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모두 일하는' 혹은 '협력하는 것'을 의미하며, 공동 출연, 경연, 합작, 공동 작업을 뜻한다. 즉,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만나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간 화장품 업계도 유사한 컨셉의, 공통의 목적을 가진 아티스트 또는 브랜드와 합작 디자인을 내왔다. 이른바 '뷰라보(Beauty +Collaboration)' 라고도 불리는 화장품 콜라보레이션 열풍은 고객의 눈은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과연 고객의 마음까지 달달하게 해왔을까? 최근 타 업계에서 보여지는 콜라보레이션 경향을 통해 향후 화장품 콜라보레이션의 넥스트 스텝을 예측해 보자.
작품을 입히거나, 이미지를 입히거나
눈을 즐겁게 하는 디자인 콜라보
최근 화장품 콜라보레이션의 경향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스타의 이미지를 화장품 케이스에 입히는 디자인 콜라보레이션이 대세다.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나 스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데, '리미티드' 조건을 달아 희소성까지 높인다.
사례 ① 더페이스샵 키스 더 컬러 콜렉션 : 팝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키스 해링과의 콜라보레이션 / 출처 : 더페이스샵
더페이스샵은 팝 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작품으로 디자인된 '키스 더 컬러' 메이크업 라인을 선보였다. 드로잉을 하듯 빠르고 간편하게 연출할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이라는 컨셉으로 키스 해링의 작품과 콜라보레이션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사례 ② 에바 알머슨 포 스킨푸드 리미티드 에디션 / 출처 : 스킨푸드
푸드코스메틱으로 잘 알려진 스킨푸드는 스페인의 일러스트 작가 에바 알머슨과 콜라보레이션하였다. 행복, 가족, 꿈 등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자신만의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개성있게 표현하여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에바 알머슨의 작품을 화장품에 그대로 표현하여 '피부에 좋은 푸드가 마음까지 치유해준다'는 힐링의 의미를 패키지에 담았다.
사례 ③ 안나수이 2013 크리스마스 컬렉션 / 출처 : 안나수이
앞서 더페이스샵과 스킨푸드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디자인에 입혔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스타나 캐릭터와 같은 인물의 이미지를 활용한 콜라보레이션이다. 안나수이는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키덜트족을 사로잡기 위해 미니마우스 캐릭터를 패키지에 적용하였다. 안나수이의 미니마우스 한정판 메이크업 키트에는 미니마우스를 상징하는 빅 사이즈 리본모양의 아이섀도 콤팩트와 뚜껑을 열면 미니마우스 얼굴이 등장하는 톡톡 튀는 디자인의 립스틱이 담겨 있다. 어릴 적 열광하던 캐릭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그런지, 이틀 만에 품절 대란이 일어나 미처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사례 ④ MAC의 마릴린 먼로 컬렉션 / 출처 : MAC
메이크업 브랜드 맥이 2012년 선보인 마릴린 먼로 컬렉션도 스타의 이미지를 디자인에 입힌 사례로 볼 수 있다. 마릴린 먼로라는 스타가 가진 요염하면서도 도톰한 붉은 입술, 관능적인 눈꼬리와 속눈썹을 그대로 재현해 낼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한 이 컬렉션은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스타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마릴린 먼로의 섹스어필한 매력을 그대로 담아냈다.
지금까지 아티스트의 작품이나 스타, 캐릭터의 이미지를 디자인화한 화장품 콜라보레이션을 만나보았다. 그런데 이렇듯 눈의 즐거움만 제공하는 콜라보레이션이 과연 최선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품의 컨셉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담는 것은 좋지만, 타겟의 마음에 감칠맛 나게 착 감기지는 못하는 단편적인 콜라보라는 생각도 든다.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이란 두 개의 브랜드 가치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1+1=2'가 아닌 진정한 브랜드 진화의 과정이라는 의미라고 볼 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자, 이제부터는 하나의 컬렉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고객의 마음에 깊은 '러브마크' 자국을 남겨주는 콜라보레이션의 가능성을 타 업계의 최근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고객을 공감시키고,
고객의 삶에 자연스럽게 머무르다
고객과 깊이 '통'하는 스토리 콜라보
사례 ⑤ 커스텀멜로우의 여성라인 '젠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앱 소설과 젠티의 모티브 스타일링 / 출처 : 커스텀멜로우
스토리텔링 콜라보.
커스텀멜로우 '젠티' +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코오롱 FNC의 영 젠틀맨룩을 지향하는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는 2014년 봄 런칭 예정인 커스텀멜로우 여성라인의 사전 마케팅을 위해, 2013년 11월부터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앱 소설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를 연재했다. 그간 다양한 문화마케팅을 펼쳤던 커스텀멜로우가 새롭게 시작한 이 콜라보레이션 방식은 독특했다. '브랜드 + 스토리 + 매체' 라는 3자 콜라보레이션으로, 타겟 고객에게 익숙한 웹 매체를 활용하여 브랜드 페르소나(소설의 주인공 '젠티')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젠티'는 자신을 표현하는 태도가 분명하며, 성숙한 생각을 가진 여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커스텀멜로우가 그리는 젠틀한 레이디의 라이프 스타일을 독자에게 전달했고, 자연스럽게 젠티 스타일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해주었다.
물론, 소설이나 영화 등과 협업한 콜라보레이션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으나, 이 또한 홍보 또는 디자인적인 협업에 지나지 않았고, 기업의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같이 브랜드 페르소나의 이야기를 들려줘 고객이 공감하고 사랑하게 하는 방식은 '난 이런 브랜드다'라는 식의 일방적으로 드러내는 방식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콜라보레이션의 새로운 형태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산업군에서 커피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그중 단연 으뜸은 현대자동차와 커피빈의 사례이다. 이 두 브랜드는 2011년 여의도에 자동차 전시장과 커피전문점을 결합한 카페를 최초로 선보였고 지속적으로 콜라보레이션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왜 하필 커피를 선택했을까. 자동차는 대표적으로 이성적 고관여 제품특성을 지님은 물론 자동차 전시장 역시 딱딱한 이미지를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동차 구매고객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여성들이 실구매자는 아니더라도 브랜드 구매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추세다. 현대자동차는 여성고객들은 인테리어나 색상 등 감성적인 부분을 주로 고려한다는 데 주목하였고, 새로운 여성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 커피와 같은 감성적인 자극제를 활용한 것이다. 여성고객의 생활습관을 분석하여 그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그 속에 커피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핵심 여성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이 독특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얼마 전 있었던 김난도 교수의 '근미래 한국 소비트렌드의 변화와 대응'이라는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 고객은 'lifestyle에서 mystyle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나의 브랜드'라는 인식이 분명해야 하고, 자기 선호에 따라 선택하는 성향이 더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콜라보레이션 방향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각 브랜드를 소비자 입장에서 재구성하고, 이후 매체, 효능, 관심사, 라이프스타일과 일치시켜 협업할 브랜드를 찾아야 할 것이며, 디자인 형태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식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