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꽃, 아카데미 시상식 - AMORE STORIES
#강승민 님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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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꽃, 아카데미 시상식

칼럼니스트강승민 님
아모레퍼시픽 리더육성팀


 안녕하세요. 2019년 한 해 7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강승민입니다. 일 년간 여러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영화 산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창작자 개인이 오롯이 제작에 관여하는 여타의 예술 활동과는 달리,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자본이 투입된 일종의 집합 상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둘러싼 산업의 콘텍스트를 파악하는 것이 혼돈의 시대에 영화를 더 잘 알 수 있는 배경이 된다는 생각에 5회에 걸쳐 영화 산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출처 :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홈페이지


1. 아카데미 시상식, 현대 미국 사회의 리트머스

 미국 영화인들의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시상식)이 올해 2월 24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여타의 다른 시상식(혹은 영화제)에 비해 더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전 세계 영화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미 영화 시장에 대한 지난 한 해 동안의 결산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칸, 베를린, 베니스영화제가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영화들 가운데 미학적으로 우수한 작품들을 초청해 별도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상을 주는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라면,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해 LA에서 7일 이상 유료 상영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8,000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해 우수 작품을 가르는 Domestic Movie Award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다 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의 경우 수상을 결정짓는 8,000명이나 되는 회원들의 구성이 매우 중요해지는데요. 이들의 인구학적 구성의 특징은 다소 편향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60세가 넘고, 90% 이상이 백인이다 보니 노미네이션되는 작품들 자체가 지나치게 편향된 미국적 가치를 대표한다고 많은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 흑인 최초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할리 베리(출처: AFPBB News)


 2002년, 흑인 최초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할리 베리를 필두로 인종에 대한 장벽을 허문 아카데미는 그 후 '보수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시청률을 의식해 매년 조금씩 변화를 보여왔지만, 여전히 수상작들과 후보들의 성향이 온건함을 넘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요. 수상에 영향을 미치는 회원들의 성향이 그해의 가장 우수한 영화를 결정하다 보니 아카데미는 영화제라기보다는 인구 집단의 모수를 반영하는 일종의 대통령 선거와 유사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럽의 한 영화 평론가는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미국 사회의 변화와 병렬하여 연구한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9.11 테러 당시에는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영화와 유색인종 배우들의 수상이 많았고, 트럼프의 대선 당선 이후에는 전미 화합에 대한 영화와 함께 소수자를 껴안고 정의를 지키려는 전형적인 미국식 민주주의와 청교도적 가치관을 담은 작품들이 다수 후보에 올랐습니다. 어느 해는 그해의 사건을 껴안거나 또는 반대로 (굳이) 거부하며 아카데미 회원들, 즉 미국 중산층 백인들의 사고방식을 시상식에 반영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2. 복잡한 투표 방식, Instant-runoff voting

 최근 10년간 아카데미는 외부의 비판과 시청률을 의식해 내적 장벽들을 많이 허물며 변화를 보여왔는데요.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비판받는 지점은 바로 너무나 "아카데미스러운" 작품들이 수상한다는 것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 두 달 동안 미국 내에서는 50여 개가 넘는 시상식이 진행되는데요. 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 글러브를 필두로 각 도시의 비평가 협회가 수여하는 비평가 협회상들이 줄지어 개최되는데, 이들 시상식이 각 시상식의 성격에 맞는 작품들을 선정하는 반면, 아카데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수상을 수용할 수 있는 무던한 영화들이 그해의 영화와 배우로 선정되곤 합니다.

 이러한 원인에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인적 구성도 한몫하겠지만, 특유의 복잡한 투표 방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Instant-runoff voting 방식입니다.

Instant-runoff 3대 영화제 일반 투표
대상 전년도 LA에서 7일간 유료 상영한 영화 전체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작품 수급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는 작품이어야 함)
심사위원 아카데미 회원 8,000명.
단, 각자의 전문 분야로 분류된 직능조합이 해당 영역을 투표
(배우→연기상, 감독→감독상)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매년 선정(소수 인원)
1차 투표 각 직능조합 회원들이 해당 카테고리 작품들의 선호도 반영한 매직 넘버 선정 방식 다수결
(단, 칸영화제의 경우 심사위원장의 의사결정권 최종 반영)
2차 투표 전체 회원들의 다수결 방식
 아카데미는 직전년도 LA 내에서 7일간 유료 상영된 영화들을 리스트업하고 이들 영화들을 각 수상 카테고리별로 쪼개어 해당 직능조합 회원들의 선호도를 취합합니다. 이게 바로 1차 투표(후보작 선정)입니다.

 이 선정 과정은 꽤나 복잡한데요. 예를 들어, 배우이자 아카데미 회원인 A는 여우 주연상 후보에
 이라고 제출할 수 있습니다. 배우조합 회원들이 모두 10순위까지 투표를 하게 되죠. 이 이후의 집계 방식이 매우 복잡한데요.(회계 법인에서 집계한다고 합니다.)

 1순위 합산 결과 로라정이 매직 넘버(투표한 사람 수/(후보 수+1))를 넘겼다면 로라정은 자동으로 5명의 후보 안에 들게 됩니다. 그리고 1순위 합산에서 꼴찌의 배우는 자동으로 탈락하는데, 대신 꼴찌 배우를 1순위로 투표한 회원의 표 중 2순위 배우를 1순위로 합산해 누적 후 재합산합니다. 만약 염정아가 1순위 꼴등을 하게 되었는데 염정아를 1순위로 한 A회원의 2순위 배우 이태란을 다시 1순위로 합산해 다음 후보를 선정하게 되는 것이죠.

 이 같은 과정은 5명 후보가 생길 때까지 계속됩니다. 간혹 매직 넘버를 넘기지 못해 후보 수를 못 채울 때도 있습니다.(올해 작품상 후보가 10자리에서 8자리로 줄어든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소 복잡한 투표 방식인데 결국은, 회원들의 1순위를 받는 것만큼 2, 3순위의 지목을 받는 영화/영화인들이 더 후보 선정에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카데미가 극단의 호불호를 지양하고 무던히 수용 가능한 안정적인 작품들에 수상의 영예를 주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됩니다.

 2018년도의 경우 각 메이저 스튜디오의 인디 영화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아카데미 시즌을 겸하여 캠페인을 벌였는데 작품상은 <셰이프 오브 워터>가 받았죠. 그해 가장 많은 지지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킨 폴 버호벤의 <엘르>와 폴 토머스 앤더슨의 <팬텀 스레드>, 그리고 스필버그의 역작 <더 포스트>가 과연 기예르모 델 토로의 <셰이프 오브 워터>보다 못한 작품이었을까요?
  • 영화 기술의 미학적 경지를 보여준 동시에 여성 경영인의 존재론적 고민을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출처 : 폭스 서치라이트)


3.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산업의 목적이자 대상

 아카데미는 영화 산업의 결과인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영향력을 미치는 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들은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의 배급 일정을 연말로 조정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각인을 시킨다거나, 상업적 성공을 통해 오스카에서 기술 부문의 상을 하나라도 수상하려 전력을 기울입니다. 산업의 틀과 시기가 아카데미를 목적으로 맞춰진다는 말입니다.

 또한 아카데미는 그 자체로 수상한 영화의 상업적 가치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배우들은 조연, 주연 모두 다음 영화의 개런티가 무지막지하게 올라가고, 수상한 영화들은 월드 와이드 개봉을 통해 기존 수익의 몇 배를 올리기도 합니다. 아카데미에 노미네이션된 것만으로도 배우들에게는 영광인데, 일례로 무명에 가까웠던 제니퍼 로렌스는 열아홉 살에 인디 영화 <윈터스 본>으로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그 후 <헝거 게임> 등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단순한 세리머니가 아닌, 그 안에는 당대 미국 사회의 불안과 징후가 표현된 일종의 '무의식의 극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대 영화사들은 이번 기회에 더 큰 수익과 터닝 포인트를 잡기 위해 치열한 로비를 펼치기도 하고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러모로 이슈가 많은 해였습니다. 특히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시청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아카데미가 역사상 최초로 히어로물을 작품상 후보에 올리는가 하면(<블랙 팬서>), 대중성을 반영해 <스타 이즈 본>, <보헤미안 랩소디>까지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최근 아카데미가 배우조합 회원들에게 아카데미 이외의 시상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보이콧을 했다고 하던데요. 가뜩이나 작품상과 기타 카테고리 후보작들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올해 아카데미는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될지 매우 기대됩니다.

1. 작품상

 작품상 후보

  • 출처 : 넷플릭스

1. 블랙 팬서(마블스튜디오, 월트)
2. 블랙클랜스맨(블룸하우스, 포커스피처스)
3. 보헤미안 랩소디(20세기 폭스)
4. 더 페이버릿(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5. 그린 북(유니버설스튜디오) -> 복병
6. 로마(넷플릭스) -> 유력
7. 스타 이즈 본(워너브라더스)
8. 바이스(애나퍼나 픽처스, 플랜 B 엔터테인먼트)

 23일 후보작들이 공개되었는데, 놀라운 점은 바로 히어로물 최초로 <블랙 팬서>가 작품상 후보로 지명되었다는 것입니다.

 작년 LA비평가협회 때부터 심심찮게 들려오던 "19년 아카데미에 상 받을 만한 영화가 없다"라는 소문이 현실이 되어버렸는지, 오스카 베팅 사이트에서는 평단으로부터 미지근한 반응을 얻은 <스타 이즈 본>, <보헤미안 랩소디> 등의 영화가 후보에 오르자 일제히 난리가 났습니다.

 구색은 맞추었는지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호평을 받은 스파이크 리의 <블랙클랜스맨>과 오스카와 인연이 없을 것만 같았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페이버릿>이 후보에 올랐네요,

 그렇지만 올해 작품상은 넷플릭스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LA, 뉴욕, 전미, 시카고비평가협회 작품상, 크리틱스 초이스와 골든 글러브까지 석권한 <로마>가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습니다.

2. 남우 주연상

 남우 주연상 후보

  • 출처 : 20세기 폭스

1. <바이스> 크리스찬 베일(유력)
2. <스타 이즈 본> 브래들리 쿠퍼
3. <앳 이터너티스 게이트> 윌럼 더포
4.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복병)
5. <그린 북> 비고 모텐슨

 에단 호크의 후보 지명 탈락은 가히 충격적인데요. 3대 비평가협회상인 LA, 뉴욕, 전미비평가협회 남우 주연상을 모두 석권했지만 아카데미 취향이 아닌 영화라 수상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후보 지명까지 못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강력한 수상 후보로는 부시 정권 시절 딕 체니 부통령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의 가능성이 높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간 줄였다, 늘렸다 고무줄 몸무게로 아카데미 후보에 심심찮게 오른 크리스찬 베일이 심기일전해 연기한 딕 체니 역으로 상을 받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작년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을 연기한 게리 올드만을 생각한다면 오랫동안 후보로만 올라 수상을 못한 베일이 올해 이 영화로 받을 것 같습니다.

 예상외의 복병으로는 골든 글러브 남우 주연상을 받은 올해의 아이콘,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입니다. 오스카는 보수적이지만 성 소수자를 연기한 남자 주인공에게 무척 관대하죠(<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필라델피아> 등등). 비록 제작 과정에서의 불화와 영화의 작품성 측면에서 설왕설래가 있긴 하지만, 언제 영화 보고 연기상 줬나요?

 아프고 병들고, 고뇌하다 자살하는 인물을 무척 사랑하는 아카데미가 의외로 <스타 이즈 본>의 브래들리 쿠퍼에게 상을 줄지도 모를 일이긴 합니다. 브래들리 쿠퍼는 아카데미 후보로만 네 번 노미네이션되었죠.

3. 여우 주연상

 여우 주연상 후보

  • 출처 : 폭스 서치라이트 픽처스

1. <로마> 얄리차 아파리시오
2. <더 와이프> 글렌 클로즈(유력)
3. <더 페이버릿> 올리비아 콜맨(유력)
4. <스타 이즈 본> 레이디 가가
5. <캔 유 에버 포기브 미?> 멜리사 맥카시

 칠전팔기,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만 일곱 번 오른 명배우 글렌 클로즈의 지명이 반가운 한편, 본인의 커리어에 있어서 일생일대의 명연기를 보여준 <유전>의 토니 콜레트의 후보 미지명은 안타까움을 넘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올해 시상식 가운데 가장 각축전이 예상되는 여우 주연상 부문은 아마도 글렌 클로즈와 올리비아 콜맨 두 사람이 박빙이 아닐까 예상됩니다. 킹메이커이자 노벨문학상 작가를 남편으로 둔 한 여성이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은 아카데미가 너무나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인데요. 노장 글렌 클로즈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이 영화에 아카데미 회원들이 몰표를 줬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골든 글러브, LA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협회, 런던비평가협회, 시카고비평가협회, 크리틱스 초이스 여우 주연상, 게다가 (심지어!) 배우조합이 수여하는 미국배우조합상 여우 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에게 상을 줄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오스카 시상에 대한 현지 도박사들의 예측은 5명 후보 모두에게 골고루 분산되어 있습니다.

 수상 경력만으로는 올리비아 콜맨이 유력해 보이지만 오스카 특유의 "시련과 학대를 당한 여성에 대한 매료"는 얄리차 아파리시오나 레이디 가가에게 상이 돌아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레이디 가가는 마치 <스타 이즈 본>에서 아카데미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닮았습니다. 가장 치열한 접전이 기대되는 카테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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