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전세권설정을 하지 않은 경우)나 월세로 임차하고 있는 우리 집에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수도관이 동파된 경우가 있으신가요? 이러한 경우에 '임차인인 내가 수리비를 내야 할까? 아니면 집주인이 부담해야 할까?'라고 고민해 본 경험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소유한 내 집이 고장이 났을 때는 기쁜 마음으로 고치겠지만 나의 집도 아닌 집에 고장이 나면 내 돈을 내기는 억울하고, 고치지 않고 사용하자니 내가 불편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 임대인의 의무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를 보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임대인의 의무를 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차한 목적물(사용을 하고 있는 집)이 파손되어도 임차인의 사용, 수익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라면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적어도 임차인이 사용, 수익함에 있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파손 내용과 범위에 의하여 임차목적물의 사용, 수익에 방해되는 정도와 임대차 계약 당시의 집의 상태와 차임의 액수 등에 따라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의하여 판단해야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관례상의 범위는 5만원을 기준으로 나누어 지고 있습니다. 즉, 5만원 이하의 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하는 범위, 그 이상이 될 때는 임대인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 임대인에게 어떻게 청구할까
그렇다면 집수리가 필요할 때 우리는 어떻게 수리를 진행하고, 임대인에게는 어떻게 청구해야 할까요?
민법 제626조(임차인의 상환청구권)를 보면 '임차인이 임차물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한 때에는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즉 임차인이 집의 보존에 관한 필요비를 지출하였다면 곧 임대인에 대하여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유익비를 지출하였다면 임대차가 종료한 때에 일정한 표준에 따라 그 상환을 청구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비용상환의 청구는 임대인에게 집을 반환한 후 6개월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강행규정(당사자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법으로 강제되는 규정)이 아닌 임의규정(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규정)임으로 임대차계약서 상에 필요비 또는 임차목적물에 사용에 필요한 수선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약이 존재할 수 있어 계약서를 꼼꼼하게 보고, 청구해야 합니다. 추후에 임대차계약 체결 시 해당 내용이 있으면 조항을 제거해 달라고 하는 것이 좋겠죠.
@ 필요비?
'필요비'는 임차물의 수선비와 같이 집의 보존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의 경우 기본적인 수도설비나 전기시설, 보일러 등 주거 목적의 필수적인 상태를 갖추는데 지출된 비용이 포함됩니다. 누수, 건물파손, 보일러수리비, 화장실, 싱크대가 해당되죠. 다만, 임차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파손된 부분은 일부 청구가 불가능합니다.
비용을 지출 즉시 임대인에게 청구 할 수 있는데요. 수리 전 임대인에게 문자(증거가 남을 수 있는 수단)로 사전에 수리하려고 하는 내역에 대해서 미리 공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대차 기간 종료 후 임대보증금에서 공제하거나 반환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리 알려 귀책사유를 따져 놓는 것이 추후의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죠. 비용에 대한 영수증이나 증빙이 될만한 서류들은 꼭 남겨두세요.
@ 유익비?
'유익비'는 목적물의 본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개량하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말합니다. 유익비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임차인의 편의를 위하여 지출된 것만으로 부족하고, 목적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케 하는 것(건물의 출입구를 아름답게 한 인테리어, 발코니, 아파트 중간 문 설치, 베란다나 욕실의 타일 교체 등)이어야 하며 그 소유권이 임대인에게 귀속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이때 비용 지출액과 건물 가치증가액의 대한 증명 책임은 임차인이 갖고 있어 사실상 인정받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으로 집의 가치가 현저히 올라갔다면, 그리고 그 올라간 가치물이 임대차 종료 시에도 현존하고 있다면 임대차 계약 종료 6개월 내에 이를 증명하여 임대인에게 청구가 가능합니다.
# 실제 사례로 알아보기
1. 상수도관 수리비를 필요비로 인정한 판례
임차인이 비가 새는 지붕을 개수, 배수가 되지 않는 하수도관을 수리, 물이 나오지 않는 상수도관을 수리하는 비용으로 235만원을 지출하였다면 이는 임차건물의 보존, 관리를 위하여 지출한 비용으로서 '필요비'이므로 임대인이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서울민사지법 1994.11.23 선고 94가단48859판결>
2. 보조키 수리비를 필요비로 인정한 판례
임차인이 상가건물을 점유하면서 현관에 설치된 보조키의 수리비로 지출한 비용은 임차물의 보존을 위한 필요비이므로 임대인이 지급할 의무가 있다. <서울고법 1998.04.02 선고 97나24520판결>
3. 음식점 경영을 위한 간판설치비는 유익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례
임차인이 임차건물에서 간이 음식점을 경영하기 위해 부착을 시킨 시설물에 불과한 간판은 건물의 객관적 가치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가액의 증가가 현존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간판설치비를 유익비라고 볼 수 없다. <대법 1994.9.30 선고 94다20389판결>
4. 기타
- 고장 난 기름 보일러를 수리하는 대신 가스보일러로 교체 시설하여 지출한 비용은 필요비/유익비로 인정
- 주택의 임차인이 집 앞 통로를 포장한 지출 비용은 유익비로 인정
# 2화를 마치며…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는 관계에서 아무런 힘이 없는 임차인을 지켜주는 것이 '아는 것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위의 내용대로 작은 물건을 고치고 임대인에게 청구를 했다가 내년에 계약 갱신 시 전세보증금이나 임대료를 터무니 없이 내야 하는 폭탄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뒤에서 날라온 돌이 앞에서 날라온 돌보다 아픈 이유는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의 차이 일 것 같습니다. 또한 임대차기간이 종료 된 후에도 청구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나의 소중한 권리들을 하나씩 지켜가기 위해서는 나의 권리들을 알고 주장할 때 그 가치들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추가적으로 팁을 들이자면 계약할 때 이사 전 집의 구석구석을 사진 찍어 놓고 파손이나 흠집이 난 부분은 미리 체크해 보는 것이 나중에 임대차 기간이 종료 되고 나서 억울한 일을 예방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위의 내용들은 실제의 사례를 따져 봐야 되는 사안이고 법원의 판결을 받을 때도 하급심에서 승소한 사건이 상급심에서 패소하는 다수의 경우들을 비추어 받을 때 좀 더 구체적 사안들을 갖고 이야기 해야될 것 같습니다.
다만, 실생활에서 궁금할 수 있는 부동산의 관련된 내용들을 이야기 함으로써 나의 권리를 하나씩 공부해 보고자 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작성한 글이니 참고하셔서 나의 권리를 일깨우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2화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