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Trump’s People - AMORE STORIES
#이승훈 님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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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Trump's People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자산관리팀 이승훈 님


# 2화를 시작하며

 인사(人事)는 기업경영뿐 아니라 국가경영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역사소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제국 멸망 원인에 대해 "강대국가였던 로마 제국이 멸망한 주요 원인은 외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취약점 즉,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하지 못한 과오 때문"이라는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기원전 206년, 진나라 붕괴 후 초한전쟁에서 한고조 '유방'이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항우'를 이기고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인사관리에 있었습니다. 유방과 항우의 대결은 참모들을 거느린 일종의 조직력 싸움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항우에 비해 유방은 행정참모 소하, 작전참모 장량, 천재적인 무장 한신, 선봉대장 번쾌 등 수많은 인재를 수하에 두고 절묘한 팀플레이를 연출하여 승리를 거머쥔 것입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내각 인준은 정치적 이슈들로 인하여 역대 미국 정부에 비해 상당히 지연되고 있고, 심지어 내각을 보좌할 부장관 등 주요 직책 500여 석은 대부분이 공석인 상태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두고 '관료주의 다이어트'라며 지나치게 비대한 행정부 조직의 직책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원인으로 트럼프의 부족한 정치경험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꼽으며, 강한 충성심을 가진 소수로 구성된 배타적 조직을 가까이 두던 사업 방식을 행정부 운영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인사문제로, 시작부터 잡음이 많은 트럼프 행정부인데요. 이번 칼럼의 주제는 'Trump's People'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직책을 담당한 네 명의 주요 인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Donald Trump's brain, Stephen Kevin Bannon

  • 트럼프와 스티브 배넌을 풍자한 모습(출처 : AAEC)

 가장 먼저 알아볼 인물은 트럼프의 제갈공명으로 알려진 백악관 수석 고문, '스티브 배넌(Stephen Kevin Bannon)'입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하가 아닌 동료로 여기고 있는 인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이념적 틀을 구축하였습니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 대부분이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트럼프의 취임사도 그의 작품이며, 언론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라고 조언한 인물 또한 배넌입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주에 대통령이 어떤 문서에 언제 서명할지에 대한 로드 맵까지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바마케어 약화, 이민 규제 강화, 연방정부 고용 중단 및 무슬림 입국 금지까지 "모두 그의 계획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스티브 배넌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1953년 생인 배넌은 버지니아의 골수 민주당계열인 아일랜드계 노동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배넌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7년간 해군 장교로 복무하였고, 전역 후에는 골드만삭스에서 일했으며, 90년대 초에는 골드만삭스에서 나와 미디어 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후 90년대 인기 시트콤 "Seinfield"의 제작 참여로 로열티를 받게 되면서 백만장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한 배넌의 정치 철학은 세 가지 요소로 압축되는데, 바로 자본주의와 국가주의, 그리고 유대-기독교적 가치 입니다. 배넌은 2010년에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다큐멘터리 "Generation Zero"를 통해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위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였고, 2011년 인터뷰에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미국이 배출한 가장 타락하고 이기적이며 자기도취적인 세대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2차 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The Greatest Generation"의 자녀 세대로서, 근면한 부모 덕분에 물질적 풍요를 누린 세대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는 69년 우드스탁과, 60년대에서 70년대로 이어지는 섹스혁명을 주도한 세대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배넌의 주장을 근거 없는 비난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Woodstock(우드스탁) 69 images(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배넌은 베이비부머 세대로 인하여 에드먼드 버크가 주장한 세대간 사회계약이 깨어졌다고 믿습니다.

※ 참고 : "보수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철학자 버크의 '사회계약'을 쉽게 풀어보면, 국가는 단지 우리 세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 현 세대에 그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고 믿는 사상입니다.


 유복한 유년기를 보낸 세대가 평등을 내세우며 자본주의를 약화시키는 사회주의적 정책을 유발하였고, 1990년대는 이러한 사회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정부, 미디어, 학계를 포함한 수많은 권력기관을 장악했다는 것입니다. 배넌은 이러한 사회주의의 등장이 자본주의와 중산층의 위기를 불러왔으며, 그로 인해 현 세대는 후손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줘야 하는 사회적 의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소위 배넌주의(Bannonism)라고 불리우는 그의 '새로운 우파' 사상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푸틴의 라스푸틴'이라 불리우는 러시아의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이나, 프랑스에서 60년대 말부터 형성된 '신우파(Nouvelle droite)'라는 학파가 이와 비슷한 사상을 구축했습니다. 배넌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미국도, 유럽과 러시아 등지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새로운 우파'의 움직임에 무지하였고, 알트-라이트(대안 우파)를 그저 하얀 보자기를 벗은 KKK단 정도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우파는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의 지하에서 꾸준히 그 세력을 키워왔고, 그 결과 놀랄만한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으며 트럼프와 배넌의 집권은 그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우파 사상을 바탕으로 트럼프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배넌이 만들어갈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우리 나라의 우파와 통하는 측면이 있는 반(反)이민 정서와 기독교 정신에 호소하는 그의 새로운 우파 사상이 우리 정치권에서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는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Mad Dog, James Norman Mattis

  • 미국 국방부 장관 James Norman Mattis의 모습(출처 : Business Insider)

 다음으로 알아볼 인물은 취임 후 첫 행선지로 한국을 택하며 화제가 된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James Norman Mattis)'입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내각 중 첫 인준을 받은 인물이기도 한데, 그가 가진 몇 가지 별명을 통하여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매티스 장관의 가장 유명한 별명은 바로 "Mad Dog"인데요, 국내 다수 언론이 Mad Dog를 미친 개로 직역하여 사용함에 따라 매티스 장관 방한 전 국방부에서 사용자제 요청을 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미친 개라고 직역한 별명을 기사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다분히 폄훼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무지의 산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 Mad Dog이라는 표현은 '용맹한', '사나운', '상대를 위압하는', '두려움을 모르는' 등의 의미로 쓰이며, 스포츠 팀이나 스포츠 방송국, 스포츠 브랜드 등에서 많이 쓰이는 명칭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말 어감과 동일한 뜻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지명하는 자리에서 "We are going to appoint mad dog Mattis as our secretary of defence." 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Mad Dog은 평생 군에 헌신하며 적을 위압한 그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다른 별명으로는 "The Warrior Monk(전사 수도승)"가 있는데, 이는 1950년생인 그가 아직 미혼인데다 자녀도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독서를 즐겨 7천 권이 넘는 동서고금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도 별명에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21세 때 오키나와 근무를 시작으로, 중령 시절 걸프전에 참전하고 준장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지휘했으며, 소장시절 이라크 전에 참전하고 중장 시절 이라크 안정화 작전에 참가한 그의 전적을 보면, 평생 야전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가정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볼 별명은 "The Marine(해병대)"입니다. 매티스 장관은 1969년 해병대 사병으로 자원입대 후 다시 학군단을 거쳐 해병대 장교로 임관, 총 44년간 군복무를 하며 4성 장군인 대장까지 오른 미국 해병대의 전설입니다. 이러한 매티스 장관에 대한 군부의 신뢰는 매우 두터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배경에는 군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매우 효과적인 인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매티스 장관이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로 고문에 반대한 매티스 장관의 냉철한 현실주의는 미국 내에서 큰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인 매티스 장관이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우려하며 해외 첫 행선지로 한국을 택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는 방한 당시 북핵 대응을 위하여 24시간 365일 소통하자는 제안을 하였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 현안을 북핵 문제로 언급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유사 시를 대비한 HQ의 해외 이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 Texas Oil man, Rex Wayne Tillerson

  • 미국 국무부 장관 Rex Wayne Tillerson의 모습(출처 : Vanity fair)

 다음으로 알아볼 인물은 지난 달 17일 방한한 미국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Rex Wayne Tillerson)'입니다. 미국의 국무장관은 외교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서, 내각 구성원 중 대통령 계승 1순위의 중요한 직책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세계를 읽을 수 있는 사업가라고 극찬하며 국무장관으로 임명하였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현대 미국 역사상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최초의 국무장관이 되었는데요. 과연 그가 어떤 사람이기에 트럼프의 지명을 받았을까요?

 1952년생이며 텍사스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록펠러가 창립한 엑손에 입사하여 우직하게 성공의 사다리를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간 오일맨입니다. 평사원 기술자로 시작해 1989년 미 중부지역 총괄매니저가 되었고, 1995년 예멘 엑손 사장에 취임했으며, 1998년에는 러시아와 합작한 엑손네프테가스의 부사장이 되었습니다. 1999년 엑손과 모빌이 합병된 이후에는 엑손모빌 개발의 부사장이 되었으며, 2004년 엑손모빌의 사장을 거쳐 2년 뒤에는 CEO로 취임하여 10년간 재직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능한 오일맨은 노련한 정치가로 통합니다. 수십억 달러의 규모로 수십 년에 걸친 프로젝트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정치적 맥락에 대한 깊고도 미묘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공직에서의 외교 경험은 없을지라도 석유산업의 특성상 이라크∙시리아∙리비아∙예멘∙베네수엘라∙차드∙앙골라∙기니 등 치안이 열악하고 반미성향이 뚜렷한 국가들을 직접 방문하여 상대방과 거친 협상을 즐긴 틸러슨 장관의 면모는 외교를 담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철학은 '힘의 외교를 통해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춰 이윤을 얻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군사력 기반과 함께 전 세계를 상대하며 뛰어난 협상력으로 미국에 이익을 안겨줄 인물로서, 협상의 달인이자 이윤 추구에 능한 CEO 출신의 틸러슨 장관을 지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최근 틸러슨 장관은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국무부 예산 40%삭감에도 저항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본인이 지명한 부장관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부당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배제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최근의 한중일 3국 방문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보다는 국방에 관심이 더 크기 때문에 틸러슨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대해 여러 차례 칭찬을 하며 10%가량의 예산까지 증액시켜줬지만, 틸러슨을 따로 언급한 적은 없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의 개인적인 성향을 분석하며 "틸러슨은 자존심이 극단적으로 강한 사람도 아니고 과시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다. 그는 회사(엑손모빌)를 잘 운영하고, 바쁘게 사업을 해온 스타일이다. (쇼맨십이 필요한)국무장관직에는 적응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틸러슨 장관이 임기 동안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지, 아니면 이러한 모습들이 백악관의 권력투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일지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King of Bankruptcy, Wilbur Louis Ross Jr.

  • 미국 상무부 장관 Wilbur Louis Ross Jr.의 모습(출처 : Politico)

 마지막으로 알아볼 인물은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해 구조조정을 한 뒤 되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데 능하여 '파산의 왕', '기업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Wilbur Louis Ross Jr.)'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경제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부처로서, 경제성장과 촉진을 통해 미국인의 삶과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수출국, 경제통계국, 국제무역국 등 대외무역에 관련된 산하기구들을 보유하고 있어 대외무역에 큰 영향을 끼치는 부처이며, 이런 상무부를 총괄하는 직책이 상무장관입니다.

 1937년에 뉴저지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판사였던 아버지의 모교인 예일대를 졸업 후 하버드대 MBA를 거쳐 세계적 투자그룹 로스차일드 회장까지 역임한 그는, 2000년부터 사모투자펀드인 WL로스를 설립•운영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스 장관이 주목하는 계층은 미국 소비자들과 노동자 계층입니다. 이들이 미국 전체의 이익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계층이라고 판단하고, 사업가와 투자자의 마인드로 미국의 이익에 근접한 계층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데요. 이는 서민과 저소득층의 삶의 질에 집중해온 지금까지의 정치권과는 분명 다른 모습입니다.

 사실 '윌버 로스'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도 매우 익숙한 이름인데, 이는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로스 장관이 한국을 수 차례 방문하며 재계 12위였던 한라그룹의 매각을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로스 장관은 1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한라그룹의 부채를 탕감 후 해외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며 매각을 성사시켰으나, 실제로 유치한 투자금은 4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고, 부채 탕감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한국 정부의 구조조정 기금에서 조달했다는 사실이 후에 밝혀졌습니다. 결국, 공공자금을 이용해 사기업 부채를 해소하고 이를 매각한 이득은 본인이 고스란히 취한 셈입니다. 한라그룹 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혹한 구조조정에 반발한 만도기계 종업원들이 파업을 벌이자 한국 정부를 압박하여 1만 4천여 명의 경찰력 투입을 통해 파업을 강제 해산시키고,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게 만드는 등 로스 장관은 본인의 목적을 위해서 각종 편법과 계약위반을 거침없이 자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데 기여한 공로로 김대중 대통령이 그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그 후 자문까지 구했던 사례는 로스 장관의 양각야호(兩脚野狐)한 업무 처리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스장관은 더 이상 중국에게 흔들리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찾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자주 하고 있어, 최근의 사드 배치 갈등과 같이 한국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나 기업이 로스 장관의 행보에 대하여 눈에 띄는 대처가 없다는 것은 우려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이는 외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아베 일본총리가 트럼프의 거물 인사들 중 로스 장관을 가장 먼저 만난 것과 대조됩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시선이 중국으로 향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팽창주의를 억제해 준다면, 그것이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들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을 잘 포착하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2화를 마치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기본적인 사상을 공유하며 그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로 인사가 구성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하며 주요 입법을 밀어 부쳤고, 실제로 상당수의 정책을 집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애초에 계획한 행정부의 대대적 개혁은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취임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인선이 완료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단위의 정부에서 자신과 자신의 보좌진이 희망하는 보수적인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행정국가'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음 화는 'Trump's Policies'라는 주제로 트럼프가 어떤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지, 그의 주요 정책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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