입니다. 쿠션 또한 개발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2007년 쿠션을 개발할 당시 많은 고객들이 완성된 메이크업 위에 지속적으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일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여 언제, 어디서나 쉽게 덧바를 수 있으면서도 메이크업까지 보완해줄 수 있는 혁신제품의 연구를 시작했고, 오늘날 쿠션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고객의 VOC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제품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Q. 개발자로서 가장 애착이 있는 제품은 무엇인가요?
김경남 님 : 쿠션 제품 개발에 참여한 2008년부터 제 손을 거쳐 간 제품이 수두룩합니다. 모두 제 자식 같아 열 손가락 깨물어도 안 아픈 곳이 없는데요.(웃음) 아이오페는 처음 개발을 시작했던 제품이라 조금 더 특별하고, 헤라 쿠션은 개발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갖은 어려움을 다 겪고 세상에 선보인 제품이라 조금 더 애착이 있습니다. 그 당시 헤라 쿠션이 3월 1일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휴일에도 연구소와 뷰티사업장을 오고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출시를 했는데,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모두 잊혀지더라고요. 지금까지 헤라 쿠션 전 라인(내추럴, 커버, 울트라 모이스처 등)을 개발하고 확대해 오고 있는데, 처음부터 동료들과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 온 제품이기 때문에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경남 님 : 쿠션 제품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였기 때문에 식약처에 허가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기존 화장품은 로션, 크림, 밤/케익 타입으로 구분되었기 때문에 쿠션 제형은 어디에도 해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에 최초로 제형에 대한 식약처 등록을 위해 제도협력팀과 분석연구팀과 함께 이를 해결했습니다. 제도협력팀 연구원분들이 식약처에 제품을 들고 가서 제형에 대해 설명을 하며 등록시키기 위해 노력해 주셨고, 분석연구팀 연구원분들이 스펀지의 규격과 유해물질 분석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고 규격화하는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여러 부서와 협업해 최초로 스펀지에 침적된 로션 제형이라는 신규 제형을 기능성으로 인증 받을 수 있었습니다.
Q. Next 쿠션은 어떤 형태일까요?
김경남 님 : 아직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기 이르지만 고객 불편 VOC(용량, 커버력, 지속력, 끈적임)를 해소하고, 어플리케이터 혁신(용기, 담지체, 퍼프 등)을 통한 고객 편의성을 증대하는데 초점을 두고 차세대 쿠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개발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 번에 문제점이 해결되기 보다는 조금씩 개선된 제품들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 헤라에서 에이지 리버스 쿠션이란 이름으로 안티에이징 쿠션이 새롭게 출시될 계획입니다. 기존 용기와 호환이 되지 않는 새로운 용기에 담길 예정이며, 쿠션에서 빠질 수 없는 퍼프 역시 이 제형에 궁합이 잘 맞는 새로운 에어셀 퍼프 2.0 버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처럼 차세대 쿠션도 슬림하면서 기존의 불편 요소들이 조금씩 개선된 모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사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경남 님 : 제품의 성공은 연구원 개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유관부서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때 그 제품은 비로소 고객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고객의 VOC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확인하는 가설과 검증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모두가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그 공감대를 통해 협업하면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모두 성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아모레퍼시픽 어플리케이터연구팀 최정선 님
2000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 입사한 최정선 님은 컬러 메이크업, 페이스 메이크업 등 제품 개발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정선 님은 2007년 일본 동경연구소로 파견간 후 일본 현지 업체와 C&D 업무를 수행했으며, 차별화된 제형을 발굴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2010년부터 퍼프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도구, 용기와 관련한 용기 특화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는데요. 최정선 님은 쿠션 제품에 들어가는 퍼프와 담지체를 개발하는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Q. 쿠션의 인기와 함께 퍼프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담당자로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최정선 님 : 최근 몇 년 동안 쿠션의 퍼프가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도구와 패치마스크 등을 연구하는 어플리케이터연구팀이 새롭게 결성되었습니다. 2010년 퍼프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고객들은 퍼프 사용을 꺼려했습니다. 그 당시 퍼프는 주로 파우더에만 장착이 되어 있었는데요. 파운데이션 퍼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하기 어려웠습니다. 퍼프는 내용물을 흡수해 버리는, 제품과 분리된 불편한 도구였기 때문이죠. 고객 입장에서 사용의 필요성도 적었고요. 그런데 몇 년 사이 이렇게 변한 것이 놀랍습니다. 고객의 VOC에 따라 연구 방향이 바뀌고, 제품이 바뀐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내용물을 만들지만, 그 내용물을 어떻게 피부에 전달하고, 도포하는가는 메이크업에서 또 다른 중요한 사항입니다. 그래서 메이크업은 어플리케이터의 역할이 중요해요. 동일한 제품으로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아름답게 피부를 표현하지만, 고객은 부족함을 느끼고 완성도 높은 메이크업을 하고 싶어합니다. 어플리케이터가 중요하게 인식이 된 건 이러한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쿠션을 통해 고객을 보면, 퍼프에 기대하는 요소와 개선 부분이 많아 지속적으로 퍼프 소재와 더불어 가공법에 대해서 연구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소재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우레탄 소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정선 님 : 2007년부터 2010년까지 휴대성이 좋은 선메이크업 제품들이 출시되며 가벼운 사용감의 메이크업에 대한 고객 니즈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환경을 고민한 결과물로 쿠션이 탄생되었고요. 당시 사용하던 라텍스 재질의 퍼프는 흡수력 때문에 가벼운 사용감의 저점도 내용물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피부에 전달도 잘 안되고, 뭉치기도 했죠. 그래서 찾은 것이 폴리우레탄 소재였습니다. 소재 검토에만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라텍스 소재보다 가공이 미세해서 바르는 순간 뭉침 없이 피부에 전달이 됩니다. 소재 자체도 새롭지만, 현재와 같은 가공형태 또한 내용물에 의해 손이 오염되지 않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Q. 퍼프가 만들어지기까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최정선 님 : 초기 제품이 출시됐을 때는 하절기 대표 상품이었습니다. 생산, 특허, 퍼프 대응과 같은 이슈 사항이 많아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해가 거듭할 수록 쿠션 제품이 연중 상품이 되면서 관련 부문에서 준비하는 사항들도 많아졌습니다. 제품 판매 증가와 함께 퍼프 수급도 어려움이 많았는데요. 초기에는, 에어셀 원단 제조가 관건이었지만, 최근에는 퍼프 가공 공정도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이 퍼프에 적어도 6개의 공정이 들어갑니다. 원단을 만들고, 붙이고, 미싱작업 등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요. 재질도 특화되고, 수작업이 많은 만큼 원단과 가공 공정의 개선 등을 통해 원활하게 대응하는 것이 또 다른 과제입니다.
Q. 퍼프를 개발할 때 중요시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최정선 님 :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다 보니 퍼프는 촉감이 중요합니다. 처음 터치감이 좋아야 피부에 사용해 보고 싶고, 어떻게 메이크업이 표현되는지 사용해 보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퍼프를 연구할 때는 다양한 소재를 만져 보고, 얼굴에 사용해 보고, 내용물과도 함께 테스트해 봅니다. 소재마다 다른 감촉과 사용감이 나타나거든요.
브랜드 단에서 출시되는 쿠션의 퍼프는 모두 동일한 소재인데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따라 칼라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색깔에 따라 사용감이 달라요. 자사에서 사용하는 블루, 핑크, 브라운톤 계열이 사용감이 더 부드럽고 가공이 더 촘촘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최정선 님 : 지금은 자사의 쿠션 퍼프 컬러가 블루인 게 익숙하지만, 초기에는 “왜 이 컬러인가요?" "반드시 블루여야 하나요?" "너무 튀는 컬러예요”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최초 버전은 일반적인 베이지 컬러였는데, 쿠션 제품이 휴대하며 수정화장을 하는 제품이다 보니 퍼프에 마스카라 혹은 이물질이 묻으면 눈에 띄고, 곰팡이가 아니냐는 문의가 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곰팡이가 아니었지만요. 그래서 이물질이 묻어도 많이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 블루 컬러로 변경하였습니다. 지금은 쿠션 퍼프의 대표 컬러가 되었죠. 컬러 선정에도 다 이유가 있었답니다.(웃음)
Q. 사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차세대 쿠션과 더불어 미래의 퍼프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정선 님 : 우리가 사용하는 퍼프의 신소재를 연구하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저 또한 배우며 연구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에어셀 퍼프에 대한 만족도가 좋아서 차세대 퍼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베네핏을 고객에게 주면 더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퍼프를 포함한 어플리케이터는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차별화된 베네핏을 제공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숨어 있는 베네핏을 어플리케이터와 함께 발굴하고 개발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연구할 부분이 많은데 사우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