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 AMORE STORIES
#최석훈 님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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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칼럼니스트최석훈 님
아모레퍼시픽 린 스타트업 TF3팀


 한동안 아들 녀석의 응가 기저귀가 잔뜩 담긴 쓰레기봉투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서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아들의 하루 기저귀 소모량은 상상을 초월했는데, 제가 직접 기저귀를 구매한 경험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습니다. 기저귀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도, 저희 아들의 엉덩이가 항상 뽀송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쿠팡 기저귀 정기 배송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스낵 스타트업'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해드릴 린 스타트업 TF3팀 최석훈입니다. 서문을 보시고 눈치채셨겠지만, 오늘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걸음마 단계였던 구독 시장은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다양한 모델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이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우유나 신문조차 구독하지 않던 저희 집에서 통신비, 티브이/인터넷, 대출이자(?)를 제외하고 우리 가족 생활에 정기 배송 형태의 경험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세 가지 정도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품절 공포에서 자유롭습니다. 특히 기저귀나 두루마리 휴지 등 한 번에 많은 양을 구매하는 저관여 품목들은 평소 재고가 얼마나 있는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재고가 바닥났을 때 '큰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부랴부랴 동네 슈퍼마켓까지 사러 가기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기 배송은 이러한 상황을 예방해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 정기 구독 형태는 단품 구매보다 가격 정책을 저렴하게 운영해 단위당 이용 금액이 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 결정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다수의 정기 배송 업체들이 일명 '큐레이션 모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객의 행동이나 구매 패턴에 맞춰 맞춤형 조합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제품 관여도가 낮거나, 브랜드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모델이 시장을 혁신하기도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수많은 정보와 대안 고민 없이 쉽게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셋째, 규칙성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1년치 헬스장 등록으로 한 달 정도 일시적 운동 습관을 들이게 되신 경험이 다들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다이어트같이 일정 기간을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도 정기 구독 모델의 기회가 있습니다. 린스타트업 4팀 '스테디(STEADY:D)'의 경우 고객의 피부 주기에 맞춘 최적화된 '1일 1팩' 솔루션을 정기 구독 모델로 제안해 건강한 1일 1팩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임신부들에게 각 개월 수에 꼭 필요한 것들을 보내주는 '텐박스'도 고객들의 특정한 루틴에 적절한 제품을 제안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고객의 어쩌면, 지나칠 법한 [규칙적 무관심]을 잘 파고들어, 멋진 비즈니스로 정착시킨 몇 가지 모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간'과 '돈'의 가치를 돌려주다. DOLLAR SHAVE CLUB

SHAVE TIME SHAVE MONEY

 저는 이번 칼럼을 쓰면서 이 달러셰이브클럽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분들은 매일 면도를 하실 텐데요. 기존 면도기 시장, 특히 날 면도하는 습식 면도 시장은 질레트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인 질레트는 수익성을 위한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고가 브랜드 전략을 펼쳐왔고, 막대한 광고비는 다시 제품 가격에 반영되어 소비자들에게 돌아갔습니다. 달러셰이브클럽은 이 부분에 새로운 시장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달러셰이브클럽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달 월정액을 내고 면도기 종류를 선택하면, 첫 배송 때 면도기 몸통이 배송되고 이후부터는 매달 4~5개의 날이 배송됩니다. 종류는 단 3가지 (2중 날 – 5개/1달러, 4중 날 – 4개/6달러, 6중 날 – 4개/9달러), 핵심 속성에 집중하고(면도날), 편의성을 더해(정기 배송) 기존의 면도기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한 멋진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달러셰이브클럽은 약 350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6년 유니레버에 2억 4,000만 달러(약 2,600억 원)에 매각되었습니다.

 달러셰이브클럽의 사례를 통해 결국 시장 혁신 기회는 고객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칫솔계의 아이폰 QUIP

BRUSH BETTER

  • 25달러에 칫솔 몸체가 배송되고 5달러 지불 시 3개월마다 칫솔모가 배송된다. 5달러를 추가하면 자체 개발한 민트 치약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출처 : https://www.getquip.com/)

 두 번째 성공적인 사례도 욕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큅은 2014년 뉴욕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시리즈 A라운드(벤처 캐피털의 첫 투자) 약 115억 원의 거액을 투자받으며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큅의 성공 비결은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이 주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제품의 하드웨어, 즉 외관입니다. 기존의 충전형 전동 칫솔들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고 투박했던 것에 반해, 큅의 칫솔은 그립감이 좋고 날렵했습니다(한마디로 디자인이 훌륭했습니다). 충전 방식을 포기하고 배터리 타입을 선택해 부피를 대폭 줄인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상단 커버는 부착해 거치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고려했습니다. 큅의 전동 칫솔은 2016년 <타임>의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되며 대중적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훌륭한 제품에 딱 맞는 판매 방식으로 큅의 성공은 완성되었습니다. 바로 정기 구독 모델을 채택한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우 여러분들도 아마 하루에 3회 이상 양치하실 텐데요. (아닌가요?) 저의 경우 치과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칫솔이나 치약 선택에 있어 관여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정말 주어진 상황(있으면 있는 대로)에서 양치하는 편이었는데, 하나의 칫솔을 조금 오래 사용할 때면 마음 한구석 찝찝한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새 칫솔을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따로 칫솔을 구매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은 당연히 없었고, 마트에 갈 때마다 잊고 돌아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루에 규칙적으로 사용하는 횟수가 많고, 건강과 직결되며, 제품 자체의 관여도가 낮은 양치 행위는 그야말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에 최적화된 영역이었습니다.

모두가 쉽게 하는 가정 요리 BLUE APRON

READY TO COOK

  • 모두가 쉽게 하는 가정 요리 레디 투 쿡 형태로 별도의 손질 없이 바로 요리할 수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https://www.blueapron.com/)

 저희 집은 맞벌이 부부로 평일에는 각각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말만큼은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아내보다 제가 더 요리를 주도하는 편인데 (실은, 제가 하는 것이 맛도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요리할 때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째, 뭘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현실의 오늘 뭐 먹지?) 매번 새로운 메뉴를 정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둘째, 가까스로 메뉴 정하기에 성공해 백종원 님의 레시피를 따라 하고 나면, 한 가지 요리를 위해 많은 재료들이 희생되곤 합니다. 남는 재료들은 주로 카레나 볶음밥 등 다 넣어도 맛있는 요리로 환생하곤 하는데, 가끔은 집에서 하는 것보다 나가서 사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인 행위가 아닐까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블루 에이프런은 위의 두 가지 고민을 정기 구독 모델로 해결한 스타트업입니다. 이용 방법은 여러분들이 지금 상상하시는 바로 그 방법입니다. ㄱ. 다양한 셰프들의 레시피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ㄴ. 손질된 신선한 재료가 집으로 배송 ㄷ. 레시피에 따라 쉽게 조리해서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블루 에이프런의 성공 이후 유사한 형태의 경쟁자들이 이러한 밀-키트(Meal-Kit) 사업에 진출했으나, 블루 에이프런은 여전히 이 시장에서 막강한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블루 에이프런의 경쟁자는 기존 행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변함없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요리하는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와 비슷한 형태의 레디 투 쿡 박스를 경험해보면, 조리 과정과 완성품의 맛에서 왠지 모르게 레토르트(?)를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블루 에이프런이 고객의 인식을 바꾸고 시장을 키우기 위한 앞으로의 행보가 매우 기대됩니다.


 '스낵 스타트업' 지난 1화 최진비 님이 기고하신 '매스커스터마이징' 영역은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오늘은 꼭 필요하지만 무관심해도 되는 고객들의 틈을 노린 정기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또는 제품에 구독형 서비스를 접목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어 내용에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음 화에는 더 재미있고, 최신 사례를 스터디해서 사우 여러분들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스낵 스타트업'과 저희 '린 스타트업' 팀들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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