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1화에서는 힘든 우리 아내들을 위해 남편들이 힘들지만 같이 좀 더 고생합시다~란 취지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2화는 조금 다르게 철저히 '남자'의 관점에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서러운 워킹대디들의 마음을 우리 아내분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주길 바라며... 2화, 시작합니다.
다음날, 홀로 라면으로 해장을 하며(해장국 따위 끓여주지 않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
그리고 생각의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래 이건 다 아들놈 때문이야!"
여자의 적은 여자, 남자의 적은 남자라더니, 아들놈이 내 집에 들어온 이후로 내 터전이 침범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비약적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냐고요?
그럼 집안에서의 저의 상황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남자건, 여자건 모두 집에서는 특히 애정을 갖는 공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부엌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서재가 될 수도 있겠죠. 저에게는 그 대상이 안방이었습니다.
(사실 투룸 집에서 선택의 폭이 좁았지만...)
저에게 안방이란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침실'이자 하루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말끔히 풀어 주는 'Healing 공간'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투자를 했었지요. 없는 살림에 고집부려서 장만한 고급 매트리스와 이불, 그리고 목디스크 치료용 베개까지 구비해놓고, 벽지의 도배부터 가구의 배치까지 내 손으로 직접 한 곳이기에 더욱 애착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아들은 집 입성 1주일만에 안방에 '무혈입성' 하였습니다. 힘없는 저는 이 공간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고, 아이와 한통속인 아내는 아이에게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수많은 이유를 제시하며 저의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안방은 아이방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상황 | 조치 | 사유 |
---|---|---|
술 마시고 귀가 | 소파에 가서 잘 것![]() |
방에 알코올 냄새가 퍼지면, 아이한테 좋지 않음 |
기침하면서 귀가 | 소파에 가서 잘 것![]() |
감기일 확률이 높으니, 아이한테 좋지 않음 |
아이가 겨우 잠듬 | 소파에 가서 잘 것![]() |
어렵게 재웠는데 코골면 깰 수 있음 |
너가 맘에 안들어 | 소파에 가서 잘 것![]() |
그냥 이유 없이 미운 날이 있잖아? |
님을 봐야 별도 따는 법인데, 아직 신혼이고(참고로 윤우는 허니문 베이비), 팔팔한(30대 기준) 김군은 아들에게 엄마와 방을 뺏긴 채 오늘도 밤 늦게까지 소파를 부둥켜 안고 반야심경을 외우면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요리해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제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불금, 불토에는 집에서 함께 요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하지만, 아내가 모유수유와 피곤이란 대의명분을 갖춘 이후, 찬란했던 저의 식탁은 아래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메뉴 | 설명 | 비고 |
---|---|---|
쌀밥 | 잡곡밥은 오래 걸려서 안됨 | '백미고속취사'외에 필요없음![]() |
김치 | 김치인데 뭔가 다른 밍밍함 | 맵지 않게 변종된 형태![]() |
마른반찬 | 간이 약한 멸치볶음, 오뎅볶음 등 | 구내식당 밑반찬 싱크로율 200%![]() |
그리고... 미역국 | 100번 중 98번 메뉴로 나옴 | 모유수유에 좋다며, 무한공급 됨![]() |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 하시겠죠? 직접 해먹으면 되지 않냐고...
그런 분들은 '워킹대디 다이어리 1화. 힘을 내요 미스터김' 편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크게 맘먹고 주말에 요리 한번 하려고 시도도 해보았으나 고기나 생선을 구우면 연기가 강해서 아기한테 좋지 않다는 둥~ 오징어 볶음을 하면 매운 냄새가 집안에 퍼져 아기한테 좋지 않다는 둥~
다양한 사유로 메뉴에 제한을 주니, 도저히 할 수 있는 게 없더군요.
(유치하게 자기는 못 먹으니까, 나까지 못 먹게 늘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봤음.)
아기 맘마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챙겨주면서, 남편이 뭐 먹고 싶다고 하면 EXO마냥 으르렁으르렁...
이제는 주말에 한번씩 '아들전용 반찬'을 따로 갖고 오시는 엄마가 한없이 기다려질 뿐입니다.
분노의 감정을 글에 쏟아 붓고 나니, 한결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이런 감정을 누구에게 말하기는 어렵죠...
(왠지 아빠스럽지 못해서 창피하다고 해야 하나...)
물론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정말 위대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애가 아프니까,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진짜 들더군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빠든, 엄마든 순전히 아이를 위해서
불편하고 힘든 상황을 '참는 것'이지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 힘드시겠지만, 우리 아내분들이 일도 열심히 하고,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려는 우리 워킹대디들을 위해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훨씬 큰 힘이 나지 않을까요?
특히 초보아빠(가끔은 베테랑 아빠들도)는 아직 '아빠'보다는 '남자'로 본인을 인식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애기 하나 더 키운다 생각하시고, 채찍보단 당근을 중심으로 워킹대디들을 잘 이끌어주세요.
다음과 같은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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