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 AMORE STORIES
#권구상 님
201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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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처음 만나는 뇌과학 이야기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효능연구팀 권구상 님


# 시작

  안녕하세요. 2017년 새로운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권구상입니다.

  뇌과학(Brain Science)이라는 단어, 많이 들어보셨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우분들은 생소하게 받아들이실 것 같습니다. 뇌를 공부하는 학문인 것 같긴 한데, 무엇을? 어떻게? 왜? 연구하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드리고 뇌과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대해 좀 더 알기 쉽게 전달해 드리고자 이번 칼럼을 쓰게 되었습니다. 뇌 연구를 적용한 다양한 기업의 사례와 뇌과학 관련 도서, 논문, 최신 기술 및 연구 동향 등과 함께 우리 일상과 연관된 '뇌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 화는 제가 연구했던 뇌과학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 내가 만났던 뇌과학

 저는 대학원에서 크게 두 가지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이라는 분야로, 좀 더 쉽게 설명 드리자면 신경과학 혹은 뇌과학의 접근 방법으로 인간의 인지 기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다양한 인지 기능 중에서도 저는 주의력과 기억력에 대해서 연구했는데요. 많이 들어 보셨을 뇌파(EEG)와 아이 트래커(Eye Tracker) 장비를 활용하여 사람들이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뇌와 행동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일이었습니다. 뇌의 기능 전체를 부분적인 연구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기초 연구들이 퍼즐 조각이 되어 1.4kg의 소우주인 뇌를 이해하기 위한 퍼즐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SFN)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뇌를 연구하는 학회로, 이 퍼즐을 맞추는 데 많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분자나 세포 단위부터 동물, 사람 연구까지 뇌에 대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을 발표합니다. 한 세션에만 1,000개가 넘는 포스터가 전시되기 때문에 전체를 다 살펴보려면 체력은 필수랍니다!
  • 미국 신경과학회 포스터 세션

 제가 연구했던 나머지 분야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입니다. 뉴로마케팅은 뇌 안에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뉴런(Neuron)과 마케팅(Marketing)의 합성어인데요. 잠재의식이나 무의식 수준의 소비자 반응에 초점을 두고 뇌의 활동을 분석하여 마케팅에 활용하는 요즘 떠오르는 분야입니다. 뉴로마케팅에 대해서는 여러 사례와 함께 다음 칼럼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고 이번에는 제가 진행했던 연구를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의 뇌 반응을 뇌파를 통해 측정했습니다. 일반 제품보다 지속가능 제품의 정보를 접했을 때 실험 참가자들의 전두엽에서 신경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또한 지속가능 제품을 선택한 참가자들의 경우 일반 제품을 선택한 참가자들에 비해 고차적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전두-두정엽의 신경네트워크에서의 활성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소비의사결정에 대한 뇌과학적인 기전을 제시한 연구였습니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시청할 때 뇌 혈류량의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선호와 뇌 반응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도 진행했는데요.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2억뷰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던 시기였습니다. YouTube 뮤직비디오의 조회수에 따라 뇌의 전두엽에서 측정되는 혈류량의 복잡성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뇌과학을 활용하여 상업적인 컨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 뮤직비디오 조회수에 따른 뇌 혈류량의 변화


# 뷰티 산업에서의 뇌과학

 그 동안 뇌과학을 학문적인 관점에서만 연구하다가 회사에 입사하게 되어 이제는 산업 관점에서 뇌과학을 보다 효율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자사에서 뇌과학을 적용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① 2004년 헤라에서 본격적인 색조 시장 확대 전략을 위해 기능성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을 활용, ② 라네즈 워터슬리핑 팩의 숙면 유도 향료 조성물인 슬립센트(SleepscentTM) 향 개발에 뇌파 기술 접목, ③ 새로운 클렌징 카테고리인 전동 클렌징 기기 개발에 뇌파 기술을 접목한 사례 등이 있습니다(기사 등 언론에 소개된 사례 기준). 주로 제품 개발 단계 또는 출시 전 단계에서 컨셉에 대한 혹은 직접적으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뇌 반응을 측정하여 검증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뷰티 산업의 특성상 '아름다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중요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Perception)은 긍정적인 감정(Emotion)을 유발하고 제품의 선호 및 구매(Preference)까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 하는 사이에 일어나기도 하며 특별한 이유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순간에도 일어납니다. 뇌과학의 발달로 감정이나 판단과 같은 고등 인지기능의 기전에 대한 연구성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고, 이에 따라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복잡한 감정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러한 뇌과학의 장점을 잘 활용한다면 아름다움, 나아가 고객의 마음에 대한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 뇌과학 기술의 발달로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일찍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뇌과학 기법을 적용해 왔는데요. 그 중에서도 뷰티업계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며 이번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화장하는 뇌

  • 여러분에게 화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화장하는 뇌>는 일본의 두 뇌과학자가 2010년에 출판한 책의 제목입니다. 이 책에서는 화장하는 행위를 남의 시선을 받아 들여 자신의 얼굴을 지각하는 높은 수준의 메타인지로 해석하며 그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이합니다. 이들은 일본의 가네보 화장품(Kanebo Cosmetics)과 재미있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여성들이 화장을 할 때에 활성화 되는 뇌의 영역을 촬영해 보았더니 자기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얼굴을 볼 때와 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셀카를 찍은 후에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이 화장이라는 행위를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합니다.

 또한 화장을 통해 점점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발견하며 자존감도 높아지기에 화장이라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더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뇌가 지각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자사에서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을 통해 외모 변화로 고통받는 여성 암 환자분들이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는 노하우를 전수하며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고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지요. 화장이라는 행위를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풀이하며 인간의 사회성을 상징하는 수준 높은 지적 활동으로 바라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처럼 화장은 매일 아침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화장대 앞에서 화장이라는 행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시세이도의 기발함, 그리고 일본

 이번에는 시세이도(Shiseido)의 사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시세이도는 일찌감치 뇌과학 기법을 적용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먼저 뇌파 기술을 활용하여 화장품을 바를 때의 지배적인 감정을 연구한 사례입니다. '편안해지는', '촉촉한' 등의 단어들을 떠올릴 때의 뇌파를 촬영하고 실제로 화장품을 바를 때의 뇌파를 촬영합니다. 두 번의 뇌파 결과를 비교하여 화장품을 바르는 동안 특정 감각을 어느 정도로 정확하게 느끼는지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화장품을 바를 때 느끼는 감각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설문지를 통한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는데요. 뇌과학 기술이 적절하게 결합된다면 소비자의 반응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입니다. 시세이도는 뇌과학을 결합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heartsing"이라는 독특한 고유 기술을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참조 : 클릭)
 두 번째는 좀 더 기발한 연구입니다. 판매대에서 고객에게 제품을 홍보할 때 서로 다른 감각을 활용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그 동안 뇌 활성을 측정했습니다. 근적외선 분광법(Near Infrared Spectroscopy; NIRS)이라는 장비를 활용하여 뇌 혈류량 변화를 측정했는데요. 이 장비에 대한 소개는 다음 칼럼에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뇌 활성 측정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설문을 통해서도 측정하여 두 결과의 상관 관계를 보아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지배적이고 어느 뇌 영역이 활성화 되는지 보고했습니다.
 이외에도 시세이도는 뇌과학을 결합한 참신하고 기발한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해 왔습니다.

 또 하나의 일본 기업인 가오(KAO)는 Beauty Research & Innovation Center 설립을 통해 보다 과학적인 고객 연구의 확장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기업으로는 최초로 연구원에 fMRI 장비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뇌 기능 연구를 통해 감정이라는 가치를 제품 개발까지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뷰티 업계에서 뇌과학을 활용한 다양한 사례 및 도전들은 단순한 시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만의 독특한 혁신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 마치며

 이번 첫 화에서는 제가 연구했던 뇌과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뷰티 업계에서 뇌과학 기술을 적용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일본 이외에도 글로벌 기업에서 뇌과학을 적용한 사례가 많은데요. 앞으로의 칼럼에서 차차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뉴로마케팅'이라는 주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올해 제 칼럼을 통해서 뇌과학이라는 어렵고 생소한 분야와 좀 더 친해지실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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