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아마존, ‘Product Fitness 80’으로 스티치 픽스를 뛰어넘다 - AMORE STORIES
#Michelle Ma 님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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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마존, ‘Product Fitness 80’으로 스티치 픽스를 뛰어넘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Michelle Ma(马梦雪) 님
APC Marketing Div.


 이번 3화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에 대해 우리 모두 새로운 시각을 가져 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성했습니다. 며칠 전, 한 소프트웨어 기업 부회장의 '혁신 정신'에 관한 깨달음을 담은 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여러분과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최고를 추구하는 것을 생각하면 항상 완벽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일본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사실 좋은 제품을 만들 때 일본에서 기본으로 하는 원칙은 '완벽' 또는 '최고'가 아닌 '80%만 채운다'입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욕심을 채우는 것과 자신의 욕심을 스스로 통제하는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잘 통제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달려갈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줄 때도 있죠. 이러한 점에서 일본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는 "사람은 80%의 욕심만 채워도 충분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 'Product Fitness 80'이란 무엇인가?

 'Product Fitness 80'은 일본에서 자주 쓰는 말인데, 식사를 할 때 80% 정도 배부르게 먹는 것이 적당한 것처럼, 제품 설계 시 인간의 욕구를 80% 정도 충족하는 것이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낍니다. 후카사와 나오토는 사람의 욕심은 모두 점점 커지기 마련이고 원래 원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디자인을 할 때 100%의 욕구를 다 채우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후카사와 나오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가 이세이 미야케를 위해 디자인한 시계는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십이각형의 시계판으로 숫자를 표현하고 중앙은 모두 여백으로 비워 둔 채로 시침과 분침만 남겨 놓았습니다. 시계의 본 기능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고 12개의 꼭지점이 사용자에게 시간을 충분히 알려주고 있어 그 외 복잡한 숫자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더 정확한 시간을 파악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달려있는 것이죠. 즉, 디자인은 80%만 완성되어 있고 나머지 20%는 사람이 채우는 것입니다.

 '극치'란 일을 최고의 경지에 달하는 정도로 잘한다는 것이지만, '최고'라는 것이 항상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을 선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컴퓨터 마우스 예를 본다면 아마 그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사진 속 마우스는 슬라이드 횟수, 악력, 각도 등 인체 공학적 설계에 따라 만들어져 극도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곧, 이 마우스는 '극치'에 이른 제품이라 할 수 있죠.

 이 마우스는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극도의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만약 한쪽 손이 다쳤다고 가정해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인체공학적 설계로 만들어진 이 마우스는 오히려 불편함만 더합니다. 다시 말해, 디자이너는 초기에 '사용자는 컴퓨터 앞에서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사용할 것'이라는 특정 배경을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한계를 만들었습니다. 마우스든 사람이든 디자이너가 이미 조건을 설정해 놓았기 때문에 제품의 사용 범위에 크게 제한이 가해집니다.
 이번에는 '8할' 원칙을 적용한 애플사의 마우스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애플의 1세대 제품부터 최근 제작된 마우스까지 모두 이 특징이 적용되었는데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개발을 맡은 엔지니어에게 컴퓨터와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하며, 반듯한 책상 심지어는 청바지 위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마우스는 인체공학적 설계에 맞춘 것도 아니고 심지어 편한 것도 아니지만 사용자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즉,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두 손가락을 쓰든 세 손가락을 쓰든 사용자가 마우스 사용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품 외 서비스에서도 '8할' 원칙이 응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 테크놀로지 미디어인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2017년 글로벌 최고 혁신기업' 50위 안에 든 아마존의 '8할 혁신법'입니다.

스티치 픽스(Stitch Fix) vs. 아마존

 지난 6월 21일, 아마존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한 의류 판매 서비스인 '프라임 워드로브(Prime Wardrobe)'를 출시하자 오프라인 쇼핑업체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해당 서비스가 기존의 판매 방식과 이커머스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프라임 워드로브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관련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스티치 픽스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과 이커머스가 동시에 활발했던 시절에는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져보고 입어본 후에 구매하거나, 온라인에서 간접 경험을 통해 옷 입은 상태를 상상하고 구매했습니다. 그러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공간 상의 제약으로 인해 피팅룸이 없는 가게가 많고, 온라인에서는 VR 기술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직접 입어보는 것보다는 못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인기를 끌고 있는 쇼핑몰 업체인 스티치 픽스는 이 한계를 뛰어 넘어, 고객 만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회원가입 시, 체형 및 평소 스타일 등 상세한 질문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업체 소속 스타일리스트가 작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어울릴 만한 다섯 벌의 옷을 골라 배송하면, 고객은 마음에 드는 옷만 남기고 나머지 옷은 다시 돌려 보냅니다. 이 서비스는 20달러의 스타일링 비용만 먼저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고객이 옷 한 벌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20달러 할인을 제공하고, 다섯 벌 모두 구매하면 30~50%의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습니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이 상자에 든 다섯 벌의 제품 중 최소 두 벌 이상을 선택해야 이윤이 남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스티치 픽스는 자사만의 고객 맞춤 추천 서비스에 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모든 추천은 AI와 사람이 협동하여 이루어집니다. 데이터 과학자 80명이 만든 알고리즘은 고객이 기입한 개인 데이터와 구매 기록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치를 선별 및 예측합니다. 스티치 픽스는 고객의 스타일과 취향을 분석하는 것 외에도 추천 실패 경험을 통해 향후 고객의 선호도를 더 정확하게 판단합니다.

 스티치 픽스는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구매 확률을 늘려 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를 추구해 고객 감동을 실현하겠다는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객은 기본 정보인 몸무게부터 사이즈, 패션 스타일, 가격 등을 포함한 많은 문항에 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저도 한 번 써봤는데 질문의 문항과 종류가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타이트한 옷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딱 맞는 옷을 좋아하시나요? 혹은 조금 넉넉한 옷을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하의는 어떤가요?'라는 질문 외에도 신체 부위 별로 노출과 관련해 각각 한 가지의 질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으로 'A: 네, 전 살이 조금 보이는 것이 좋아요! B: 가끔요 C: 특별한 날에만요. D: 전혀 원치 않아요.' 중에 선택하게 됩니다. 한 질문에도 이렇게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두 번째 질문에 답할 때에 벌써 지친 기분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질문의 대장정을 끝내고 나면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진 사진 몇 장이 뜹니다.
  • 스티치 픽스 질문(옷 가격 범위)

 마지막으로는 액세서리부터 신발까지 자신이 가장 적당하다고 여기는 가격을 고릅니다. 모든 과정을 마친 후 신용카드로 보증금 20 달러를 지불하면 머지 않아 첫 번째 픽스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조금 안타까운 점은 어떤 사진도 예시도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옷인지는 배송 받기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구글에서 검색된 사용자 후기를 보면 한두 벌 정도 선택한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다섯 벌 모두 선택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시작 단계에서 고객이 질문지에 대한 답변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질문지에서 미처 묻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고객 기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분명 그 다음 추천은 처음보다 더 정확할 것입니다. 스티치 픽스는 고객에게 최고의 분석, 최고의 추천, 최고의 모습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아마존이 새롭게 내놓은 프라임 워드로브는 더 대단합니다. 아마존의 우수한 플랫폼과 최고의 물류 시스템이 프라임 워드로브에 이미 엄청난 우위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8할'의 역할에서부터 프라임 워드로브와 스티치 픽스의 차이를 다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프라임 워드로브 서비스는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만을 대상으로 하며, 프라임 회원은 구매 전에 옷을 먼저 입어볼 수 있습니다. 스티치 픽스의 경우, 보이지 않는 스타일리스트의 추천이 신비감을 부여한다면, 아마존은 옷을 미리 보고 선택한 후 결제 전에 구매하고자 하는 옷을 먼저 배송 받을 수 있습니다. 스티치 픽스처럼 다섯 벌로 제한되어 있지 않고, 옷을 입어본 후에 구매하지 않을 옷은 상자에 다시 넣어 문 앞에 놓기만 하면 됩니다. 또한, 아마존은 무료 배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매하는 옷이 많을수록 할인 폭도 더욱 커집니다. 즉, 세 벌 구매 시 10%, 다섯 벌 구매 시 20%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을 통해 프라임 워드로브의 서비스 제공 과정을 확인해보시죠.
 아마존은 영상에서 '내 집에서 편하게 다양한 옷을 입어볼 수 있다'고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고객은 아마존 앱에서 옷, 신발, 액세서리를 포함한 3~15개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전부 무료 배송으로 받아본 후 최장 7일 동안 옷을 입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원치 않으면 이유 없이 반품 가능하고 배송비는 아마존이 부담합니다. 구매를 원할 경우에는 미리 돈을 지불할 필요 없이 7일이 지난 후 결제하면 됩니다.
 사실 아마존은 2015년부터 의류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해 2016년에는 그 규모가 이미 2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2017년에는 메이시스, 월마트를 뛰어넘는 미국 제1의 의류 판매 업체로 부상했고, 2020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17%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스티치 픽스와 비교했을 때 아마존이 '8할' 전략을 내세워 더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지명도와 브랜드 파워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충분한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입니다. 완벽한 플랫폼과 물류 시스템으로 80%를 먼저 구축하고 나머지 20%는 고객이 직접 채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등에 업은 아마존은 향후 AWS 클라우드와 에코룩(Echo Look)을 통해 더 정확한 추천을 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프라임 워드로브의 추천도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 결론

 온라인 구매는 착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티치 픽스는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으나 사용자가 발휘하는 20%의 힘은 생략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경우에는 단 몇 가지 질문으로 고객이 원하는 핵심을 파악하면서도 선택의 여지를 고객에게 제공했습니다. 완벽한 시스템으로 80%를 채워 효율성을 높이되, 20%는 고객에게 부여하여 각자의 니즈를 스스로 실현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였죠. 고객 각각의 다양한 니즈가 중요한 뷰티 산업에도 20%는 고객에게 넘겨주는 것을 염두해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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