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인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AMORE STORIES
#설화수 한방과학 소재 이야기
2019.09.02
29 LIKE
786 VIEW
  • 메일 공유
  • https://stories.amorepacific.com/%ec%a0%9c1%ed%99%94-%ec%9d%b8%ec%82%bc%ec%97%90-%eb%8c%80%ed%95%b4-%ec%96%bc%eb%a7%88%eb%82%98-%ec%95%8c%ea%b3%a0-%ec%9e%88%eb%82%98%ec%9a%94

제1화. 인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지난 60여 년간 설화수 대표 소재 자리를 지켜온 인삼, 그 숨은 힘은 무엇일까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Must Have Item Top List에서 빠지지 않는 인삼! 먹어본 사람도 많고 피부에 발라본 사람도 많지만, 과연 인삼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설화수 한방과학 연구센터>가 들려주는 인삼에 대한 흥미롭고 놀라운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고려인삼이란 무엇일까요?

 고려인삼의 학술적 명칭은 Panax ginseng C. A. Meyer입니다. 분류상 Panax속 – ginseng종으로 표기하며, C. A. Meyer는 고려인삼에 Panax ginseng이라는 이름을 최초로 붙인 러시아 식물학자(칼 안톤 메이어)의 이름에서 따왔죠. Panax의 어원은 흥미롭습니다. Pan은 '모든 것', '많은 것'을 의미하고, Axos는 '의학', '의약'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를 결합하면 '만병통치' 또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가 되죠.
  • 사람의 모양을 닮은 고려인삼: 화기삼, 전칠삼, 죽절삼 등의 외국산 삼은 '인삼'이 아닌 '삼'으로만 표시한다. 오직 고려인삼만이 '인삼'이다. (출처 : Brief Introduction of Panax ginseng C. A. Meyer, JKMS 16, 2001)

 고려인삼은 다른 나라에 심으면 우리와 같은 모양과 품질이 나오지 않아 자국을 대표하는 특산 작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Panax ginseng C. A. Meyer라는 학명이 붙은 인삼, 여기까지가 넓은 범위의 고려인삼입니다.

 좁은 범위의 고려인삼을 정의하면, Panax ginseng C. A. Meyer 중 대한민국에서 재배·수확한 인삼만으로 한정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인삼 씨를 얻어 중국에서 심어 키우면 고려인삼이라 할 수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고려인삼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인삼이라고 모두 다 같은 인삼이 아니다?

 인삼은 가공 방법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별칭을 붙여줍니다.
  • 수삼, 백삼, 홍삼, 흑삼: 색과 모양, 성분의 차이가 있으므로 본인의 기호와 필요에 의해 선택하여야 한다. (출처 : MBN 천기누설, 2018)

 고려인삼이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저장을 용이하게 하는 기술의 발달이었습니다. 바로, 홍삼의 발명이죠. 인삼(수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을 수회 반복하여 70-80%에 달하는 내부 수분을 14% 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찌고 말리는 과정을 증숙-건조 과정이라 하는데, 이 때 열 처리로 인하여 조직이 치밀해질 뿐 아니라 수삼 내 효소들이 불활성화 됩니다. 그 결과, 미생물 등에 의한 오염과 품질 변성이 크게 감소하여 10년이 넘는 보관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홍삼이 되면 수삼 또는 백삼에 없었던 희귀 사포닌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일반 사포닌보다 건강과 질병 예방에 더 탁월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을까요? 홍삼으로 만들어 먹으면, 오랜 시간 동안 품질의 변화 없이 시장에 두고 팔 수 있으며 약효 또한 좋아진다는 사실을.

 홍삼에서 수회 더 증숙-건조를 거치면 진한 회색의 흑삼이 됩니다. 수삼이 홍삼을 거쳐 흑삼화되면서 또한 새로운 사포닌이 만들어져 홍삼과는 차별된 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흑삼은 열 처리 과정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수삼이 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 흑삼은 2000년대 후반, 발암물질인 벤조피렌(Benzopyrene) 검출로 고객의 혼란과 우려를 야기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식약처의 안전관리기준으로 안심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 다양한 종류의 인삼 사포닌: 가공 방법에 따라 인삼 내의 성분들이 변하여 새로운 사포닌을 만들어낸다. (출처 : 증숙삼류 생약의 인삼사포닌 성분 비교, 약학회지 61(5), 2017)

 수삼, 백삼, 홍삼, 흑삼, 무얼 먹는 것이 좋을까요? 선택은 언제나 고객의 자유지만, 모두 인삼입니다.

 그런데, 인삼을 먹는 데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인삼을 먹으면 더워진다고요?

 일부 인삼학자들 중, 아이러니하게도 서양 과학자들이 한자로 적힌 본초서를 탐구하며, 고려인삼의 미온한 성질과 서양삼의 서늘한 성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서양삼의 수출 전략을 학계에서부터 세우고 있는 셈입니다. 그들은 서양삼(화기삼)이 인체의 열을 낮추는 데 비하여 고려인삼은 열을 올리기 때문에 노약자나 여성, 어린이는 물론 고혈압 등의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위험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이러한 영향이 있기 이전에도, 우리 문화에서 역시 '인삼은 덥다, 먹으면 열이 난다'는 인식이 큰데요.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경희대 의과대학 임성빈 교수 팀은 인삼이 체온을 올리는 '승열작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차 의과대학 이부용 교수 팀은 인삼이 오히려 고온 스트레스의 방어효과를 준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더운 기운을 나게 하는 것처럼 느끼는 걸까요?

 그것은 몸이 정상상태로 돌아오는 것에 우리가 반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체가 최적의 면역력과 생리활성을 갖추어 대사가 원활하고 혈액, 림프 등이 잘 돌아야 하는데 보통은 그렇지 못하죠. 인삼을 섭취하게 되면 이러한 신체 기능이 정상화되면서 '원기'를 느끼게 됨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인삼, 어디서 자랄까요? 또, 어떻게 돌봐주어야 할까요?


'태양을 피하고 싶은' 인삼

 넓은 들판이나 산 정상에서 "심 봤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북향 또는 북동향의 경사면 중 나무 그늘 아래에 살던 산삼은, 이제 사람의 손에 의해 제작된 해가림 시설 아래에서 자랍니다. 인삼 잎이 받아들이는 광의 강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빛이 완전히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광합성은 해야 할 테니까 말이죠. 중요한 것은 인삼은 해를 등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검은 차양망이 층층이 이어진 인삼밭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가림 시설이 입을 벌린 방향은 북쪽이죠. 통풍은 필요하지만 햇빛은 최대한 막기 위한 인삼 재배의 법칙입니다. 이제는 네비게이션이 있으니 유용하게 참고할 사항은 아니지만, 알아두면 언젠가는 쓸모 있지 않을까요?
  • 반음지성 식물, 인삼: 해를 직접 보면 말라 죽기 쉬우므로, 북향의 해가림 시설을 해주어야 한다. (출처 : 남원뉴스, 2016/ 직접촬영)

 태양을 피하며 해가림 아래에서 인삼이 잘 자리고 있습니다. 이제 언제 캐야 할까요?


6년근 인삼이 가장 좋다고요?

 1 - 2년차의 어린 인삼은 성숙하지 않아 크기와 성분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 3년차가 되면 인삼은 꽃과 열매를 맺어 후손을 보기 위한 준비를 하죠. 4년차가 되면 뿌리의 모양과 단위 중량당 사포닌 등의 유효성분이 거의 최고조에 이릅니다. 5년차 이후부터는 인삼(뿌리)의 크기가 커지며 보다 사람의 모양과 비슷하게 됩니다.
  • 연수에 따른 인삼(1 - 6년근) : 6년근이 가장 크고 모양이 좋지만, 사포닌 성분은 4년근에 가장 많다. (출처 : (사)고려인삼연합회 고려인삼정보센터)

 6년근 인삼이 가장 좋다는 사회적 인식은, 정관장(한국인삼공사) 마케팅의 영향이 컸습니다. 정관장은 홍삼을 직접 상품으로 내어놓기도 하는데, 이 때 삼의 모양과 크기, 상태가 품질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죠. 성분은 차치하더라도, 6년근 인삼이 더 '잘 생긴' 것은 맞습니다. 더욱이 정관장의 인삼은 1년을 다른 곳에서 키워둔 모종삼(묘삼)을 본밭에 이식하여 키우는데, 땅 속에 들어가는 각도와 인삼 사이의 간격을 맞추어가며 작업을 하니 외형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반적으로 4년근 이상의 인삼을 소재화합니다. 우리는 밭 가꾸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인삼 종자를 직파하여 키웁니다. 크기와 모양보다는 성분을 중시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못 생긴' 인삼이 피부에 더 좋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 연근별 인삼 사포닌 함량 : 대한약학회의 수삼 연구를 통한 사포닌 비교 자료가 방송되었다. (출처 : MBC 불만제로, 2013)

 잠깐, 인삼은 연작장해가 있다고 합니다. 이제 정든 이 곳과 헤어지고 새로운 땅으로 가볼까요?


같은 땅에서 인삼을 다시 키우지 못하는 진짜 이유

 인삼은 땅의 힘을 모두 끌어 올려, 한 번 거두면 최소 10년 이상 같은 땅에서 키우지 못한다는 전설(?)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같은 땅에서 다시 키우지 못하는 것은 맞지만, 지력을 모두 흡수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인삼이 자라는 데에는 토양 양분 불균형이나 소모가 크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깍두기를 담는 '무'보다도 덜 든다고 알려져 있죠. 그럼 왜 같은 땅에서 키우지 못하는 걸까요?

 주된 이유는 병해의 발생입니다. 4년 이상 같은 땅에서 오랜 기간 재배하여야 하니, 원래 살던 병원균뿐만 아니라 어쩌다 들어온 균도 내 집처럼 정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벼는 매년 땅을 갈아 엎고 물을 대주며 새 단장을 하지만, 인삼밭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해가 지날수록 토양 미생물의 양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 1년생 인삼 모잘록병 : 매년 5월이면 토양의 곰팡이균으로 인하여 줄기가 썩고 끊어지는 병해로 농가는 힘들다. (출처 : 직접 촬영)

 인삼 경작자에게는 지금 재배 중인 인삼의 생육 관리와 수확은 당연하거니와, 다음 인삼 농사는 어디서 지을까 고민하여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귀중한 인삼을 더 가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행 VS. 유기농

 인삼은 연약하고 다루기 어려워, 재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특히 병해에 약하여 농약을 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관행 인삼 재배라 합니다.

 최근에는 고객 안전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불가능하다고만 알려졌던 유기농 인삼 재배도 그 수요와 공급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그만큼 재배 기술도 발전되어, 관행 인삼보다 수량은 덜 나오지만,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으니 농가의 입장에서 손해볼 일은 아닙니다.

 인간은 농업혁명을 거치며 '작물'의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자연은 순수한 자연이 아닌 인간의 손을 탄 인공물일지 모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작물의 수확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큰 손입니다. 이로써 작물은 약해졌고 몸집만 커져 실속은 줄어들었죠. 지속가능한 토양과 건강한 품종, 안전한 인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다시 자연의 방향으로 몇 걸음 돌아서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100%는 아니지만, 설화수 등 우리 제품에 사용된 인삼의 유기농화를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 유기농 인삼 AP 시험포 : 경기도 안성에 아모레퍼시픽 인삼밭이 마련되었다. 안전하고 건강한 인삼을 얻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자 한다. (출처 : 직접 촬영)

 헤리티지는 단지 역사만 오래되었다고 이름 붙여지지 않습니다. 어려워도 도전하는 것, 다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판을 바꾸어 보는 것, 생태 복원과 자연을 생각하는 것, 나아가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것이 그 이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헤리티지 인삼은 미래의 헤리티지 인삼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재배하기 어려운 인삼, 이 기술의 현재와 미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다음 편에서는 '인삼의 일생과 다양한 생산 기술'에 대하여 알아볼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좋아해

    29
  • 추천해

    0
  • 칭찬해

    0
  • 응원해

    0
  • 후속기사 강추

    0
TOP

Follow us:

FB TW 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