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우리가 마주쳤던 뉴로마케팅 - AMORE STORIES
#권구상 님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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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우리가 마주쳤던 뉴로마케팅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효능연구팀 권구상 님


# 시작하며..

  장면 1] A사의 B제품을 5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당신, 누군가 이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지만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는다. '음…그냥 좋은 건데?'라고 생각한다.

 장면 2] 운전을 하며 동승자와 대화를 하는 당신, 대화를 나누는 것에 의식을 집중하면서도 사고 없이 혼잡한 도로 위를 달려 나간다.


 이번 칼럼은, 누구나 겪어봤을 만한 일상적인 장면들을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셨던 모습인가요?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의식적으로는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쉽게 말로 표현하지 못 하는 경우를 자주 마주치곤 합니다. 정보 처리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우리'의 범주를 '소비자'로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의식과 무의식' 두 가지 차원에서 정보를 처리한다는 사실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소비자들이 보지 못 한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들이 실제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자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 몸과 뇌를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이 생겨나게 되었는데요, 바로 이번 칼럼에서 소개해 드릴 "뉴로마케팅"입니다. 한번쯤 들어보셨는지요? 뇌와 관련된 마케팅인 것 같긴 한데, 무슨 의미인지 어렵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의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뉴로마케팅의 여러 사례들을 알기 쉽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뉴로마케팅?

2003년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뉴로마케팅(출처 : 이미지 검색)

 먼저,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뉴로마케팅이란 우리 뇌 안에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뉴런(Neuron)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입니다. (다음 칼럼에서 좀 더 자세히 소개할) 뇌파, 시선 추적, 생체 신호 측정 등의 뇌 과학 기법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뇌 세포 활성 및 자율신경계 반응을 통해 그들의 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고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말합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 대부분은 우리도 모르는 잠재의식(또는 무의식)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잠재의식을 과학적으로 탐구해 보고자 탄생한 신생 학문이기도 하지요(※ 뉴로마케팅이라는 용어는 2002년, 에일 스미츠(Ale Smits)교수가 처음 만들어 소개했습니다). 또 사례로 소개해 드릴 기업들을 포함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뉴로마케팅을 활용해 왔고 뇌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사를 비롯 다양한 산업 군으로 활용 사례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기법의 한계를 보완하고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성을 측정하려는 시도들은 많은 분야에서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 펩시 vs 코카콜라의 전쟁

 '펩시 vs 코카콜라, 코카콜라 vs 펩시' 세기의 두 라이벌은 그동안 콜라 시장에서 수많은 승부를 펼쳐왔고 그만큼 마케터들의 골치를 아프게 했습니다. 그러나 1975년, 펩시는 '펩시 챌린지'라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코카콜라에 비해 맛의 우위를 보이며 맛이 없다는 편견을 극복했습니다. 이를 TV 광고로 내보내며 당시로서는 다소 신선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쳤는데요. 이 전략이 효과를 거두며 결국 두 브랜드의 충성 고객 점유율이 1%대로 좁혀지게 됩니다. 위기를 느낀 코카콜라는 1985년에 '뉴 코크'를 출시했으나 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3개월만에 단종하고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의 기존 제품을 다시 내놓게 됩니다. 이후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게 되었지요. 펩시는 전 세계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코카콜라보다 더 맛있다는 선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장에서는 참패하게 되었습니다. 맛을 뛰어넘어서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일까요? 답은 브랜드에 있었습니다.

※ 참고로 포브스에서 발표한 2016년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코카콜라는 4위, 펩시는 29위를 기록했습니다.
  • 1970년대 '펩시 챌린지' 현장

 브랜드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펩시 챌린지' 시행 후 28년이 지난 2003년, 콜라를 마시는 소비자의 뇌 반응을 스캔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뉴로마케팅의 시초가 된 연구이기도 한데요(※ 이 연구는 2004년도에 학술지 Neuron에 발표되었으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http://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896627304006129).

 우선, 실험 참가자들은 어떤 브랜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콜라를 마셨고, 과거 '펩시 챌린지' 때와 같이 펩시 선호도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블라인드 조건에서는 양쪽 모두 보상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영역(※ 복내측 전전두피질, VMPFC : 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보였는데요.

 흥미로웠던 점은 브랜드를 알려주고 콜라를 제공했을 때에는 뇌 반응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먼저 '맛 평가'에서 블라인드 테스트와는 달리 '코카콜라'의 맛이 좋다고 응답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브랜드를 인지한 상태에서 뇌를 스캔 했더니 코카콜라의 경우 전두엽 외에도 정서 및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었고 '펩시'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쾌감을 관장하는 영역이 활성화되었다는 건 참가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코카콜라를 펩시보다 매력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코카콜라의 라벨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의 쾌감중추가 자극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한 마디로 소비자의 뇌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인식할 때 더 강력하게 반응한 것이지요. 결국 우리의 행동과 선택은 이성보다 감정을 다스리는 뇌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보면 논리적으로 펩시를 더 선호할 것 같지만, 결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에는 합리적인 판단 외에도 감정을 비롯한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달기만 한 탄산음료가 아닌,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사랑하는 것이지요. '브랜드'는 객관적인 것이 아닌 주관적인 경험인 과거 느낌과 생각을 바탕으로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일종의 '상징'입니다(※ 더글라스 밴 프랫, '세상 모든 지갑을 열게 하는 95%의 법칙' 중).
  • 펩시 vs 코카콜라의 맞대결, 여러분은 어떤 쪽을 더 응원하시나요?

 1990년대 이후 '펩시(PEPSICO)'는 꾸준한 기업 인수와 합병으로 탄산음료의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종합 음료 회사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00년대 중반 전체 매출과 시가총액에서 코카콜라를 제치게 되었지요. 과거 콜라 전쟁이 이제는 김이 빠져버린 상황이지만, 두 브랜드의 치열했던 싸움은 많은 교훈을 남기며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습니다.

# 지저분해도 괜찮아!

 식품 업계 사례를 한 가지 더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은 '치토스'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전 "언젠간 먹고 말 거야~"라는 광고 문구와 어렸을 때 과자 봉지에 담겨 있던 따조를 모으기 위해 수시로 슈퍼마켓을 들락날락하던 기억이 나는데요(최근에 치토스를 사보니 돌아온 따조로 진화되었더군요). 이 추억의 과자에는 어떤 뉴로마케팅 전략이 적용되었을까요?

 세계적인 스낵 회사 '프리토레이(Frito-Lay)'는 2008년 치토스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치토스의 어떤 부분에 강하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품을 먹는 사람들의 뇌파를 측정하게 됩니다. 분석 결과 치토스의 오렌지색 치즈 가루가 손가락에 끈적하게 묻을 때 왠지 모르는 해방감이나 즐거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대개는 과자를 먹을 때 끈적한 과자 가루가 손에 묻는 것을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지저분함을 즐기더라는 시사점을 얻게 된 것이죠.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치토스는 제품 포장지를 과자 가루가 연상되는 오렌지색으로 디자인하고 'Orange underground'라는 재미있고 참신한 광고를 제작하게 됩니다(https://www.youtube.com/watch?v=zZwrQOXhFu8). 치토스는 소비자 즐거움을 최대화하기 위한 제품 속성을 찾는데 뉴로마케팅이 활용되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장난스럽게 과자 가루가 묻은 손을 펼치고 있는 아이를 보면 문득 치토스 한 봉지가 먹고 싶지 않나요?
  • 소비자가 열광한 속성을 제품 디자인에 반영한 치토스


# 화난 얼굴을 한 오토바이

 지난 칼럼에도 소개해 드렸듯이 일본 기업들은 일찌감치 뇌를 이용한 비즈니스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일본 혼다(Honda)의 오토바이인 'ASV-3'입니다. 2005년 출시한 이 오토바이는 앞에서 바라보면 마치 화난 사람의 얼굴을 연상하게 합니다. 도로 위에서 사람 얼굴을 본뜬 오토바이를 보면 차량 운전자가 오토바이의 존재를 더 빨리 인식할 가능성이 43%가량 높아진다고 했는데요, 이 해석의 근거가 바로 뇌 과학이었습니다. 우리 뇌에는 얼굴을 인식하게 해 주는 '얼굴 뉴런'이 있는데 이 뉴런은 우리가 얼굴과 유사한 형태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참고로 이 영역은 방추 모양 얼굴 영역(FFA, Fusiform Face Area)이라고 불리며 아직 찬반 논란이 있지만 이 부분이 손상되면 '얼굴 인식 불능증(prospagnosia)'에 걸리게 됩니다. 실제로 혼다에서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fMRI) 기법을 활용하여 연구해 보니, 얼굴 모양을 띈 디자인을 본 사람의 뇌가 실제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뇌 과학 기술을 활용한 뉴로마케팅이 제품 개발 컨셉과 디자인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오토바이 ASV-3의 전면부 모습과 뇌 과학 기술을 접목한 연구 내용
    (여러분도 화난 사람의 얼굴이 느껴지시나요?)


# 다스 베이더의 반전

 이번에는 자동차 광고 한 편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매년 미국의 슈퍼볼에서는 경기장 내 두 팀의 격돌만큼이나 치열하게 경기장 외부에서 '광고 전'이라는 빅 매치가 열리곤 합니다. 슈퍼볼에 맞춘 광고가 따로 제작되고 광고주들도 이때만큼은 예산과 아이디어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하네요. 2011년 슈퍼볼에서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킨 광고가 있습니다. 바로 폭스바겐의 '파사트' 광고입니다. 아마 한 번쯤은 보셨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이 광고에는 영화 '스타워즈'의 어둠의 화신 다스 베이더 의상을 입은 꼬마가 등장합니다. 이 꼬마는 다스 베이더처럼 초능력을 써 보려고 연신 노력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타고 온 2012년형 뉴 파사트를 보고 손을 뻗자 시동이 걸리게 됩니다. 사실은 꼬마의 아버지가 몰래 시동을 걸었던 것이죠(https://www.youtube.com/watch?v=41Hap2bSm2c). 이 광고는 슈퍼볼이 열리기 며칠 전 YouTube를 통해 미리 공개되었는데, 1,0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넘기며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그 후로 다수 매체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국제 광고제에서는 무수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광고의 화제성을 넘어서서 이 광고가 방영된 이후 폭스바겐을 사고자 하는 구매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소년의 초능력으로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는 순간, 여러분은 어떤 감정을 느끼셨나요?

 그렇다면 이 광고는 어떻게 이러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미국의 한 업체가 슈퍼볼 광고를 본 후에 이에 반응하는 소비자의 뇌파를 측정하여 뉴로 랭킹이라는 것을 발표했는데요. 당시 폭스바겐 광고가 2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광고 중간까지는 긍정적, 부정적 반응이 섞여 나오다가 마지막에 소년이 초능력에 성공한 후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반응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이 구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옅은 미소를 짓게 하며, 감성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면서 광고가 끝나는 순간까지 몰입하게 해 줍니다. 따라서 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반전 이후 바로 노출되는 폭스바겐 로고에도 긍정적인 정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죠. 뇌파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소년의 아버지가 자동차 키로 시동을 거는 순간 감정과 몰입도가 아주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우리 뇌에서 주의 집중을 담당하는 두정엽과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활동이 폭스바겐 로고를 볼 때까지 정점을 찍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광고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이 효과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광고를 보는 동안 우리 뇌에는 언제 시동이 걸리는지 뉴로마케팅을 활용하여 보여준 흥미로운 사례였습니다.

# 마치며..

 이번 칼럼에서는 대표적인 '뉴로마케팅 사례' 일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이 외 다양한 산업 군에서 소비자의 무의식, 감정 등을 알아내어 마케팅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뉴로마케팅이라는 기법을 통해 기업은 소비자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 역시 자신에게 꼭 맞는 제품과 브랜드를 얻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뉴로마케팅에서 주로 활용되는 기법들의 간단한 원리와 활용 사례 일부를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 혹은 브랜드를 좋아하시게 된 이유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바라며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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