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중동이 없었다면 스타벅스도 없었다 - AMORE STORIES
#김무현 님
2017.03.31
21 LIKE
1,146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2%ed%99%94-%ec%a4%91%eb%8f%99%ec%9d%b4-%ec%97%86%ec%97%88%eb%8b%a4%eb%a9%b4-%ec%8a%a4%ed%83%80%eb%b2%85%ec%8a%a4%eb%8f%84-%ec%97%86%ec%97%88%eb%8b%a4

제2화. 중동이 없었다면 스타벅스도 없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그룹 중동법인 김무현 님

 살람 알레이쿰('여러분 모두에게 평화를'이라는 뜻의 아랍어 인사입니다).

  '아라비안 뷰티풀 나이트' 칼럼을 통해 중동을 소개하고 있는 김무현입니다. 오늘은 중동에서 유래된 문물들을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먼저 어느 현대인의 하루 일기를 들려드립니다. 아래 영어로 병기한 단어 모두가 중동에서 유래하여 전해진 문물들입니다. 몇몇 단어들은 아랍어/페르시아어/터키어에서 그대로 변형 또는 차용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순면cotton 타월towel로 몸을 닦은 후 오렌지orange 한 개와 캐비아caviar를 올린 샌드위치와 커피coffee 한 잔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출근했다. 종일 해외 업무를 처리하며 관세tariff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국 외화 수표cheque를 보내 마무리했다.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에 설탕sugar 대신 시럽syrup을 넣어 마셨다. 창가에 앉아 조용히 음악music을 듣고 있으니, 창밖의 튤립tulip라일락lilac이 오늘따라 더욱 청초해 보인다. 퇴근해서는 자스민jasmine 향을 뿌린 욕조bathtub 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의 피로를 푼 후 파자마pajamas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어제 읽던 책 <연금술alchemy사>를 마저 읽었다. 알코올alcohol 증류법과 알칼리alkali 같은 화학chemistry적인 내용은 물론 철학philosophy, 천문학astronomy, 물리학physics, 대수학algebra 등 폭넓은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 모든 단어가 'Made in 중동'이라니, 어떠신가요? 중동이란 곳이 조금 다르게 보이지는 않으신가요?

오늘 아침 커피 한잔도 중동이 원조랍니다

 한국 스타벅스는 자메이카와 같은 남미의 콩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커피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된 커피가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을 거쳐 북상했고, 터키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 '커피 하우스'가 생길 만큼 유행한 뒤 유럽으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남미에서 커피가 대량 생산되고 있는데 유럽이 남미의 식민지를 개발하면서 중동의 커피 농장을 이식하여 시작하게 되었다는 어찌 보면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아랍어로 커피는 '까후아'라고 하는데, 여기서 '커피'라는 단어가 유래되었습니다. 처음 커피 원두가 발견되었을 때, 콩이 발효되면서 알코올 성분이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알코올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효를 예방할 목적으로 원두를 볶았는데, 볶다 보니 맛이 깊어지고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인 커피 향이 진해졌습니다. 마샤알라! 인류가 가장 애정하는 기호품인 커피는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지요.

 커피 원두는 대표적으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있는데 아라비카가 로부스타보다 상위 품종으로, 전 세계 재배량의 70~80%는 아라비카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라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랍에서 유래된 종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아라비카가 향이 좋기 때문에 고급 커피에 쓰인다면, 로부스타는 아라비카에 비해 향이 약하고 쓴 맛이 있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 인스턴트에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카페인 함량도 2배가 높지요. 그래서 믹스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은 밤에 잠이 안 오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아랍의 커피 문화 중 '터키 커피'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가 즐기는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는 증류 방식으로 만드는 것에 반해 터키 커피는 직접 가열하는 방식입니다. 커피 분말을 작은 주전자 안에 넣고 강력한 불로 끓여서 만듭니다. 분말을 거르거나 덜어내지 않고 그대로 주기 때문에, 바닥을 저어 보면 덩어리째 굳어진 분말이 떠집니다. 중동을 여행하실 때 커피를 좋아하신다면 드셔 보시길 추천합니다. 은근히 입에 맞는다고 좋아하는 한국인들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남은 분말 덩어리는 드실 필요는 없고 쿨하게 남기시면 됩니다.


애주가들을 위한 증류주의 기원을 찾아서

 이슬람이 술을 배격하고 있고 몇몇 국가들은 술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동과 술 이야기는 어색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이슬람 제국은 연금술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집트, 그리스의 발달한 연금술에 중국의 기술까지 더해져, 증류기를 만들어 비금속을 금속으로 바꾸는 기술이 발달하게 됩니다. 금이나 은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였다고도 하고, 중국처럼 불로불사의 명약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는데, 어쨌든 중동에서 만들어진 증류기와 증류기술은 세계로 전파되어 술을 만드는 기술로 진화하게 됩니다. 증류의 방식으로 만드는 증류주는 기존의 양조주와 달리 도수가 높고 변질이 적어 주류사에 한 획을 긋게 됩니다.
 일본 소주의 유래에 있어서는 몽골 침략기에 증류 기술을 전수 받은 한국으로부터 전해졌다는 설이 있는데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의 적, 달콤한 유혹 설탕

 설탕은 아랍어로 '수카르'라고 합니다. 발음만으로도 쉽게 '슈거(sugar)'가 연상되시죠? 지금의 이란인 페르시아에서는 AD 500년경부터 사탕수수를 재배했습니다. 이후 아랍 왕조의 군대가 중동을 통일하며 정복지마다 사탕수수를 가지고 갔고, 북부아프리카 이집트에서부터 가장 서쪽인 모로코까지 사탕수수가 전해졌습니다. 앞서 소개한 증류 기술처럼 사탕수수의 결정화, 정제 기술도 수준 높게 발달하여 설탕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설탕이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 출처 : CREDIT SUISSE AG / Research Institute

 국가별 설탕 소비량을 보시면, 각종 식가공품의 천국이라는 미국이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설탕의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위 표에서 붉은 색으로 박스 표시한 국가들이 중동 국가들인데 생산량이나 인구를 감안했을 때 만만치 않은 소비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중동 사람들이 단 음식을 무지하게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동에서는 식후에 달달한 후식을 즐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터키 딜라이트(Turkish Delight)라고 유명한 다과 문화를 들어보신 분도 있을 듯 한데, 특별한 음식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눈으로 봐도 달아 보이는 케익, 과자류의 디저트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랍에서는 보통 '할루아'라고 하는데, sweet/sweets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동을 방문하시면 꼭 한 번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손님을 접대할 때도 차 또는 커피와 이런 디저트를 함께, 그것도 아주 풍성하게 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기업들과 미팅이 많을 때는 엄청난 양의 칼로리를 한꺼번에 섭취하곤 하는데, 저녁 식사까지 초대 받으면 그런 날은 아주 칼로리 폭탄을 맞게 됩니다. 식사를 거절하는 것 역시 손님의 미덕이 아닌데다가 파트너와 신뢰 구축을 위해 목에 찰 때까지 먹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중동은 여러모로 비즈니스하기 가혹한 환경인 것 같습니다.

중동에서 세계로 어떻게 전해졌을까

 7세기에서 16세기까지 이슬람 문명은 유럽 세계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의 높은 수준을 자랑했습니다. 14세기 이슬람 역사학자 이븐 파들란은 '그리스도교 신자는 널빤지 한 장도 지중해에 못 띄운다'고 할 만큼 압도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이슬람 국가의 전성기 영토는 유럽(그리스, 이탈리아)에서 중동은 물론 아시아(중국 서부)까지에 이르렀는데, 정복지의 문화와 문명을 존중하고 융합시키면서 더욱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초원길과 비단길(실크로드)를 기반으로 몽골의 전성기 때 중국의 대도로망과 중동 국가들의 도로망까지 결합된 덕분에 유라시아 대륙에서 문명의 폭발적인 교류가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이슬람 제국, 로마 제국, 몽골 제국 등 역사에 굵직한 기록을 남긴 위대한 왕조의 시대에는 도로망을 확보하여 먼 거리의 정복지까지 통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국의 왕들은 자신의 통치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어찌 보면 제국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도로 인프라, 즉 물리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로마 제국이 강력한 네트워크 위에서 번성할 수 있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상 위대한 대국들의 치밀한 네트워크 덕분에 인류의 4대 문명이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교차할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의 축적이 지금의 현대 문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꺼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다른 곳 다른 날에 AP인들을 뵙기를 기대하며 아쉬움 가득히 마무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중동과 떼놓을 수 없는 주제인 이슬람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벌써 한국의 여름 날씨가 시작된 두바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 좋아해

    21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