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기술 혁신 기업의 롤 모델, 퀄컴 - AMORE STORIES
#곽윤주 님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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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기술 혁신 기업의 롤 모델, 퀄컴

Columnist
4기

아모레퍼시픽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Innovative 글로벌 기업 스토리

제2화. 기술 혁신 기업의 롤 모델, 퀄컴

칼럼니스트
아모레퍼시픽그룹 경영진단2팀 곽윤주 님

지난 2월 말에 열린 모바일 이동 통신 전시회 'MWC 2016'이 여러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다양한 신기술들이 소개되었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5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G이었습니다. 모바일 무선 통신 기술은 근 20년 간 2G과 3G를 거쳐 빠르게 변화했고, 지금은 그 속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디지털 기술의 주요 혁신 기업 중 하나인 퀄컴(Qualcomm)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Mobile World Congress 2016의 퀄컴 부스 / 자료 출처 : TechWeek Europe


# 기술혁신과 IP Business을 선도하다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통신망입니다. 통신망의 폭발적인 발전은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 등장한 2세대 통신 기술의 핵심은 '어떻게 통신망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2G 통신 기술은 시간을 분할하여 접속하는 TDMA, 주파수를 30개 채널로 분할하는 FDMA, 코드를 활용하는 CDMA 등으로 나누어졌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뜨거운 논란 끝에 2세대 통신 기술로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을 세계 최초로 채택했습니다. 이후 개인 무선 통신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죠.
  • 1995년 당시 가열되었던 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 표준화 논쟁을 다룬 주요 신문 헤드라인 / 자료 출처 : 중앙일보


퀄컴은 바로 이 CDMA 기술의 채택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기업일 것입니다. 퀄컴은 1980년 대 미국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무선 네트워크 기술 개발 벤처업체로, CDMA 핵심 기술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다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CDMA 기반의 통신망이 발달할수록 퀄컴의 기술 로열티 수입도 늘어난 것이죠. 그 덕분에 1995년까지만 해도 $39만 달러였던 퀄컴의 수익은 1999년 $394만 달러로 10배 이상 치솟게 됩니다.
  • 90년대 후반 퀄컴의 Revenue 추이 / 자료 출처 : Qualcomm 1999 Annual Report


이러한 퀄컴의 수익 모델을 언론에서는 IP(Intellectual Property) Business라고 불렀습니다. 기술 연구로 생산된 부가물을 지적재산권으로 등록함으로써 라이선스를 통한 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업 형태입니다. 퀄컴은 모바일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중요했고, 실제로 기술 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퀄컴의 IP Business는 퀄컴의 성장과 CDMA 기술에 대한 독보적 우위를 가져오는 기반이 되었고, 동시에 회사의 재무 능력을 유지시켜주는 든든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퀄컴의 IP Business를 시기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CDMA 방식 채택 이후, 외국기업만 배부르게 해줬다는 논란이 한동안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은 엄연한 발명에 대한 권리이고, 선구자에 대한 훈장입니다. 또한 퀄컴은 전형적인 모바일 R&D 업체였지만, 시대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자신들의 발명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응용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문 분야였던 CDMA와 대역확산에 대한 선행 기술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시장이 어떠한 요구를 하고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했습니다. 그 다음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에 기반한 솔루션을 제공했고, 솔루션을 도출하는 시행착오와 결과물은 '특허'라는 이름을 달게 했습니다. 특허는 법률적인 면에서 그 자체로도 강력한 무기가 되었지만, 사실은 전체적인 시장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퀄컴의 노력인 셈입니다. 실제로 퀄컴은 모바일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 약 10년에 달하는 기술 로드맵을 그리고 있었고, 기술 개발의 성과들을 실용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자신들의 라이선스가 제대로 활용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해 QTL(Qualcomm Technology Licensing)이라는 별도의 라이선스 사업부를 설치할 정도였으니까요.
  • 90년대 중반 퀄컴의 CDMA 중장기 기술 로드맵 / 자료 출처 : Qualcomm IR


# 비즈니스 Segment의 성공적 확장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퀄컴의 수익원은 대부분이 라이선스에 기반했습니다. 실제로 그때까지의 퀄컴은 전형적인 모바일 R&D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에서 나오는 수익은 여전히 많지만, 그 비중은 전체 연 수익의 약 30%에 그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스마트폰 부품인 반도체 칩 사업에서 나오고 있죠.
  • 2010년 이후의 퀄컴 Revenue Segment / 자료 출처 : Qualcomm Annual Report


퀄컴은 1995년부터 Chipset Business를 키우기 위해 QCT(Qualcomm CDMA Technologies) 사업부를 운영해 왔지만, 스마트폰, 태블릿 등 휴대기기용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집중하기로 한 것은 약 2004년 즈음입니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기기에 명령을 입력하면 그 내용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휴대기기의 '두뇌' 역할을 합니다. 그 당시 퀄컴 QCT 사업부의 제품관리 부사장이었던 Mark Frankel은 '모바일 분야는 스마트폰 등 고기능 단말기기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 밝히며, 그에 따라 퀄컴은 전략적으로 모바일 반도체 칩 사업을 키우기로 발표했습니다.

사실 퀄컴은 이 발표 이전부터 반도체 칩 사업을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 지배 체제를 갖추기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왔습니다. 핵심 제품인 모바일 프로세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이 제품을 탑재할 기기에 적합하도록 이동 통신 방식도 정비했습니다. 물론 반도체 칩을 사용할 주요 휴대기기 생산 업체들과의 관계도 공고히 해왔죠. 그 결과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에 퀄컴의 칩셋을 탑재한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가 전 세계를 휩쓸며 퀄컴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퀄컴은 CDMA 기술 개발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 왔습니다. 퀄컴은 시장성과 잠재력이 높은 기술이 어떤 것인지 찾았고, 그 기술을 개발하여 타겟 반도체 업체에게 공급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의 기술 개발 내역들은 핵심 지적재산권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시장을 명확히 바라보고, 그를 바탕으로 한 자신들의 혁신 기술을 자산화한 것입니다.

# 반도체 생산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

또한 퀄컴은 반도체 칩의 생산 공정 중 '설계' 역할만 담당함으로써 반도체 칩 설계 영역을 자신들의 전문으로 자리매김 시켰습니다. 반도체 칩은 '설계→생산→조립 및 테스트'의 과정을 거쳐 탄생합니다. 그 중 설계 영역만 담당하는 업체를 팹리스(Fabless)라고 부르는데, 퀄컴은 스스로 팹리스 업체가 되면서 동시에 설계 후 공정에 대한 타사와의 파트너쉽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정 공정만 전문으로 하기에 Supply-Chain의 협력 관계는 퀄컴에게는 필수였고, 지금까지도 퀄컴은 '성공을 위해, 파트너사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라고 외치고 있죠. 그리고 그 덕분에 각 파트너사들은 자신들의 핵심 강점에 집중하는 한편, 퀄컴은 시장 내 기술 리더십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반도체 생산 전 공정을 한 업체에서 담당하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차별화됩니다. 반도체 생산 공정의 전문화에 대한 내용은 1980년대 처음으로 소개되었었으나, 퀄컴은 이를 현실화시키고 통합 파트너쉽 모델을 가장 잘 구현한 업체로 꼽힙니다. 새로운 반도체 비즈니스 모델을 이끌어낸 것이죠.

퀄컴이 반도체 칩 사업으로 집중한 성과는 머지않아 드러났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수익의 변화도 컸지만, 글로벌 반도체 업계 순위에서도 Top 10 안에 진입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설계 공정에만 집중하는 팹리스 업체 중에서는 지난 몇 년 간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반도체 업체 순위 / 자료 출처 : IC Insights


# 2화를 마치며…

최근 퀄컴에게 위기가 왔습니다. 몇 년 전 출시한 제품인 반도체 칩 '스냅드래곤(SnapDragon)'에서 발열이라는 기술적 문제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 결과 주가 급락, 인원 감축이라는 위기를 맞았으나, 최근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시했고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출시된 삼성 갤럭시 S7과 LG G5에 퀄컴의 신제품이 채택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업체의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급격한 시장 변화 속에서 퀄컴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퀄컴이 IP Businss를 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퀄컴의 목적이 경쟁자의 접근 차단이었다면 특허권을 법적 보호막으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퀄컴은 방어막 대신 라이센싱을 선택했습니다. 수백 개 업체에 자신들의 기술을 공유했고 그 대신 로열티를 받은 것이죠. 그러면서 CDMA 기술을 개발하는 여러 업체들이 생겨났습니다. 퀄컴의 아이디어가 민들레의 씨앗처럼 퍼져나가, 아이디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느 업계에나 변화가 있습니다. 모바일은 그 중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곳이고 지금까지 퀄컴의 변화 대응 수준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도 앞으로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입니다. 그 앞에서 주춤하기보다는 한발 앞서 생각하고 나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저도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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