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인종차별을 극복한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 AMORE STORIES
#이은주 님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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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인종차별을 극복한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그룹 감사팀 이은주님


  안녕하세요~ 초여름 날씨와 더불어 오늘 소개해드릴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입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의 제일 남쪽에 위치한 국가로 세계에서 25번째로 큽니다. 여러분은 남아공 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주로 사파리와 야생동물, 아프리카 부족, 케이프 반도, 동인도회사 또는 인류의 화석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 다룰 주제는 남아공의 어두웠던 역사적 이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우선 남아공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 남아공을 한눈에

  • 남아공 지도 (출처 : 네이버 이미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름다운 자연과 지하 광물이 풍족한 국가입니다. 지구에서 제일 오래된 산 중 하나인 테이블 산(Table Mt.)이 위치하고, 실제 30만 년 전 인류로 추정되는 호모 날레디(Homo Naledi)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남아공의 총인구 약 5,400만 명 중 80% 정도가 흑인이며, 나머지는 유럽계 백인과 혼혈인, 그리고 소수의 아시아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삼권분립 체제에 따라 행정수도(프리토리아), 입법수도(케이프타운), 사법수도(블룸폰테인)가 나뉘어 공화국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중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입니다('16년 GDP $ 2.80억, 세계 40위). 다이아몬드, 금, 특수강과 같은 광물 산업과 전력 및 에너지 산업에 뛰어나며, 10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인적 자원 또한 풍부합니다. 특히 전 세계 약 66%의 다이아몬드가 남아공에서 생산되는데, 2000년에 블러드 다이아몬드(전쟁 자금에 쓰이기 위해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생산된 다이아몬드)의 거래를 막기 위해 남아공이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 체계'(다이아몬드의 공정거래를 위한 원산지 인증 및 유통 관리 프로세스)를 선두로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 다이아몬드 거래의 잔인한 이면을 다룬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한 장면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여담이지만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해 궁금하시면, 피 서린 다이아몬드가 부르는 전쟁의 잔혹함과 노동 착취, 인간의 욕심을 다룬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2006)>를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남아공은 EU, 미국, 인도, 중국과 FTA를 체결하여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무역도 활발하게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가장 많이 유치된 만큼 개방된 경제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를 구성하는 흑인 인구에 비해 남아공의 부유층은 인구의 10%에 불과한 백인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실제 남아공은 전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남아공의 흑인 인구와 백인 인구 간의 경제적, 사회적 골이 깊어진 데는 43년간 지속했던 인종차별제도인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에서 기인합니다.

#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Apart-hood=분리

  저는 아주 어릴 적 남아공에 머물렀는데,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친하게 지내던 흑인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당시 거실 벽에 걸려있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사진입니다. 어린 마음에 사진을 보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친할아버지냐고 물어본 제 질문에 친구가 당당하게 남아공의 지도자라고 대답한 기억이 있네요. 넬슨 만델라는 흑인 인권 투쟁으로 27년간 감옥에 복역한 인권 운동가이자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남아공 사람들 마음속에 존경하는 인물로 남아있습니다.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한 넬슨 만델라는 인종차별이 합법적으로 시행되던 남아공에 아파르트헤이트 제도를 철폐하고 민족의 화합을 이루어낸 인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 흑인이나 非백인 인종이 밤에 백인 지역에 함부로 출입 시, 총을 발사하고 시신이 사나운 개들에게 먹힐 것이라고 적혀있는 섬뜩한 경고 문구 (출처 : 구글 이미지)

 아파리칸스어로 '분리' 또는 '격리'를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는 말 그대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사회적 제도를 일컫습니다. 포르투갈의 항로 개척부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설립,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배까지 남아공은 백인 지배층의 오랜 통치 아래 있었습니다. 특히 네덜란드 이주민들의 후손인 아프리카나들이 세운 국민당이 1948년 정권을 잡은 후로 백인과 흑인 간의 사회적 격리가 더 심해졌습니다.

 만약 여러분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거주할 수 있는 곳, 사랑할 수 있는 대상,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제한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오로지 허용된 교통수단만 사용하고, 심지어 공공장소에서도 피부색에 따른 구역이 정해져 있으며, 식당이나 영화관을 이용하는 문화생활에도 제약이 있다면 어떨까요.

 위에 언급한 사실들은 실제 남아공의 흑인 사람들이 1948년부터 1991년까지 겪었던 사회적 제약 중 일부분입니다. 심지어 이러한 제약들은 모두 백인 집권 당시 법령으로 통과되어 법적 규제로 통제되었습니다. 남아공의 흑인 거주 지역과 백인 거주 지역은 철저히 나뉘어 있었고, 흑인들은 출입증 없이 백인 거주 지역에 거주하거나 일할 수 없었습니다. 흑인과 백인 간에 어떠한 부도덕한 행위나 개인적인 접촉도 감시되었고, 두 인종 간의 사랑과 결혼도 금지됐습니다. 공공장소도 철저히 백인과 흑인 이용 구역으로 나뉘었고, 버스, 화장실, 식당, 대학교, 병원, 교회 등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분리되었습니다. 흑인들은 투표도 제한되어 참정권이 없었으며, 교육 또한 흑인을 노동 인력으로 키우기 위한 낮은 수준의 교육이 제공되었습니다.
  • 노벨 평화상을 함께 받은 윌리엄 디 클러크와 넬슨 만델라 (출처 : 구글 이미지)

 이러한 공공연한 인종차별에 남아공은 국제적인 규탄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남아공 국내의 反아파르트헤이트 단체들의 투쟁이 지속되면서, 국민당 출신의 프레데릭 윌리엄 디 클러크 대통령이 1989년 당선 이후 아파르트헤이트를 종식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이에 1993년 윌리엄 디 클러크는 넬슨 만델라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윌리엄 디 클러크 대통령은 인종차별적인 법령들의 폐지를 약속했습니다. 1990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現남아공 사회민주주의 정당), 범아프리카회의 (PAC), 남아공 공산당 (SACP)과 같은 흑인 정치 단체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30년 금지령을 거두었고, 흑인 인권 투쟁으로 투옥된 흑인 지도자 375명을 석방했습니다. 27년간 감옥에서 지낸 넬슨 만델라 역시 이때 석방되어 1991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분열된 남아공 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백인 정부 및 흑인 종족들과의 협상을 끌어냈습니다. 그리하여 1994년 4월 남아공 역사상 최초로 흑인이 참여한 자유 총선거 아래, 넬슨 만델라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아파르트헤이트가 드디어 막을 내립니다.

# Dignity is not given, but earned.

  • 보수적인 백인 남성들 사이에서 홀로 당당히 서 있는 캐서린 존슨. 의상으로 뚜렷한 차별을 강조한 영화 <히든 피겨스>의 한 장면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저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가 바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입니다. 비록 남아공과 배경은 다르지만, 노예 제도 폐지 이후 아직 인종차별이 존재했던 1960년대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살던 세 명의 수학자들에 대한 영화인데요. 흑인 여성으로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순수하게 능력으로 NASA에서 승승장구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현재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인간의 존엄성이 선대의 얼마나 많은 피와 땀 아래 쟁취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회에는 나이, 성별, 국적, 직업, 지위와 경제적 부에 따른 차별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사람이든 인간이기에 누구나 존중받아 마땅한 권리들이 있습니다. 점점 국제결혼도 많아지고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우리 또한 다른 사람을 피부색이 다르단 이유로 차별하지는 않는지, 그들의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트레버 노아의 런던 스탠드업 코미디 (출처 : 유튜브)

 마지막으로 남아공 출신의 유명한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의 영상을 소개하며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남아공에서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신이 겪었던 인종차별 경험과 진정한 흑인으로 인정받기 위한 시행착오들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사연입니다.

 다음 화에는 저번과 같이 가벼운 분위기로 남아공의 다양한 면모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모두 핫한 여름을 즐기시면서 다음에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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