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맛으로 여행하는 아프리카 - AMORE STORIES
#조현희 님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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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맛으로 여행하는 아프리카


Prologue

 Jambo!
이번 칼럼의 주제는 제가 사우분들께 가장 많이 알려드리고 싶었던 '아프리카의 음식'입니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아프리카에 너무도 비극적인 사건이 두 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희생자들을 좀 더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프리카 음식 소개에 앞서 이 두 사건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The two tragedies


에티오피아 항공 ET302 추락 사고
 지난 3월 10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로 향하던 에티오피아 항공 ET302 기종이 이륙 6분 만에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35개 국적의 승객 149명과 8명의 스태프가 모두 숨졌으며, 이들 중에는 아프리카의 발전과 환경보호를 위해 활동하던 UN 직원 19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아프리카와 한국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항공사로, 저 또한 애용하던 항공사였기에 이번 사고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잠정적으로 사고의 원인이 항공기의 소프트웨어 오작동에 의한 사고임이 확인되었으나, 공식적인 확인이 완료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비극 – Cyclone Idai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난 3월 15일 사이클론 이다이가 아프리카 대륙의 동남쪽을 강타한 것입니다. 3월 29일 현재 모잠비크에서는 493명, 짐바브웨에서는 18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200만 명 가까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재민이 되었습니다. 사이클론 이다이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모잠비크의 항구도시 베이라는, 90% 가까이가 침수되어 앞으로 일 년간 생존자의 식량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이클론 이다이가 남부 아프리카를 할퀴고 지나간 지 2주가 지난 오늘, 콜레라 확진 환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2차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 도시들이 언제 복구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사우 여러분께서 이 칼럼을 읽을 때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급작스러운 이 두 사건들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아모레퍼시픽 사우 여러분도 한번쯤은 그들을 위해 묵념의 시간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잠시 이 두 슬픈 소식은 접어두고, 아프리카의 매력에 빠지실 준비 부탁드리겠습니다! ☺

Characteristics of African Cuisine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다란 대륙이자 3,000개 정도의 부족이 살며 2,000개 가까운 언어가 존재하는 아프리카를 한 주제로 묶어서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부족과 언어에 따라 문화 차이도 있고, 그에 따른 식문화도 당연히 매우 다양합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음식 문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성향과 기후, 그리고 역사를 공유하는 지역끼리 묶어서 대표적인 음식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이제 맛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여행해볼까요?☺ 

중앙아프리카
 북부의 티베스티 산맥에서 콩고강 유역의 열대 우림까지 뻗어 있는 중앙아프리카는 19세기 후반까지 외부 요리법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16세기 초 노예무역과 함께 이루어진 콜럼버스의 교환을 통해 중앙아프리카로 들어 온 식재료인 카사바, 땅콩, 칠리 페퍼 등을 전통적인 요리에 많이 활용합니다.

 중앙아프리카의 주식은 단맛이 적은 바나나 종류의 '플란테인'과 우리나라에는 타피오카로 많이 알려진 '카사바'이며, 주로 카사바를 으깨 떡과 같은 푸푸(Fufu) 형태로 만든 후 구운 고기나 소스와 함께 곁들여 먹습니다. 푸푸 또는 쪄낸 플란테인과 함께 먹는 소스 종류는 시금치, 토마토, 땅콩버터 등으로 만든 채소 스튜, 치킨과 오크라 같은 향신료가 들어 있는 땅콩 스튜, 그리고 밤바라(Bambara) 땅콩으로 만든 소스가 있으며, 육류는 소고기와 닭고기를 즐겨 먹습니다. 푸푸 또는 플란테인을 스튜, 고기 구이와 함께 먹는 형태의 음식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볼 수 있으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간단한 식습관입니다.

동아프리카
 동아프리카의 요리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릅니다.
 내륙 사바나에 사는 유목민의 전통 음식은 독특하게도 육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소, 양, 돼지와 염소 등의 가축은 통화처럼 여겨져 식용이 아닌 부의 축적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동아프리카 지역의 전통은 (케냐 마사이족 포함) 소의 고기가 아닌 우유와 피를 섭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에 사는 농부는 다양한 곡식과 채소를 키우기 때문에 이를 주식으로 먹습니다. – 중앙아프리카의 푸푸와 비슷한 음식으로 동아프리카에는 옥수수로 만든 우갈리(Ugali)가 있으며, 우간다에는 초록색의 단단한 바나나인 마토케(Matooke)가 주 탄수화물 섭취원입니다.

 약 1,000년 전, 오만과 예멘의 상인들이 스와힐리 해변(Swahili Coast - Bantu어를 사용하는 동아프리카 지역을 스와힐리라고 지칭)에 정착해 이 지역의 요리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 페르시안 스타일의 향신료, 샤프란, 정향, 계피와 석류즙 등을 추가한 밥을 주식으로 먹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영국인과 인도인들이 스와힐리 해변으로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주식인 야채 커리, 렌즈콩 수프, 차파티, 다양한 피클 등을 들여왔고, 이 음식들로 인해 현지 음식도 많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동아프리카에서는 우갈리뿐만 아니라 차파티와 같은 빵 형태의 음식과 쌀 등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었습니다.
  • 직접 촬영 @Restaurant Godjo, Paris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아프리카 지역은, 아프리카 지도 중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을 뜻하며, 소말리아, 지부티, 에리트레아, 그리고 에티오피아가 이 지역에 속합니다. 아프리카의 뿔에서 유명한 음식은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전통 음식을 꼽을 수 있으며, 체비스(Tsebhis - 스튜), 인제라(Injera – 테프, 밀, 또는 수수 등을 발효시켜 만든 얇은 전), 그리고 힐빗(Hilbet – 콩 종류로 만든 장)으로 만드는 요리가 대표적입니다. 이 요리들을 먹는 방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먹는 방법은 넓은 쟁반에 인제라를 깔고, 그 위에 다양한 스튜와 장을 올려 여러 명이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인제라를 찢어가며 그 위의 스튜와 장을 먹는 방법입니다. 음식 조리 시 에티오피아 정교회에서 금하는 돼지고기와 조개는 사용하지 않으며,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인제라를 찢어 그것으로 고기 또는 소스를 집어 먹습니다.

북아프리카
 지중해를 따라 뻗어 있는 북아프리카 요리의 뿌리는 고대 북아프리카 제국, 특히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수백 년간의 무역상, 여행자, 침략군의 끊임없는 방문 때문에 북아프리카의 요리 또한 이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페니키아 사람들의 소시지, 카르타고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된 밀과 그의 부산물인 세멀리너, 그리고 로마인들을 통해 알게 된 올리브와 올리브 오일 외에도, 아랍인들을 통해 다양한 향신료를 얻게 되어 현재의 북아프리카 전통 음식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북아프리카 국가의 전통 음식들은 재료와 형태가 비슷하며, 가장 대표적인 주식으로는 쿠스쿠스(Couscous) – 밀의 제분 과정에서 밀가루보다 입자가 큰 가루 상태로 파쇄한 것; 세멀리너 – 가 있습니다. 쿠스쿠스는 계란, 소고기, 닭고기, 가지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커리 또는 스튜를 얹어 먹습니다. 모로코의 타진(Tajine) 또한 북아프리카의 대표 음식으로 모로코에서는 오랜 시간 익힌 스튜를 부르는 이름이지만, 튜니지아에서는 오믈렛이나 키시 같은 요리의 이름입니다. 모로코식 타진은, 스튜를 요리할 때 사용하는 도자기 그릇의 이름을 그대로 음식에 붙인 것으로, 뚜껑이 뾰족하게 생긴 도자기로 요리한 고기와 채소가 들어 있는 스튜입니다. 북아프리카의 사하라사막 등 물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타진과 같은 도자기에 음식을 요리함으로써, 수증기로 날아간 수분이 다시 스튜로 들어갈 수 있는 형태의 조리 기구를 통해 물 사용을 최소화하며 음식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북아프리카는 지리적 특성상 인종과 종교, 문화 등이 아랍권 문화의 영향을 받아 향신료도 많이 사용하고, 색상과 맛이 풍부한 요리를 즐겨 먹습니다.

남부 아프리카
 남부 아프리카의 요리는 가끔 '무지개 요리'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아프리카 원주민, 유럽, 그리고 아시아까지 아주 다양한 문화의 음식을 섞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남부 아프리카 가정의 주식은 팝(Pap)이라고 부르는 옥수수 죽과 풍미 가득한 고기 스튜이며, 이 식습관은 백인이 지배하기 전에 존재하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유목 생활과 작물 재배 생활에서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남부 아프리카인들에게 고기는 매우 중요한 식재료이며, 브라이(Braai – 숯불 위에 굽는 고기의 총칭)라고 부르는 바비큐와 빌통(Biltong)이라고 부르는 육포를 즐겨 먹습니다. 이 외에도 인종이 매우 다양하다 보니 인도인들의 정통 인도 음식, 프랑스인들의 정통 프랑스 와인 등이 일반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서부 아프리카
 이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을 물어보면 단번에 졸로프 라이스(Jollof rice)라는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토마토, 양파, 육수로 쌀을 익혀 소스가 남지 않는 리소토 같은 형태의 밥으로, 수프, 고기 스튜와 샐러드 등과 함께 먹습니다. 이 외에도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탄수화물을 더욱 다양한 형태로 즐겨 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푸푸, 반쿠(Banku – 옥수수와 타피오카 반죽을 발효시킨 것), 켄케이(Kenkey – 옥수수 발효 빵), 푸투(Foutou – 타피오카, 플란테인, 참마 등으로 만든 반죽), 쿠스쿠스(Couscous) 등 주변 지역의 음식도 함께 먹으며, 서부 아프리카 사람들은 고기와 다양한 향신료를 섞어 먹습니다.

 그다음 대표 음식으로는 에구시 수프(Egusi Soup)가 있는데, 박의 씨앗을 더해 걸쭉한 형태의 수프입니다. 이 음식은 씨앗의 좋은 지방과 단백질을 모두 섭취할 수 있는 조리법으로 만들며, 토마토, 시금치, 고기, 생선들을 추가해 더욱 영양가 있고 맛있는 수프로 변형해서 먹기도 합니다.


Taste of Africa in Korea


에티오피아 음식
  • 직접 촬영 @클럽 자이온

 저는 아프리카 음식 중 에티오피아 음식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래서 서울에 딱 하나 있는 이태원의 '클럽 자이온'에 있는 에티오피아 식당을 찾아갔고, 제가 기억하던 그 맛과는 약간 다르지만 충분히 에티오피아 음식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에티오피아 음식을 요리해주는 이 식당은, 일반적으로 인제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테프라는 곡물을 한국에서 구할 수 없어서 쌀을 발효시켜 인제라를 만듭니다. 다양한 소스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미트 콤비네이션(Meat combination) 메뉴를 선택해 먹은 클럽 자이온의 에티오피아 음식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에티오피아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약간의 산미가 도는 반죽으로 한 번은 매콤한 소고기 커리를, 또 한 번은 짭짤한 치킨 스튜를 집어 먹으면 이전에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언젠가 특별한 음식이 먹고 싶어진다면,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이태원의 클럽 자이온에서 이국적인 에티오피아 음식에 도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식
  • 직접 촬영 @Braai Republic

 한국인에게 삼겹살구이가 있다면, 남아공 사람들에겐 부르보스 소시지 브라이(Boerewors sausage Braai)가 있습니다. 주말이면 가족들끼리 꼭 브라이(남아공식의 바비큐)를 해 먹는 남아공 사람들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태원의 브라이 리퍼블릭에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식당에 도착해 외국인 웨이터를 따라 자리를 잡고 둘러보면 여기저기 보이는 남아공의 흔적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주문한 음식을 먹기 전에 웨이터가 추천한 남아공 스페셜 술도 한잔 하니, 스테이크와 소시지도 더 맛있고, 으깬 고구마와 크림 시금치도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남아공까지 직접 날아가기는 매우 어려우니 이태원에서 남아공 브라이를 먹으며 맛으로 세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두 번째 칼럼을 마무리하며

 이번 칼럼은 어쩌다 보니 슬픈 소식들을 먼저 전해드리게 되어 독자 여러분들의 오감을 행복하게 자극하길 바랐던 저의 칼럼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넓디넓은 아프리카 대륙을 네 등분해서 음식의 종류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린 것과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아프리카 음식은 여러분께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였기 바랍니다. 한국에는 아프리카 음식점이 많지 않아, 더 여러 국가를 미각 여행지로 소개해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우간다 음식을 맛 보여드리지 못하다니요… ㅠㅠ) 혹시나 올해 새로운 아프리카 음식점이 개업해 제가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칼럼에서라도 꼭 추천해드리겠습니다!

 Hakuna Mat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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