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아는 방법 - AMORE STORIES
#장샛별 님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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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아는 방법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우들이 직접 작성한 칼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칼럼니스트아모레퍼시픽 캠프아문젠 장샛별 님


칼럼을 시작하며…

 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5기로 활동하게 된 장샛별입니다. 칼럼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다양한 영역에 걸쳐 소개하고자 합니다. '빅데이터'라는 단어는 이미 많이 접해 보셨을텐데요. 아직 그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도, 빅데이터를에 더 많이 알고 싶지만 좀처럼 기회가 없었던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마음 속에 품고 있었던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수 있도록, 말랑말랑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산업의 유명한 성공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우 여러분이 현재 각자 자리에서 마주하고 있을 우리 비즈니스의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이 더 여러분께 와 닿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연재할 칼럼에서는 기획/생산과 품질관리, 유통, 마케팅, 고객관리 순으로 우리 업(業)을 관통하는 주제를 다루며, 각 영역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칼럼인 오늘은 비즈니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생산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활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세이의 법칙은 끝났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

 과거에는 '경제의 총 산출량은 공급이 결정한다.'는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시장을 잘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가 (팔고 싶은) 물건을 만들면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면서 수요가 짐작되어 공급과 수요의 균형(가격)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가 주장한 '세이의 법칙(Says's Law) –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은 창업 초기에 이런 순풍을 타고 성장해 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체감하고 있듯이 제품만 잘 만들면 팔리던 '양의 시대'는 이미 지났을뿐더러, '질의 시대'도 지나 이제 '격의 시대'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격(格)의 시대를 마주한 것입니다. 사람들, 즉 우리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를 발견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일입니다. 세이의 법칙은 끝났고, 현 시대의 생산은 완전히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 나아가 고객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상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 고객에게 물어보면 그 답을 얻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NO'입니다.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상상하지 말라

 스스로를 사람의 마음을 캐는 사람, 즉 Mind Miner라고 소개하는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님은 자신의 저서 <상상하지 말라>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통찰은 상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욕망,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진짜 기회를 보라!" 국내 최고 빅데이터 분석가로 손꼽히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근거가 있었습니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할까를 상상하지 말고, 관찰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싱글'이라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한 해에도 수 차례씩 해외 여행을 즐기며 나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주말이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인가요? 아니면 주로 인스턴트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집을 떠나지 않고 TV 앞을 지키는 짠한 청춘의 모습인가요?
  • 출처 : 미드 < Sex and the City > / MBC < 나혼자산다 >

 과거에 기업은 '싱글'을 돈 없는 청춘의 이미지로 지레짐작하고 저렴한 싱글용 가전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50만 원대의 '통 큰 TV' 같은 제품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에서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싱글들은 본인을 타깃으로 만든 '통 큰 TV' 대신 200~300만 원에 달하는 모니터를 구매합니다. 기업이 예상한 것과 달리, '통 큰 TV'에 관심을 보인 고객 부류는 싱글이 아니라 이런저런 지출이 많아 월급을 거의 손에 쥐어볼 수 없는 중간 관리자급 유부남이었습니다.

 고객을 상상해볼 것이 아니라 관찰해야 한다는 점을 소개하는 사례인 '아가 사랑 세탁기'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신생아가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판매했던, 삶는 기능이 있는 소형 세탁기 시장은 국내 출산율 급감으로 위축됐습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가 사랑 세탁기' 제조회사가 생각해낸 방법은 마찬가지로 세탁물이 적은 1인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종 검토 단계에서 이들은 소셜 미디어 분석을 의뢰하게 되는데, 이때 데이터는 '팔지 말라'는 답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상상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었던 것일까요?

 소셜 미디어에서 1인가구의 삶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1인가구는 세탁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는 주거형태, 즉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같이 세탁기가 빌트인으로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당연히 세탁기 크기나 가격과 무관하게 애초에 세탁기를 구매할 이유가 없는 고객이 상당수였습니다. 또한, 그들이 상상한 것과 실제 1인가구의 행동 양식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싱글들은 매일 발생하는 세탁물의 양은 적지만 1주일에 한두 번에 몰아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번에 하는 세탁량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이런 의문을 가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보처럼 고객을 상상하고 잘못된 결론을 내릴 게 아니라 직접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굳이 빅데이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고객의 삶을 관찰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빅데이터가 고객을 잘 아는데 매우 좋은 도구인 이유는 고객 스스로도 모르는 답을 데이터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듣기만 해도 답답한 '나도 나를 잘 모르겠어!'라 거나 '도대체 나답게 행동하는 게 뭔데?'와 같은 말에 데이터는 그 답을 알려줍니다.

여자는 언제 화장을 고칠까?

 여성들이 화장을 고치는 시간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파악하여 그래프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출근 이후 화장을 고치는 오전 10시, 점심 식사 후에 화장을 고치는 오후 1시, 그리고 조금 이르지만 퇴근을 앞두고 수정 메이크업을 하는 오후 4시와 달리, 조금은 의문스러운 밤 10시가 꽤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 하루만의 특징이 아니고 다양한 날짜와 사람들의 누적된 패턴이 이렇게 나타난다는 점은 꽤 흥미롭습니다. 그럼 과연 밤 10시에 화장을 고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도 데이터에서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통해 파악한 원인은 놀랍게도 '셀카'였습니다. 이 분석은 특히 그 주제가 화장이었다는 점 외에 가장 직접적으로 '관찰'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과연 사람들에게 화장을 언제 고치냐고 직접적으로 질문한다면, 과연 밤 10시를 찾아낼 수 있었을까요? 또는 밤에 화장을 고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과연 고객이 그 답을 바로 알려줄까요?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고, 본인이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부가 기능으로 제공하는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또는 상태, 자주 간 위치' 등의 결과를 보고 놀라는 것처럼 말이죠.

 고객의 행동과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데이터를 통해 그들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만큼 고객을 잘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본인도 잘 모르는 고객의 행동이나 기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말하기 전에 제공하라

 작년 10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편의점은 3만 3천개가 넘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우 분들이 지나다니는 출퇴근길만 하더라도 편의점이 많이 있을텐데요. 이 때문에 몇 년 전부터 편의점 업계는 매장 수보다 객단가 혹은 경험과 같은 '질' 차원의 경쟁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손에 어떤 물건 하나라도 더 얹게 만들기 위한 고민의 답은 편의점에서 발행하는 무수한 영수증(CU 편의점 기준 일 평균 500만장)에 담긴 정보와 흔히 '버즈'라 말하는 소셜 미디어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4년, CU 편의점은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대용량 제품 수요 증가와 대량 구매 증가 현상을 파악하고 대용량 요구르트를 출시했습니다. 대용량 요구르트가 높은 인기를 기록하자 다른 리테일이나 제조사에서도 대용량 제품 생산에 뛰어들어 이제는 어디서나 대용량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죠. 그리고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요쿠르트를 얼려먹거나 굳이 요구르트 병 바닥을 뜯어서 먹었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처럼 향수를 느끼는 세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거꾸로 먹는 얼린 요구르트도 출시했습니다.

 GS 편의점에서는 오모리 김치찌개 라면과 함께 구매하는 스낵류 중에서 감자칩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주요 감자칩 업체와 협업하여 편의점 자체 상품인 오모리 김치찌개맛 감자칩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해당 구매 패턴을 보이는 고객 중 20대 여성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파악하여 판매 전략에도 활용했습니다.

고객에서 출발해 다시 고객을 불러오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재화를 생산하는 전통적인 제조업 영역뿐 아니라 서비스 영역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상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영역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국내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2014년 3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카드사들이 상품 개발 단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신한카드의 경우, 2,200만 회원들의 결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소비 성향을 남녀 각각 9개씩 총 18개 코드로 도출하여 시리즈 상품인 '코드 나인'을 출시했습니다. 여러 축을 함께 고려하여 기성품이 아닌 내게 최적화된 옷을 입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카드 상품은 출시 5개월 만에 발급 건수가 100만 장을 돌파하고, 작년 기준으로 총 500만 장을 넘어섰습니다. 규모가 작아지고 있는 신용카드 시장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상품 차별화를 이뤄내고, 활로를 찾아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한카드의 코드9 / 출처 : 신한카드


언제,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가

 단순히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 '언제',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도 데이터에서 답을 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3년 전 국내는 물론 중국 시장까지 큰 돌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해당 드라마 속 다양한 제품들은 큰 관심을 받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월 1억개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입생로랑 립스틱의 성공 비결은 바로 미리 준비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생산 체계였습니다.

 드라마 방영 전후, 바이두 등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립스틱 검색량을 관찰한 입생로랑은 검색 수 대비 판매량 예측 모형을 활용하여 해당 제품의 판매량을 미리 예상했습니다. 기존 생산/유통/물류 채널로는 도저히 그 예측량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모든 설비와 시스템은 물론 협력업체 설비까지 비상 상태로 가동하여 최단 시간 내 최대 생산을 달성했습니다. 중국의 지리적 특성상 성(成)의 환경에 따라 온/오프라인 중 판매가 집중되는 경로를 파악하여 최적의 재고를 유지하고, 사전 준비 방식으로 급증하는 판매량에 효과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립스틱 판매량은 월 2~3,000개에서 월 1억개에 이르렀고, 방영 후 세 달 만에 3억개를 달성했습니다.

첫 칼럼을 마치며…

 오늘 칼럼에서는 다양한 Business Chain 중 시작점에 해당하는 기획/생산 부분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다양하게 살펴봤습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일상에서 만날 수 있었던 다양한 상품들, 특히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과 서비스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점에 흥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고객의 기호는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는 놀라운 사실까지 먼저 파악한다면, 기술보다 감성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도 우리의 업(業)과 관계된 재미있는 빅데이터 활용사례를 들고 찾아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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