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1탄: 뇌파(EEG) - AMORE STORIES
#권구상 님
2017.07.06
12 LIKE
1,370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3%ed%99%94-%eb%87%8c%ea%b3%bc%ed%95%99-%ec%86%8c%ed%86%b5-%ed%94%84%eb%a1%9c%ec%a0%9d%ed%8a%b81%ed%83%84-%eb%87%8c%ed%8c%8ce

제3화. 뇌과학 소통 프로젝트1탄: 뇌파(EEG)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효능연구팀 권구상 님


# So what if you could type directly from your brain?

  • 페이스북의 브레인타이핑 기술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 컨퍼런스 기조 연설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언젠가 우리는 오직 이심전심으로만 소통할 것"이라며, '브레인타이핑' 즉 손이 아닌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을 쓰는 기술에 대한 계획을 야심 차게 발표했습니다(※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SSaCsAfOaSI) . 우리 뇌에 존재하는 약 천 억 개의 뉴런들은 초당 1TB(테라바이트)의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에서는 광학 이미징과 초음파 기법 등을 이용해서 1초당 100회 뇌를 스캔한 뒤, 생각하는 것을 텍스트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다고 덧붙였는데요. 만약 해당 기술이 적용되면 스마트폰 사용시 분당 100개의 단어 입력이 가능하며, 이는 손가락 입력 속도보다 5배나 빠른 수준이라고 합니다. 마치 영화처럼 비현실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현재의 기술 속도라면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되어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도대체 뇌파란 무엇이길래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걸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뇌파라는 기술에 대한 간단한 원리부터 해당 기술을 활용한 몇 가지 사례들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 뇌파란?

 '뇌파'는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에서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적인 흐름으로, 'EEG(Electro-encephalography; encephalon=brain)' 또는 '뇌전도'라고도 합니다. 뇌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엔 두개골을 열어 직접 뇌 표면에서 뇌파를 측정하기도 하지만, 보통의 경우엔 두피에 전극을 통하게 하여 뇌 안에서 일어나는 전기적인 활동들을 간접적이며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측정하게 됩니다. 뇌파는 192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한스 베르거(Hans Berger)'가 처음으로 측정했습니다. 지금 이 칼럼을 읽고 계시는 사우 여러분의 머리에서도 아래 이미지 처럼 계속해서 뇌파가 흘러나오고 있을 텐데요. 특정한 현상이나 과제에 집중하게 되면 많은 수의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활성화되고, 이렇게 동기화로 강해진 신호들은 두피 위에서도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 지금 여러분의 뇌파를 측정하면 아마 이런 식으로 보이겠지요?

 뇌파를 통해 인간의 복잡한 정신 활동들을 설명하기 위해, 그 동안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여러분도 많이 들어 보셨을 '쎄타(theta; θ), 알파(alpha; α), 베타(beta; β), 감마(gamma; γ)파' 등인데요. 주파수와 진폭에 따라 각 파형을 분류하고, 이들이 특정적으로 활성화되는 순간들을 관찰하며 다양한 인지 기능들과 연관 지어 해석해 왔습니다. 간접적인 측정 방법이기 때문에 해당 신호가 뇌의 어느 영역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인지가 중요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뇌 신호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복잡한 정신 활동에 대한 측정 및 해석들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뇌파 기술은 시간해상도가 높다는 장점으로 인해 빠르게 일어나는 정신 활동에 대한 연구, 나아가 거의 실시간으로 'BCI 연구'를 가능하게합니다.

# 뇌파의 해석

 위 문단의 이미지에서 보듯이 뇌파의 기본적인 형태는 '불규칙적인 파형'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어지러워 보이는 신호들에서 어떤 의미들을 도출할 수 있을까요? 뇌파 데이터의 분석은 기본적으로 노이즈를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부터 외부의 전자기 장비의 신호까지 노이즈로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측정하는 순간에도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요즘에는 장비가 소형화 되고 무선화 되면서,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환경에서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뇌파 데이터를 해석할 때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주파수 정보를 기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특정 신호가 '언제', '어디서' 나타났으며, 이때 어떤 주파수의 세기가 가장 높게 나타났는지가 중요한데요. 우리 뇌의 주름진 표면에는 대뇌피질 또는 겉질(Cerebral cortex)이 있으며, 이 부위는 감각이나 운동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기능들을 담당합니다. 또한, 기능과 해부학적인 정보에 따라 전두엽(Frontal lobe), 측두엽(Temporal lobe), 두정엽(Parietal lobe), 후두엽(Occipital lobe) 등으로도 구분됩니다. 그래서 이 중 어느 곳에서 특정한 뇌파 신호가 많이 활성화되는지를 해석하고 있는데요. 아래 이미지처럼 우리 머리를 위에서 내려다본 형태로 표현되며, 어느 위치에서 어떤 주파수의 파형 세기가 높게 나타났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왼쪽 그림에서는 쎄타파의 활성이 뇌의 앞쪽 부분에서 높게 나타난 것을, 오른쪽 그림에서는 알파파의 활성이 뇌의 뒤쪽 영역에서 높게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각 파형별 기능이 영역별로 세분화되어 연구가 많이 되어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들을 참고하여 뇌파의 결과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방식 외에도 사건유발전위(Event-Related Potential), 영역 간 연결(Functional Connectivity), 신호원 추정(Source Localization) 등 다양하고 복잡한 분석 방법들이 뇌파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뇌파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 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기법들과도 함께 활용되는 등 뇌의 기능을 보다 자세히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전 세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 뇌파로 마음 읽기

 기억과 연관된 자극물에 노출될 경우 일어나는 뇌 속의 변화들도 뇌파를 통해 검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거짓말 탐지기에 뇌파 기술이 활용되기도 했지요. 또한 특정 자극물을 보았을 때 호불호의 감정도 뇌파 신호에 반영이 됨에 따라 '뉴로마케팅'의 다양한 사례로 적용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뇌파 신호를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예측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이번에는 유명한 마케팅 저널에 소개되었던 두 편의 연구 결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두 연구 모두 뇌파를 측정하여 미래의 선택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첫 번째 연구는 영화 예고편을 봤을 때의 뇌 반응을 통해 영화에 대한 선호도와 상업적인 성공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보통 영화의 성공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에 영화 예고편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연구는 영화 예고편을 보는 참가자들의 뇌파를 측정하고 이 예고편이 얼마나 좋았는지 대중적으로 성공할 것 같은지 물어봅니다. 그 결과 개인의 선호도가 높을수록 전두엽 영역의 베타파의 활성이 높게 나타났으며 대중적인 성공(US Box Office 기준)은 감마파의 활성과 상관 관계를 보였다고 합니다. 감마파는 각성이나 흥분 상태를 반영하고 주의를 집중했을 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영화 예고편에서 많은 집중을 기울인 것이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영화에 대한 선호도 및 성공 지수와 상관을 보인 뇌파 결과
    (※ 출처 : Boksem, Maarten AS, and Ale Smidts. "Brain responses to movie trailers predict individual preferences for movies and their population-wide commercial succes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2.4 (2015): 482-492).


 영화의 선호도나 성공 가능성을 구두로 묻는 방법 보다 뇌파를 측정했을 때의 결과가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보여준 연구인데요. 뉴로마케팅 기법이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과 같은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과 결합되었을 때 마케팅 도구로써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영화 예고편 대신 광고 이미지나 영상을 사용한다면 해당 광고의 제품 구매 및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여 광고의 효과를 미리 판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연구는 뇌파를 통해 선호하는 제품의 선택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실험은 총 3단계로 이뤄집니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10개의 상품 이미지들을 보여주고 실험 종료 시 이 중 가장 원하는 상품을 가질 수 있다고 알려 줍니다. 두 번째로 참가자들이 상품 이미지를 보는 동안 뇌파를 측정하는데 이때 어떤 상품이 가장 가치 있을지 생각만 할 뿐 따로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이미지 월드컵과 유사한 방식으로 두 개의 상품 중 원하는 것을 고르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상품당 선호 점수를 산출하게 됩니다.
  • 제품의 선호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뇌파 결과
    (※ 출처 : Telpaz, Ariel, Ryan Webb, and Dino J. Levy. "Using EEG to predict consumers' future choice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52.4 (2015): 511-529).

 실험 결과, 이미지를 보고 200ms 후에 나타나는 뇌파의 활성 패턴과 쎄타파의 활성이 상품의 선호 점수와 높은 연관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새롭게 개발 중인 제품을 포함하여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제품의 선호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요?

# 뇌와 컴퓨터의 연결

 뇌파 기술은 '뉴로마케팅' 분야에서 활발히 응용되고 있지만 요즘에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바타와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최근 들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는데요.

 작년에 스위스에서 최초로 개최되었던 사이보그 올림픽 'Cybathlon' 종목에 뇌로 제어하는 자동차 경주가 포함되었습니다(※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5jGcNbQhbg8). 아래 사진과 같이 경기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뇌파 장비를 착용하고 생각만으로 컴퓨터 안의 아바타를 제어하게 됩니다.
  • 뇌로 제어하는 자동차 경주의 한 장면

 또한 작년 플로리다 대학에서는 뇌파를 기록하는 헤드셋을 쓰고 생각만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이색적인 '브레인-드론 레이스'가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관련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list=PLNxwX7r4A556sgYxwQMsC3bk3PXLtcIZt&v=C0s3w-wqcI8). 이처럼 복잡한 뇌의 신호를 읽고 해석하여 컴퓨터와 연결된 사물을 제어하는 기술은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과도 결합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는 리모컨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뇌파'와 관련된 기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1920년대에 처음 인간의 뇌파를 측정한 지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뇌파를 통해 사물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의 발전은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 많은 혁신적인 변화들을 목격하게 될텐데요. 뇌파 기술은 아마도 그 중심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아직은 기술적인 걸림돌이나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기기가 점차 소형화되고 측정 및 분석이 간편화되면서 산업계에서의 활용도 또한 지금보다 높아질 것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피부 전기 전도도, 심박수 등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와 적용 사례 등을 소개해 드리고 그 다음 칼럼에서는 시선 추적 기법(eye tracker)에 대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참고로 뇌파를 포함하여 앞으로 소개해 드릴 기법들은 해당 장비들을 도입하여 연구원 내에서도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넘어야 할 산이 높고 많지만 다양한 사례에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 드립니다. ^^

  • 좋아해

    12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