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기억하시나요?
영화 속 주인공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이 GAP 매장에 들어가 홍채를 인식하면, 홀로그램 어시스턴트가 등장해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과거 구매가 만족스러웠는지 물어본 후, 그에게 맞는 새로운 상품을 추천합니다. 2002년에 개봉한 이 영화 속 장면은 우리에게 굉장히 미래적인 모습으로만 느껴졌는데요. 놀랍게도 2014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쇼핑은 점차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중 한 장면
바로 프랑스에서 개발한 'Inspiration Corridor'라는 기술 덕분인데요. 이 기술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맞이한 고객의 신체를 직접 스캐닝 한 뒤, 나이와 성별, 스타일을 파악하고 고객이 과거에 어떤 옷을 구매하였는지 데이터를 분석하여 맞춤화된 아이템을 추천합니다. 아래 영상을 통해 'Inspiration Corridor'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시죠.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날로그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선별하여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경쟁요소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가 넘쳐나듯이, 제조업이 성숙기를 맞은 지금은 각종 소비재 상품으로 넘쳐납니다. 쇼핑은 즐겁고, 고르는 재미도 있지만 한편 바쁜 현대인들에게 때로는 너무나 귀찮고 번거로운 경험입니다. 정보 탐색, 상품 고르기에 지친 고객들에게 '디지털 큐레이션'은 기존에 사람이 직접 해주던 쇼핑 어시스턴트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이러한 개인 맞춤화된 상품제안 기술의 등장은 뷰티산업에도 예외가 아닌데요.
지난 번 소개해드린 '메이크업 지니어스'를 선보이기 1년 앞선 2013년, 로레알은 '컬러 지니어스'를 출시했습니다. 이 모바일 앱은 고객의 사진에 나타난 의상을 분석하여 어울리는 메이크업 컬러와 제품을 추천해 주는 기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로레알 파리 브랜드의 'Get Your 1 minute Makeup Advisor'를 모토로 한 이 서비스는, 고객의 기분에 따라 'Match It, Blend It, Clash It' 3가지 옵션의 컬러 세트를 제안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립, 섀도, 네일 등 다양한 제품 추천으로 이어지게 되고 고객은 컬러 매칭의 어려움과 상품을 고르는 피곤함을 덜 수 있습니다.
비교해서 소개해 드리면, 세포라의 'Color IQ'라는 기술도 있습니다. 사람의 육안으로 판단하던 피부톤을 좀 더 정밀한 디지털 기술로 파악하여 고객에 최적화된 파운데이션 컬러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세포라 홈페이지 내 COLOR IQ 메뉴 모습
이 기술은 디바이스에 의한 피부측정으로 로레알의 버추얼 기술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로레알의 서비스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또, 디바이스나 카운셀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제안 받을 수 있죠. 디지털은 시공간을 완전히 넘어서는 기술이라는 독보적인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보이지 않는 카운셀러를 지향하는 기술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플럼 퍼펙트(Plum perfect)와 같은 미국의 다양한 벤처회사들은 사진분석을 통해 고객의 헤어, 피부, 눈동자, 입술 색상을 추출해 내고 고객의 선호도를 반영하여 개인에 맞춤화된 메이크업 컬러와 제품을 제안합니다.
플럼 퍼팩트 모바일 앱의 모습
하지만, 사진을 분석하는 디지털 기술이 뷰티 카운셀러와 같은 전문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과연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 입니다. 실제 매장을 방문해서 카운셀링을 받는 수준의 정확한 피부측정과 제안이 가능할 것인가, 이것이 디지털 기술이 해결해야 할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큐레이션 기술은 컴퓨터와 인간, 데이터와 경험의 대결입니다. 모바일 앱과 카운셀러가 고객을 만족시키는 실력을 겨루는 셈이지요.
물론 기술과 경험, 이 두 가지가 융합된다면 더없이 완벽한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디지털 뷰티가 일반화된 시대가 오면 카운셀러,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고객은 누구에게서 어떤 서비스를 더욱 기대하게 될까요?
디지털 기술이 변화시킬 뷰티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은 더욱 다양해 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 졸린 두 눈을 부릅뜨고 세상의 혁신을 쫓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